Ⅰ. 구미세력의 침투
1. 19세기 중반기의 동아시아 정세
19세기 중엽의 동아시아 정세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이 지역에서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존속하여 온 농업경제에 의거한 전통적 세계질서가 이른바 서세동점의 거센 물결 앞에서 동요, 붕괴하기 시작하고 이 지역 내 각국이 서구 열강의 압력 앞에서 그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시기였다. 이와 같은 세계역사상의 큰 변혁은 이때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었고 이미 근세 초기, 즉 16세기 초두에 시작한 서구제국의 東方進出 결과였다. 여기에서는 먼저 전통적인 동아시아 세계 안에 존재했던 이른바 중국적 세계질서와 그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었던 위치를 고찰해 본 다음, 서방 제국의 동방진출이 시작된 배경과 경위 및 그 과정을 살펴보고, 끝으로 19세기초부터 서세동점의 물결, 즉 ‘西洋의 衝擊’이 東아시아 제국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던가를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