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 최홍윤(崔洪胤, ?~1229)에게 답하는 글
나는 옛날 공의 문하에 있었고 공은 지금 우리 수선사
에 들어왔으니, 공은 불교의 유생이요, 나는 유교의 불자입니다. 서로 손님과 주인이 되고 스승과 제자가 됨은 옛날부터 그러하였고 지금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수선사' 관련자료
그 이름만을 생각한다면 불교와 유교는 아주 다르지만 그 실상을 안다면 유교와 불교는 다름이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략)…… 『기세계경(起世界經)』에서 이르길 “부처님 말씀에 내가 두 성인을 진단(辰旦)에 보내 교화를 펴리라 했는데, 한 사람은 노자(老子)로서 그는 가섭보살이요, 또 한 사람은 공자로서 유동보살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유교와 도교의 종은 불법에서 흘러 나온 것이 되니 방편은 다르지만 실제는 같은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참(參)아, 내 도는 하나로 통한다.”라고 하셨고, 또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른바 ‘도(道)’라는 것이 바로 세상 만법(萬法)을 관통하여 끊어지거나 소멸하지 않는 것이니, 공자께서는 이를 아셨기 때문에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하신 것입니다. 상공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이 편지를 받으신다면 마땅히 마조대사(馬祖大師)의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이 아니면 부처도 아니다.”라는 화두를 때때로 상세히 살펴 철저히 깨치는 법칙으로 삼으십시오.
『조계진각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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