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영서원 애국창가집 발매반포투쟁
1914년 경기도 개성 사립 韓英書院 교사 申永淳·李常春 등이 배일사상양성에 일조하고자 국권회복을 고무하는 창가 편찬을 협의하였다. 신영순·이상춘은 수편의 애국창가를 作歌하고 동간도에서 창가를 수집해서 갖고 있던 이경중 목사에게 이를 제공받은 다음 윤치호가 지은<애국가>를 포함해서 1914년 8월 제1권 40부를 인쇄하여 한영서원 및 호스돈여학교 생도에게 발매·반포하였다. 이어 1915년 9월 제2권 90책을 인쇄·반포하였다. 1916년 신영순·이상춘 등 6명은 이 사건으로 보안법위반 및 불경죄로 피체되었으며 이후 음악교사 鄭士仁, 학감 李萬珪, 음악대 생도 10명, 사립 호수돈여숙 교사 등 22명이 추가로 피체되었는데 음악교사와 생도들은 창가를 연주한 행위를, 尹滋亨과 李致善은 1912년 10월 이와 유사한 창가집을 편찬한 사실을, 그외는 창가집의 배포와 관련된 활동을 문제시하였다.
창가집 편찬취지에 대해 밝힌 내용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국민정신에 있고 국민의 정신을 感發하는 것은 가곡이 제일이다. 故로 구미제국에서 巨擘의 시인 및 음악가의 미묘한 시조와 가곡으로서 국민의 정신을 함양한다고 한다. … 현시 유식대가의 저작에 계한 미묘한 가곡이 적지 않으나 각지에 산재해서 통일되지 못해 … 가곡 백여 종을 수집편찬하여 … 청년동지에게 소개한다(姜德相,≪現代史資料≫25, 10쪽).
이처럼 국가흥망성쇠의 열쇠는 곧 국민정신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중요시하면서 그 함양을 위해 조국을 생각하는 노래·독립군가·애국가를 모아 창가집을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이같은 취지를 담은 애국창가를 수집·정리하였으니 그 중에는 일본의 황제나 황가에게 모욕적인 내용을 담은 곡이나 역대 영웅적인 인물의 척왜상을 표현한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곡의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제46. 영웅의 모범
2. 일본황제를 家僕으로 삼고, 일본황후를 下婢로 삼는다.
사역시킬 것을 맹세한 昔干老의 壯心을 우리는 모범으로 해야한다.
7. 賊 이등박문을 노령에서 피습하여
三發三中 사살하고 대한만세를 부르짖은
안중근의 그 의기는 우리가 모범으로 해야 한다.
제66. 善竹橋
1. 선죽교 그 血橋, 개성읍 외 선죽교
鄭圃隱 죽어 그 몇 년
유혈순국의 원한은 千載에 이르는 때라.
6. 선생은 이에 서거하여 백골은 진토로 화해
혼백 모두 흩어져 남음이 없으나
빛나는 일편단심은 지금 오히려 잊혀지지 않고 忠血은 이에 오래라.
제129. 구주전란
1. 1914년 하 7월 격렬한 腥風 서에서 온다.
극동 반도청년의 惰眠을 깨우고 신경을 자극하며 미몽을 흔든다.
7. 우리 조모의 고영웅에게 묻노니, 너의 나라를 사랑하여 상제에게 기도해
너, 독립국의 영웅을 찬미하고 우리 역시 너를 계승할 것을 맹세한다.
구체적인 역사속의 애국지사와 역사적 사건을 내용으로 한 창가를 통해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것들이었다. 한국역사 중 대대로 대일항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朴堤上·이순신 등을 영웅의 모범으로 칭송하고, 당시의 애국지사로 최익현·안중근 등을 독립국의 영웅으로 찬미하면서 이들을 계승함을 맹세케 하는 항일의식을 심어주었다. 더 나아가 국권회복운동에 앞장설 것을 호소하기를 “文에 능한 자는 문으로 國光을 揚하고, 武에 능한 자는 무로써 국권을 복하고, 권모에 능한 자는 권모로서 국광을 양하고, 勇에 능한 자는 용으로써 국권을 회복하는 것이니”라고 하여 각계 각층의 인사들에게 단결 협력하자고 주창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