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명령하기를, “임금의 덕은 오직 신하의 보필에 달려 있다. 짐이 새로 정무를 총괄하게 되었으니 잘못된 정사가 있을까 걱정된다. 경관(京官) 5품 이상은 각기 봉사를 올려 시정(時政)의 잘잘못을 논하라" 하였다.
정광(正匡) 행선관어사(行選官御事) 상주국(上柱國) 최승로(崔承老)
가 글을 써 바쳤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신이 삼가 보건대, 개원(開元)
가 건국한 때로부터 신이 아는 것은 모두 신의 마음에 기억하고 있으니, 이제 삼가 역대 5대 왕의 정치와 교화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조심할 만한, 잘되고 잘못되었던 역사를 기록하여 조목별로 아뢰어 드리겠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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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현종(唐玄宗)의 연호
연간에 사관 오긍(吳兢)이『정관정요(貞觀政要)』를 지어 올려 현종(玄宗)에게 태종(太宗)의 정치를 닦도록 건의한 것은, 대개 어떤 일이 일어난 본질은 서로 비슷하여 한 집안의 일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정치를 잘 하여서 본보기가 될 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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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역대 사조(四朝) 왕이 정사를 행한 자취는 대략 이와 같으니 성상께서는 마땅히 잘한 것은 취하여 행하고 잘못한 것을 보고서는 경계하여, 긴급하지 않은 일은 제거하고 이로울 것이 없는 쓸데없는 노동은 폐지해서 다만 임금은 위에서 편안하고 백성은 아래서 기뻐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시작을 잘하는 마음을 이어 유종의 미를 생각하여, 날로 더욱 조심하여 비록 훌륭하여도 훌륭하게 여기지 말며, 비록 귀하게 군주가 되었지만 스스로 높은 체하지 말고, 재덕을 많이 가졌지만 교만하고 자랑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를 낮춰 공경하는 마음을 돈독히 하고 백성을 근심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면, 복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고 재앙은 기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멸될 것이니, 성군께서 어찌 만년을 누리지 않으며, 왕업이 어찌 백세만 전할 뿐이겠습니까. 신은 또한 시무(時務) 28조를 기록하여 장계와 함께 별도로 봉하여 올립니다.……(중략)……
왕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집집마다 가서 돌보고 날마다 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령을 파견하여 가서 백성의 이익과 손해를 살피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태조
께서 나라를 통일한 후에 외관(外官)을 두고자 하였으나, 대개 초창기에 일이 번잡하여 미처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지금 보건대 지방의 호족들이 항상 국가의 일이라고 속이고 백성을 수탈하니 백성이 그 명령을 견뎌내지 못하므로 외관을 두기를 청합니다. 비록 모든 지역에 한꺼번에 다 보낼 수는 없더라도 먼저 10여 주⋅현을 묶어 하나의 관청을 두고 관청마다 두세 명의 관원을 두어 백성 다스리는 일을 맡기소서.……(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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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도는 따르지 않아서는 안 되지만, 천하의 세속 풍습은 각각 그 지역의 토성(土性)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고치기는 어렵습니다. 그 예⋅악⋅시⋅서의 가르침과 군신⋅부자의 도리는 마땅히 중국을 본받아 비루한 풍속을 고쳐야 되겠지만, 그 밖의 거마(車馬)⋅의복의 제도는 그 나라의 풍속대로 하여 사치와 검소를 알맞게 하되 굳이 중국과 같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중략)……
우리나라에서는 봄에는 연등회
를 벌이고 겨울에는 팔관회
를 개최하는데, 사람을 많이 동원하고 쓸데없는 노동이 많으니, 원컨대 그 가감을 살펴서 백성이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소서. 또 갖가지 인형을 만들어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데, 한 번 쓰고 난 후에는 바로 부수어 버리니 이 또한 매우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인형은 흉례(凶禮)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것이므로 서조(西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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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 사신이 그 전에 와서 이것을 보고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지나쳤으니, 원컨대 지금부터는 사용을 허락하지 마소서.……(중략)…… 원컨대 성상께서 날로 더욱 조심하여 스스로 교만하지 말고, 아랫사람을 대할 적에 공손히 할 것을 생각하고, 혹시 죄지은 자가 있을 때 처벌의 경중을 모두 법대로 결정한다면 태평할 수 있을 것입니다.……(중략)……
불교를 행하는 것은 몸을 닦는 근본이며 유교를 행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원이니, 몸을 닦는 것은 다음 생을 위한 밑천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곧 지금의 할 일입니다. 오늘날은 지극히 가깝고 다음 생은 지극히 머니,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구하는 일이 또한 그릇된 것이 아닙니까.”
『고려사절요』권2, 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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