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

[내용]

양계는 북방 변경 지역에 위치하여 군사적 성격이 강한 행정 구역이었다. 대체로 동계는 함경남도와 강원도 지역에 걸쳐 있었고, 북계는 평안남⋅북도 지역에 위치하였다. 989년(성종 8) 양계 지역에 이미 병마사(兵馬使)를 두었고, 5도에 비해 일찍 행정 구역으로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지방관이 파견된 남부 지역과 달리, 양계에는 병마사가 파견되어 군사적인 문제를 포함한 행정 문제를 처리하였다. 또한 지방관을 주현에 파견하여 이를 통해 인근 속현(屬縣)을 통치하는 주⋅속현 체제를 이루고 있던 남부 지역과 달리, 거의 모든 군현이나 주진에 지방관이 파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고려 시기의 지방 제도는 5도⋅양계⋅경기(수도 개경(開京)과 그 주변 지역)의 3원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양계 지역은 조세도 중앙으로 수송하지 않고 현지에서 군사적 수요 등에 충당하였으며, 지방군도 남부 지역과 비교할 때 거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이러한 사실은 양계가 군사상 특수 지역의 성격이 강하였음을 보여 준다.

몽골 항쟁기에 양계 지역 대부분을 상실하였다가 이후 차츰 회복하였다. 고려 말에는 다른 여러 도와 마찬가지로 양계 지역에도 도관찰출척사(都觀察黜陟使)가 파견되면서 타 도와 동일하게 민사적 광역 행정 단위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양계와 도의 이원적 행정 구조가 8도로 일원화된 조선 시기에도 이 지역은 여전히 다른 지역과 달리 군사적 성격에서 비롯된 특수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