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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눌(知訥)
은 젊어서부터 조사(祖師)의 경역(境域)에 투신하여 선문(禪門)을 두루 참관하면서 불조(佛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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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처음 연 석가모니
께서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푸신 법문을 상세히 살폈다. 그것은 우리가 모든 연(緣)을 멈추고 마음을 비워 가만히 합하여 밖에서 찾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경전에 “불자가 부처의 경지를 알고 싶으면 마땅히 그 뜻을 허공처럼 맑게 하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무릇 (부처의 말씀을) 보고 듣고 외고 익히려는 사람은 불법을 만나기 어렵다는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 지혜로써 관조하여 설법한 대로 수행하면, 가히 스스로 불심을 닦고 불도를 이루어 친히 부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들이 아침저녁으로 행한 행적을 돌이켜 보면 불법을 핑계로 나와 남을 구별하여 이익을 좇는 데 급급하고 풍진 세속의 일에 골몰하여 도덕을 닦지 않고 의식(衣食)만 허비하였다 하였다. 그러하니 비록 출가하였다 하나 무슨 득이 있겠는가?
아아! 무릇 삼계(三界)
은 이를 오랫동안 크게 안타까워해 왔다. 마침 임인년(명종
12년, 1182) 정월 개경
보제사(普濟寺)의 담선법회(談禪法會)에 참석하였다. 하루는 동학(同學) 10여 명과 함께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였다. “이 모임 후 마땅히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산림에 은둔하여 함께 수행하는 모임을 결성한다. 항상 선정(禪定)을 익히고 지혜(智慧)를 고르게 하기에 힘쓰며
예불하고 경 읽으며 나아가서는 힘써 일한다. 각기 맡은 일을 경영하고 인연에 따라 심성을 수양하여 한평생을 자유롭게 호쾌하게 지낸다. 이리하여 멀리 달통한 선비와 진인(眞人)의 높은 수행을 따르면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중략)……
불교에서 미혹한 중생이 윤회하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세계
를 떠나고자 하면서도 속세를 끊고 수행하지 못하면 한갓 남자의 몸일 뿐이고 장부의 뜻은 세울 수 없다. 위로는 도를 넓히는 데 어긋나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하고, 중간으로는 네 가지 은혜[四恩]
부모, 중생, 국왕, 삼보(三寶)의 은혜
을 저버리는 것이니 진실로 부끄럽다. 지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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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내 말을 듣고 모두 그렇다 하며 말하길 “훗날 이 언약을 이루어 숲 속에 은거하면서 동사(同社)를 맺을 수 있게 된다면 마땅히 그 이름을 정혜(定慧)라 하자.”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맹세하는 글을 지어 결의하였다. 그 뒤 우연히 선불장(選佛場)의 이익과 손해되는 일로 인해 모두가 사방으로 흩어지니, 전날의 아름다운 기약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거의 10년이 지났다. ……(중략)……
명창(明昌) 원년 경술(1190) 늦은 봄 공산(公山)에 은거한 목우자(牧牛子) 지눌
이 삼가 쓴다. 승안(承安) 5년 경신(신종
3, 1200) 결사(結社)를 공산에서 강남의 조계산(曹溪山)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곳 인근에 정혜사(定慧寺)
가 있어 명칭이 혼동되므로 조지(朝旨)를 받들어 정혜사(定慧社)
를 수선사(修禪社)
라 하였다. 그러나 권수문(勸修文)은 이미 반포되었기 때문에 옛 이름대로 조판하고 인쇄하여 널리 반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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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전서』 4(동국대학교 출판간행위원회 편), 권수정혜결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