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외국 자본의 침투
1. 제국주의의 경제 침탈
1) 금융 지배
한국근대사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금융 침탈의 중요성은 큰 것이다. 역설적으로 일본의 식민지지배 과정에서 금융지배의 중요성도 또한 큰 것이었다.001) 한국의 식민지화 과정은 개항을 통한 무역의 확대, 그 과정에서의 경제구조의 식민지화를 통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권 나아가서 주권의 침탈이라는 점에서는 상권의 침탈에 병행하여 대단히 일찍부터 금융의 침탈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 정책의 특색으로서 ‘금융적 지배의 선행’002)을 지적할 수 있다.
제국주의의 금융지배는 후진경제를 제국주의의 신용경제권으로 포섭하고 화폐발행권 자체를 장악하는 직접적이고도 근본적인 지배의 방식이 있을 수 있고, 후진국의 화폐발행권은 인정하되 금융기관의 진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금융지배는 초기에는 금융기관의 진출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후기에는 화폐발행권 자체의 장악으로 나아갔다. 따라서 금융지배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금융의 침탈과정에는 내외적 요인이 겹쳐 있었다. 일제의 침략 야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응력이 강하였다면 역사의 진행은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한국정부는 취약하였다. 한국정부는 재정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하여 흔히 악화 발행을 통한 재정수입의 확보를 시도하였고, 이는 화폐제도의 문란을 초래함으로써 일제의 금융 침략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