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임오(壬午, 682) 5월 초하루
【어떤 책에는 천수(天授) 원년(690)이라고 했으나 잘못이다.】
에 해관(海官) 파진찬(波珍湌) 박수청(朴夙淸)이 아뢰기를, “동해 중의 작은 산 하나가 물에 떠서 감은사(感恩寺)를 향해 오는데, 물결을 따라서 왔다 갔다 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이를 이상히 여겨 일관(日官) 김춘질(金春質)
【또는 춘일(春日)】
에게 점을 치도록 하였다. 그가 아뢰기를, “돌아가신 부왕께서 지금 바다의 용이 되어 삼한(三韓)을 수호하고 있고, 또 김유신(金庾信) 공(公)도 33천(天)의 한 아들로서 지금 인간 세상에 내려와 대신이 되었습니다. 두 성인이 덕을 같이 하여 나라를 지킬 보배를 내어주려 하시니, 만약 폐하께서 해변으로 나가시면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보배를 반드시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중략)……
왕이 배를 타고 그 산에 들어가니, 용이 검은 옥대(玉帶)를 가져다 바쳤다. 왕이 영접하여 함께 앉아서 묻기를, “이 산과 대나무가 혹은 갈라지기도 하고 혹은 합해지기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고 하였다. 용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아서, 이 대나무라는 물건은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납니다. 성왕(聖王)께서는 소리로 천하를 다스릴 좋은 징조입니다. 대왕께서 이 대나무를 가지고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이제 대왕의 아버님께서는 바닷속의 큰 용이 되셨고, 유신은 다시 천신(天神)이 되셨는데, 두 성인이 같은 마음으로, 이처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를 보내 저를 시켜 이를 바치는 것입니다.”
……(중략)……
왕이 행차에서 돌아와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月城)의 천존고(天尊庫)에 간직하였다.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에는 날씨가 개며, 바람이 잦아지고 물결이 평온해졌다. 이를 만파식적(萬波息笛)으로 부르고 나라의 보물이라 칭하였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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