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 한국사근대42권 대한제국Ⅰ. 대한제국의 성립1. 대한제국의 성립 배경
    • 01권 한국사의 전개
      • 총설 -한국사의 전개-
      • Ⅰ. 자연환경
      • Ⅱ. 한민족의 기원
      • Ⅲ. 한국사의 시대적 특성
      • Ⅳ. 한국문화의 특성
    • 02권 구석기 문화와 신석기 문화
      • 개요
      • Ⅰ. 구석기문화
      • Ⅱ. 신석기문화
    • 03권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
      • 개요
      • Ⅰ. 청동기문화
      • Ⅱ. 철기문화
    • 04권 초기국가-고조선·부여·삼한
      • 개요
      • Ⅰ. 초기국가의 성격
      • Ⅱ. 고조선
      • Ⅲ. 부여
      • Ⅳ. 동예와 옥저
      • Ⅴ. 삼한
    • 05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Ⅰ-고구려
      • 개요
      • Ⅰ.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 Ⅱ. 고구려의 변천
      • Ⅲ. 수·당과의 전쟁
      • Ⅳ. 고구려의 정치·경제와 사회
    • 06권 삼국의 정치와 사회 Ⅱ-백제
      • 개요
      • Ⅰ. 백제의 성립과 발전
      • Ⅱ. 백제의 변천
      • Ⅲ. 백제의 대외관계
      • Ⅳ. 백제의 정치·경제와 사회
    • 07권 고대의 정치와 사회 Ⅲ-신라·가야
      • 개요
      • Ⅰ. 신라의 성립과 발전
      • Ⅱ. 신라의 융성
      • Ⅲ. 신라의 대외관계
      • Ⅳ. 신라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가야사 인식의 제문제
      • Ⅵ. 가야의 성립
      • Ⅶ. 가야의 발전과 쇠망
      • Ⅷ. 가야의 대외관계
      • Ⅸ. 가야인의 생활
    • 08권 삼국의 문화
      • 개요
      • Ⅰ. 토착신앙
      • Ⅱ. 불교와 도교
      • Ⅲ. 유학과 역사학
      • Ⅳ. 문학과 예술
      • Ⅴ. 과학기술
      • Ⅵ. 의식주 생활
      • Ⅶ. 문화의 일본 전파
    • 09권 통일신라
      • 개요
      • Ⅰ. 삼국통일
      • Ⅱ. 전제왕권의 확립
      • Ⅲ. 경제와 사회
      • Ⅳ. 대외관계
      • Ⅴ. 문화
    • 10권 발해
      • 개요
      • Ⅰ. 발해의 성립과 발전
      • Ⅱ. 발해의 변천
      • Ⅲ. 발해의 대외관계
      • Ⅳ. 발해의 정치·경제와 사회
      • Ⅴ. 발해의 문화와 발해사 인식의 변천
    • 11권 신라의 쇠퇴와 후삼국
      • 개요
      • Ⅰ. 신라 하대의 사회변화
      • Ⅱ. 호족세력의 할거
      • Ⅲ. 후삼국의 정립
      • Ⅳ. 사상계의 변동
    • 12권 고려 왕조의 성립과 발전
      • 개요
      • Ⅰ. 고려 귀족사회의 형성
      • Ⅱ. 고려 귀족사회의 발전
    • 13권 고려 전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중앙의 정치조직
      • Ⅱ. 지방의 통치조직
      • Ⅲ. 군사조직
      • Ⅳ. 관리 등용제도
    • 14권 고려 전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전시과 체제
      • Ⅱ. 세역제도와 조운
      • Ⅲ. 수공업과 상업
    • 15권 고려 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사회구조
      • Ⅱ. 대외관계
    • 16권 고려 전기의 종교와 사상
      • 개요
      • Ⅰ. 불교
      • Ⅱ. 유학
      • Ⅲ. 도교 및 풍수지리·도참사상
    • 17권 고려 전기의 교육과 문화
      • 개요
      • Ⅰ. 교육
      • Ⅱ. 문화
    • 18권 고려 무신정권
      • 개요
      • Ⅰ. 무신정권의 성립과 변천
      • Ⅱ. 무신정권의 지배기구
      • Ⅲ. 무신정권기의 국왕과 무신
    • 19권 고려 후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정치체제와 정치세력의 변화
      • Ⅱ. 경제구조의 변화
    • 20권 고려 후기의 사회와 대외관계
      • 개요
      • Ⅰ. 신분제의 동요와 농민·천민의 봉기
      • Ⅱ. 대외관계의 전개
    • 21권 고려 후기의 사상과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변화
      • Ⅱ. 문화의 발달
    • 22권 조선 왕조의 성립과 대외관계
      • 개요
      • Ⅰ. 양반관료국가의 성립
      • Ⅱ. 조선 초기의 대외관계
    • 23권 조선 초기의 정치구조
      • 개요
      • Ⅰ. 양반관료 국가의 특성
      • Ⅱ. 중앙 정치구조
      • Ⅲ. 지방 통치체제
      • Ⅳ. 군사조직
      • Ⅴ. 교육제도와 과거제도
    • 24권 조선 초기의 경제구조
      • 개요
      • Ⅰ. 토지제도와 농업
      • Ⅱ. 상업
      • Ⅲ. 각 부문별 수공업과 생산업
      • Ⅳ. 국가재정
      • Ⅴ. 교통·운수·통신
      • Ⅵ. 도량형제도
    • 25권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 개요
      • Ⅰ. 인구동향과 사회신분
      • Ⅱ. 가족제도와 의식주 생활
      • Ⅲ. 구제제도와 그 기구
    • 26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Ⅰ
      • 개요
      • Ⅰ. 학문의 발전
      • Ⅱ. 국가제사와 종교
    • 27권 조선 초기의 문화 Ⅱ
      • 개요
      • Ⅰ. 과학
      • Ⅱ. 기술
      • Ⅲ. 문학
      • Ⅳ. 예술
    • 28권 조선 중기 사림세력의 등장과 활동
      • 개요
      • Ⅰ. 양반관료제의 모순과 사회·경제의 변동
      • Ⅱ. 사림세력의 등장
      • Ⅲ. 사림세력의 활동
    • 29권 조선 중기의 외침과 그 대응
      • 개요
      • Ⅰ. 임진왜란
      • Ⅱ. 정묘·병자호란
    • 30권 조선 중기의 정치와 경제
      • 개요
      • Ⅰ. 사림의 득세와 붕당의 출현
      • Ⅱ. 붕당정치의 전개와 운영구조
      • Ⅲ. 붕당정치하의 정치구조의 변동
      • Ⅳ. 자연재해·전란의 피해와 농업의 복구
      • Ⅴ. 대동법의 시행과 상공업의 변화
    • 31권 조선 중기의 사회와 문화
      • 개요
      • Ⅰ. 사족의 향촌지배체제
      • Ⅱ. 사족 중심 향촌지배체제의 재확립
      • Ⅲ. 예학의 발달과 유교적 예속의 보급
      • Ⅳ. 학문과 종교
      • Ⅴ. 문학과 예술
    • 32권 조선 후기의 정치
      • 개요
      • Ⅰ. 탕평정책과 왕정체제의 강화
      • Ⅱ. 양역변통론과 균역법의 시행
      • Ⅲ. 세도정치의 성립과 전개
      • Ⅳ. 부세제도의 문란과 삼정개혁
      • Ⅴ. 조선 후기의 대외관계
    • 33권 조선 후기의 경제
      • 개요
      • Ⅰ.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분화
      • Ⅱ. 상품화폐경제의 발달
    • 34권 조선 후기의 사회
      • 개요
      • Ⅰ. 신분제의 이완과 신분의 변동
      • Ⅱ. 향촌사회의 변동
      • Ⅲ. 민속과 의식주
    • 35권 조선 후기의 문화
      • 개요
      • Ⅰ. 사상계의 동향과 민간신앙
      • Ⅱ. 학문과 기술의 발달
      • Ⅲ. 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 36권 조선 후기 민중사회의 성장
      • 개요
      • Ⅰ. 민중세력의 성장
      • Ⅱ. 18세기의 민중운동
      • Ⅲ. 19세기의 민중운동
    • 37권 서세 동점과 문호개방
      • 개요
      • Ⅰ. 구미세력의 침투
      • Ⅱ. 개화사상의 형성과 동학의 창도
      • Ⅲ. 대원군의 내정개혁과 대외정책
      • Ⅳ. 개항과 대외관계의 변화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개요
      • Ⅰ. 개화파의 형성과 개화사상의 발전
      • Ⅱ. 개화정책의 추진
      • Ⅲ. 위정척사운동
      • Ⅳ. 임오군란과 청국세력의 침투
      • Ⅴ. 갑신정변
    • 39권 제국주의의 침투와 동학농민전쟁
      • 개요
      • Ⅰ. 제국주의 열강의 침투
      • Ⅱ. 조선정부의 대응(1885∼1893)
      • Ⅲ. 개항 후의 사회 경제적 변동
      • Ⅳ. 동학농민전쟁의 배경
      • Ⅴ. 제1차 동학농민전쟁
      • Ⅵ. 집강소의 설치와 폐정개혁
      • Ⅶ. 제2차 동학농민전쟁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개요
      • Ⅰ. 청일전쟁
      • Ⅱ. 청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
      • Ⅲ. 갑오경장
    • 41권 열강의 이권침탈과 독립협회
      • 개요
      • Ⅰ. 러·일간의 각축
      • Ⅱ. 열강의 이권침탈 개시
      • Ⅲ. 독립협회의 조직과 사상
      • Ⅳ. 독립협회의 활동
      • Ⅴ. 만민공동회의 정치투쟁
    • 42권 대한제국
      • 개요
      • Ⅰ. 대한제국의 성립
        • 1. 대한제국의 성립 배경
          • 1) 청일전쟁 이후 동아정세의 변화
          • 2) 조선의 위기와 정부의 대응
        • 2. 고종의 황제즉위 과정
          • 1) 황제즉위의 논리
          • 2) 고종의 황제즉위식
        • 3. 대한제국의 성립과 열국의 반응
          • 1) 국호 ‘대한’의 제정과 반포
          • 2) 열국의 승인
      • Ⅱ. 대한제국기의 개혁
        • 1. 대한제국의<국제>및 군사제도
          • 1)<대한국국제>의 제정 과정
            • (1) 교전소의 설치
            • (2) 법규교정소를 통한<대한국국제>의 제정
          • 2)<대한국국제>의 내용과 역사적 성격
            • (1)<대한국국제>의 내용
            • (2)<대한국국제>의 역사적 성격
          • 3) 대한제국의 군사제도
            • (1) 군제개혁의 방향
            • (2) 원수부를 통한 황제권 강화
          • 4) 중앙 및 지방군의 기능과 역할
        • 2. 광무양전·지계사업
          • 1) 양전사업의 추진 배경과 목적
          • 2) 양지아문의 설립과 양전시행
            • (1) 양지아문의 토지측량과 광무양안
            • (2) 광무양안과 ‘시주’의 성격
          • 3) 지계아문의 설립과 관계발급사업
          • 4) 광무양전·지계사업의 성과와 의의
        • 3. 산업진흥정책
          • 1) 광무정권과 궁내부
          • 2) 광무년간의 근대화정책
            • (1) 교통·운수업
            • (2) 화폐·금융
            • (3) 상공업
            • (4) 광산
        • 4. 대한제국기의 자강·구국교육정책
          • 1) 경본예참의 국가주의 자강교육
          • 2) 국민주의 자강교육
          • 3) 구국교육정책과 의무교육운동
        • 5. 대한제국기의 재정정책
          • 1) 재정정책 기조의 변화
          • 2) 정부세입의 축소와 황실수입의 확대
            • (1) 정부세입의 만성적 부족
            • (2) 재원의 내장원 이관과 황실수입의 확대
          • 3) 황실·군사부문의 지출 증대와 황실의 자금 축적
            • (1) 황실·군사비의 팽창과 행정·사업비의 축소
            • (2) 황실재정의 지출 양상과 여유자금의 축적
      • Ⅲ. 러일전쟁
        • 1. 러일전쟁의 배경
          • 1) 러일전쟁과 한국
          • 2) 청일전쟁 후 동아시아 국제관계
          • 3) 의화단사건과 열강관계
          • 4) 영일동맹과 러일협상
        • 2. 러일전쟁의 경과와 전후처리
          • 1) 러일전쟁의 경과
          • 2) 전후처리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 (1) 영일동맹의 개정
            • (2) 태프트-가츠라밀약
            • (3) 포츠머스조약
          • 3) 러일전쟁과 한국
      • Ⅳ. 일제의 국권침탈
        • 1. 국권의 제약
          • 1) 한일의정서와 부수협정의 체결
          • 2) 일제의 한국 ‘보호국’화와 을사5조약
            • (1) 일제의 한국 ‘보호국’화 정책과 국제적 승인과정
            • (2) ‘보호’조약 체결을 위한 사전공작
            • (3) 을사5조약의 체결
        • 2. 통감부 설치기의 통치체제
          • 1) 보호국체제와 통감부
            • (1) 보호국체제
            • (2) 통감과 통감부의 권한
          • 2) 통감부의 군사·경찰제도
            • (1) 러일전쟁과 한국주차군의 탄생
            • (2) 군사제도
            • (3) 헌병경찰제도
        • 3. 통감부의 식민지화 정책
          • 1) 식민지화의 기반조성
            • (1) 만한경영론
            • (2) 경제의 장악과 이식민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
            • (3) 군사기지화 작업
            • (4) 행정·사법제도의 개정
            • (5) 기타 식민지화를 위한 기반조성
          • 2) 통감부시기 재정제도의 개편
            • (1) 일제의 재정제도 이식과 재정기구 장악
            • (2) 식민지화를 위한 재정운영-세입·세출예산 분석
      • Ⅴ. 대한제국의 종말
        • 1. 고종의 국권회복 노력과 강제퇴위
          • 1) 밀사파견 외교의 전개
          • 2) 고종의 통치권 회복 시도
          • 3) 이완용 내각의 성립과 고종의 강제퇴위
        • 2.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의 체결
        • 3. 군대해산과 사법권 피탈
          • 1) 군대해산과 의병봉기
          • 2) 일제의 사법권 장악
        • 4. 일진회의 합방청원운동
          • 1) 일진회의 창립과 정계진출
          • 2) 3파연합과 합방청원운동
        • 5. 한일합병조약의 체결
          • 1) 일본정부의 한국병합 방침
          • 2) 병합조약의 체결
    • 43권 국권회복운동
      • 개요
      • Ⅰ. 외교활동
      • Ⅱ. 범국민적 구국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개요
      • Ⅰ. 외국 자본의 침투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Ⅲ. 사회생활의 변동
    • 45권 신문화 운동Ⅰ
      • 개요
      • Ⅰ. 근대 교육운동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46권 신문화운동 Ⅱ
      • 개요
      • Ⅰ. 근대 언론활동
      • Ⅱ. 근대 종교운동
      • Ⅲ. 근대 과학기술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개요
      • Ⅰ.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반 구축
      • Ⅱ. 1910년대 민족운동의 전개
      • Ⅲ. 3·1운동
    • 48권 임시정부의 수립과 독립전쟁
      • 개요
      • Ⅰ. 문화정치와 수탈의 강화
      • Ⅱ.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 Ⅲ. 독립군의 편성과 독립전쟁
      • Ⅳ. 독립군의 재편과 통합운동
      • Ⅴ. 의열투쟁의 전개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개요
      • Ⅰ. 국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운동
      • Ⅱ.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개요
      • Ⅰ. 전시체제와 민족말살정책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Ⅲ. 1930년대 이후 해외 독립운동
      • Ⅳ.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체제정비와 한국광복군의 창설
    • 51권 민족문화의 수호와 발전
      • 개요
      • Ⅰ. 교육
      • Ⅱ. 언론
      • Ⅲ. 국학 연구
      • Ⅳ. 종교
      • Ⅴ. 과학과 예술
      • Ⅵ. 민속과 의식주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개요
      • Ⅰ. 광복과 미·소의 분할점령
      • Ⅱ. 통일국가 수립운동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Ⅳ. 남북한 단독정부의 수립

Ⅰ. 대한제국의 성립

1. 대한제국의 성립 배경

1) 청일전쟁 이후 동아정세의 변화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경운궁으로 거소를 옮기자(1897. 2. 20) 皇帝卽位를 요청하는 상소가 점차 조야로부터 쇄도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고 연호를 변경하여 나라의 위엄을 높이고 자주독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稱帝建元을 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해 8월에는 얼마전 일본의 위압 하에 정해져 1년간 쓰였던 建陽이란 연호를 光武로 변경하고, 10월 12일에는 마침내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였다. 이어 다음날 조정에서는 조선이란 국호를 대한으로 개정하여 대한제국의 탄생을 내외에 선포하였다. 500여 년간 지속된 조선왕조가 막을 내리고, 한국사상 최초로 황제의 나라 大韓帝國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002)

 대한제국의 등장은 우리 나라가 事大朝貢國인 왕국에서 자주독립적인 황제의 나라가 되었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것은 한국사의 전통적인 흐름과 개항 이후 접목된 세계사적 흐름이 합류하여 나타난 역사적 격랑의 중요한 귀결점이다. 그것은 또한 이후에 전개된 한민족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003) 다시 말해서 대외적으로는 한국이 중국 중심의 冊封體制에서 서구 중심의 萬國公法體制로 확고히 편입했음을 최종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확인한 획기적 사건이었고, 대내적으로는 王國인 조선과 民國인 대한민국(임시정부) 사이에 존재한 근대의 ‘자주독립’한 전제군주국이었다.

 그러나 대한제국이 선포된 시기는 국내외적으로 심각하게 위기가 연출되던 때였다. 항일운동을 펼치던 전국의 동학농민군은 일본군에 의해 초토화된 상태였고, 서울의 궁정에서는 일본의 군인과 경찰, 낭인배 등이 왕비를 참혹하게 살해하여 그 시신을 불태워 버리는 만행을 자행하였는가 하면, 신변의 위협을 견디다 못한 고종이 궁녀의 가마에 숨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는 기막힌 사태가 불과 1∼2년전에 연출되고 있었다.

 환궁한 그해에도 고종은 신변이 불안정하였다. 국가재정은 고갈되고, 군대와 경찰은 국내치안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만큼 조직이 무너져 있었다. 그러니까 청일전쟁 이후의 한반도 상황은 그야말로 瀕死의 지경이었다.

 이렇게 나라의 운명이 급전직하로 추락해 가던 시기에 도리어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것이다. 대한제국이 등장한 내외적 배경은 무엇인가. 멀리는 조선 후기 이래 지속된 華夷觀의 변화, 가까이는 청일전쟁 이래 전개된 동아의 국제상황 변화이다.

 황제란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이다. 전근대의 동양사회에서는 중국의 천자만이 황제를 칭할 수 있었다. 즉 중국 중심의 화이관이 지배하던 동양권에서는 모든 나라가 천자의 제후격인 왕이 다스리는 나라로서 어디까지나 중국의 일개 藩屬國이었다. 각국은 중국에 事大朝貢을 하였고, 연호도 중국의 그것을 사용하였다.004) 그 결과 조선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의 왕조는 중국황제의 책봉을 받는 나라로서 자주국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반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이러한 중국 중심의 사고가 큰 변화를 맞게 된 것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이다. 17세기에 들어서 명나라가 청나라로 교체되고 서학이 전래되자 조선조 지식인들의 세계관이 변해갔다. ‘만주의 오랑캐족’이 한족왕조를 무너뜨리고 중원을 차지하여 고도의 문물을 향유하고 있다는 현실은 물론이고, 동양 외에도 고도의 문명을 누리고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서양에 존재한다는 것, 나아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한 개의 위성에 불과하다는 사실 등은 조선의 유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러한 충격이 일부 지식인들에게는 자의식 형성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즉 내 나라 조선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과거에 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집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나라의 역사·지리·언어·사상 등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갔다. 이들에게서 발해의 역사를 신라의 그것과 함께 우리 역사의 정통으로 보아야 한다005)는 인식이 팽배함은 물론, 중국도 지구상의 하나의 나라이고 조선도 똑같은 하나의 나라라는 인식이 등장하였다.006) 그러나 당시 정치권 주류측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는 小中華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청국의 영향력도 상존하였다.007)

 이후 조선의 문호가 개방되면서 지식인들의 세계관은 또 한차례 변화를 맞게 된다. 개화사상가들이 등장하면서 청국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을 확립하자는 요구가 일부의 관료에게서나마 서서히 무르익어 갔고, 거기서 대두한 것이 왕을 황제로 높이고 연호를 독자적으로 쓰자는 주장이었다.008) 그러나 임오군란(1882)과 갑신정변(1884), 거문도사건(1885) 등을 거치면서 청국이 조선에 대한 내정개입을 강화해 감에 따라서 그러한 주장은 용납되기 어려웠다. 한 예로 임오군란 2개월 후 조청간에 체결된 무역장정은 마치 종속관계의 文證 같았다.009)

 청국이 이렇게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화해 간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서구 열강이나 일본이 한반도를 장악한다면 북경이 위태로워진다는 안보상의 판단 때문이었다. 脣亡齒寒의 논리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지속된 청국의 간섭은 결국 조선이 청국과는 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서구 열강과는 근대적 조약체결을 통해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대등한 국가관계를 유지해 가는 기이한 모습을 갖게 하였다. 한쪽으로는 만국공법이 지배하는 세계질서 속에, 다른 한쪽으로는 전근대적 책봉체제의 굴레에 묶여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청일전쟁의 결과 조선을 구속하던 책봉체제의 굴레는 벗겨졌다. 강화의 결과 체결된 시노모세키조약(下關條約, 1895. 4. 17)에서 ‘청국은 조선의 완전무결한 독립자주국임을 확인하고, 장래 조선의 청국에 대한 貢獻·典禮를 전적으로 폐지한다’고 하였다. 이후 청국의 조선에 대한 압제도 현실적으로는 사라졌다. 대한제국의 등장은 이처럼 의식상으로는 조선인들이 지니고 있던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변하고, 현실적으로는 청일전쟁의 결과 조선이 청국의 구속을 벗어난 상황에서 가능했다.

002)이 글의 작성에는 아래의 글이 참고되었다.

宋炳基,<光武改革硏究-그 性格을 中心으로>(≪史學志≫10, 1976).

姜萬吉,<大韓帝國의 性格>(≪創作과 批評≫48, 1978).

權錫奉,<淸日戰爭以後의 韓淸關係의 硏究(1894-1899)>(≪淸日戰爭을 前後한 韓國과 列强≫,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4).

李求鎔,<大韓帝國의 成立과 列强의 反應>(≪江原史學≫1, 1985).

李玟源,<稱帝論議의 展開와 大韓帝國의 成立>(≪淸溪史學≫5, 1988).

―――,<大韓帝國의 成立過程과 列强과의 關係>(≪韓國史硏究≫64, 1989).

―――,<大韓帝國의 改革과 그 實態-政府와 獨立協會의 皇權認識과 關聯하여>(≪韓國民族運動史硏究≫9, 1994).

月脚達彦,<大韓帝國成立前後の對外的態度>(≪東洋文化硏究≫1, 學習院大學 東洋文化硏究所, 1999).

奧村周司,<李朝高宗の皇帝卽位について-その卽位儀禮と世界觀->(≪朝鮮史硏究會論文集≫33, 1995).
003)宋炳基, 위의 글.
004)이를 ‘天朝禮治體系’로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黃枝連,≪亞洲的華夏秩序-中國與亞洲國家關係形態論≫·≪東亞的禮義世界-中國封建王朝與朝鮮半島關係形態論≫(北京:中國人民大學出版社, 1992·1994) 등을 참조.
005)韓佑劤·李成茂編,≪史料로 본 韓國文化史-朝鮮後期篇≫(一志社, 1985), 531쪽.
006)李瀷,≪星湖僿說≫,<天地門-分野>.
007)宋贊植,<星湖의 새로운 史論>(李佑成·姜萬吉編,≪韓國의 歷史認識≫下, 創作과 批評社, 1976).

李萬烈,<17·8世紀의 史書와 古代史認識>(위의 책).
008)李玟源, 앞의 글(1988).
009)즉 朝中商民水陸貿易章程(1882. 10. 4)을 말함. 이에 대해서는 金鍾圓,<朝·中商民水陸貿易章程>(≪歷史學報≫32, 1966), 120∼169쪽을 참조.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