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왕(山上王)의 휘(諱)는 연우(延優)로
【일명 위궁(位宮)이라고 한다】
고국천왕(故國川王)의 동생이다. ……(중략)…… 고국천왕이 아들이 없는 까닭에 연우가 왕위를 계승하였다. 처음 고국천왕이 죽었을 때 왕후 우씨(于氏)가 몰래 국상(國喪)을 발설하지 않고 밤에 왕의 동생 발기(發歧)의 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왕께서는 후손이 없으니 그대가 마땅히 왕위를 계승해야 합니다.” 하였다. 발기는 왕이 죽은 것을 알지 못하고 대답하기를, “하늘의 운수는 돌아가는 곳이 있으므로 가볍게 의논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부인이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어찌 예(禮)라고 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왕후는 부끄러워하며 곧 연우의 집으로 갔다. 연우가 일어나서 의관(衣冠)을 갖추고, 문에서 맞이하여 들여앉히고 술자리를 베풀었다. 왕후가 말하기를, “대왕이 돌아가셨으나 아들이 없으므로, 발기가 큰 동생으로서 마땅히 뒤를 이어야 하겠으나 첩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하면서 난폭하고 거만하며 무례하여 이 때문에 아주버님을 보러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연우가 더욱 예의를 차리며 친히 칼을 잡고 고기를 썰어 주었는데, 잘못하여 손가락을 다쳤으니, 왕후가 치마끈을 풀어 다친 손가락을 싸 주었다. 돌아가려 하자 왕후가 연우에게 말하기를, “밤이 깊어서 예기치 못한 일이 있을까 염려되니, 그대가 나를 궁까지 바래다주시오.” 하였다. 연우가 그 말에 따랐으니, 왕후가 손을 잡고 궁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새벽 선왕의 왕명이라 속이고,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연우를 왕으로 삼았다. ……(중략)…… 왕은 본래 우씨의 도움으로 즉위하였으므로 다시 장가가지 않고 우씨를 세워 왕후로 삼았다.
『삼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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