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宣旨)
왕위를 물려준 상왕(上王)의 전지(傳旨)
를 다음과 같이 한다. 하늘이 백성을 낼 때에 기(氣)로써 형체를 이루었고 이치도 역시 부여하였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면 백 가지 상서를 내리고 그렇지 못한 일을 하면 백 가지 재앙을 내리는 것이다. 옛날에 제왕들이 하늘의 도를 받들어서 백성에게 농사짓는 것을 가르쳐 오곡(五穀)을 심어 그 형체를 기르게 하며, 고유한 의리에 따라 지도하고 인도하여 그 마음을 착하게 하였다. 만일 강하고 사나워 도리를 좇지 않고 재물을 탐하여 사람을 죽이며, 조금도 제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있을 경우 개인에겐 형육을 가하고 집단에겐 정벌을 행하였다. 요(堯)⋅순(舜)⋅삼왕(三王)의 사람을 다스리는 도는 이와 같을 따름이다.
대마도
는 경상도 계림(鷄林)에 예속되어 본래 우리나라 땅으로 문적에 실려 있어서 분명하게 상고할 수 있다. 다만 그 땅이 심히 작고 또 바다 가운데에 있어서 왕래가 곤란함으로 인해 백성이 살지 않았다. 이에 제 나라에서 쫓겨나서 돌아갈 곳이 없는 왜놈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서 소굴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틈을 타서 몰래 쳐들어와, 백성들을 협박하고 노략질하며 전곡(錢穀)을 빼앗아 가고, 학살을 자행하여 남의 처자를 고아와 과부로 만들며, 남의 가옥을 불태워 없애는 등 흉포하고 극악한 짓을 한 지가 여러 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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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태조 강헌대왕(太祖康獻大王)
께서는 지극히 어질고 신무(神武)
의 조그마한 무리를 섬멸하는 것은, 마치 태산(泰山)으로 달걀을 누르고, 맹분(孟賁)
께서 문덕(文德)을 펴고 무위(武威)를 거둬들여 은혜와 신의로 회유하는 도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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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처럼 놀라운 무용(武勇)을 지님
하여 하늘의 밝은 명령에 응하여 나라를 세웠는데, 저자거리도 바뀌지 않고 대업이 이미 안정되었다. 성⋅탕과 무왕(武王)의 성덕(盛德)으로도 어찌 이보다 더할 수 있겠는가. 국세가 크게 떨치고 병력이 막강하여 바다와 산악도 관통할 수 있고, 하늘과 땅을 날고 뛸 수도 있었는 바 우람하고 성대하여 무릇 혈기가 있는 자 중에 두려워서 굴복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이 시기에 한 편장(褊將)
대장의 아래에 딸린 부하 장수
에게 명하여 대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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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역사(力士)
과 하육(夏育)
중국 전국시대 위(衛)나라의 역사(力士)
이 어린아이를 치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우리 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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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통을 이어 즉위한 이래로 선왕의 뜻을 이어서 더욱 무마하고 불쌍히 여기었다. 이에 비록 간혹 노략질이나 공손치 못한 짓을 하였으나, 도도웅와(都都熊瓦)
에 보낸 것도 해마다 수만여 석에 달하였다. 그만하면 그 형체를 길러 굶주림을 면할 수 있고, 그 양심을 키워서 절도 행위를 부끄럽게 여겨 천지간에 함께 살 수 있을 만하였는바,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근자에 와서 은혜를 잊고 의리를 거역하며 스스로 화의 근원을 만들어 멸망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에 귀화하였거나, 장사와 통신(通信)을 목표로 하여 온 자나 근래에 위풍을 바라보고 항복해 온 자는 모두 죽이지 않고 여러 고을에 나누어 살게 하고, 옷과 음식을 주어서 그 목숨을 보전하게 하였다. 그리고 또 변방 장수에게 명하여 병선을 거느리고 나가 그 섬을 포위하여, 땅을 휩쓸어서 항복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 섬사람들이 아직도 고집하고 깨닫지 못하니, 내가 심히 민망히 여기는 바다.
대마도주 종정성(宗貞盛)
의 아비 정무(貞茂)가 덕의를 사모하고 충성을 바친 것을 생각하여, 죄를 범하여도 관계하지 않았으며, 신사(信使)를 접대할 때마다 관사를 주어 머무르게 하고, 예조에게 명하여 후하게 위로해 주게 하였다. 그러고는 또 생계가 어려움을 생각하여 상선(商船)의 왕래를 허하였으며, 경상도의 쌀과 조를 대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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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인구가 아마도 수천 명이 될 터인데 그 생계(生計)를 생각하면 참으로 측은하다. 섬 속의 땅이 대부분 돌산으로 비옥하고 넓은 땅이 없어서 곡식을 심을 곳이 없는 탓에 틈을 타서 몰래 침입해 남의 재물과 곡식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대개 평소부터 죄악이 극도에 달하여 유계(幽界)
저승
에서는 천지 산천의 신명이 재앙을 내리고, 양계(陽界)
이승
에서는 좋은 말과 큰 배와 예리한 병기와 강한 군사로 수륙(水陸)의 방비를 지극히 삼엄하게 하니 어디 간들 주륙이 되는 근심을 면하겠는가. 다만 생선을 잡고 미역을 따고 매매하는 일이 생계의 바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미 은혜를 배반하고 의리를 등졌다. 이는 제 스스로 끊은 것이요, 내가 먼저 끊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이 세 가지를 잃어버리면 굶주림을 면치 못하여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니, 이 점에 대해서 계책을 세우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선뜻 뉘우치고 깨달아 다시 몰려와서 항복한다면 도도웅와는 좋은 벼슬과 후한 녹을 줄 것이고, 그 부하 관원들은 평도전(平道全)
대마도주 종정무(宗貞茂, 소 사다시게)의 부하였다가 귀화하여 관직으로 사재감 소감을 받음
의 예(例)와 같이 하겠으며, 그 나머지 하찮은 무리도 역시 모두 의복과 양식을 넉넉히 주고, 비옥한 땅에서 거처하며 농사 지어서 나온 이익을 얻게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백성과 똑같이 보고 똑같이 사랑하여, 도적의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며 의리가 좋은 것임을 모두 알게 할 것이다. 이것이 그 자신을 새롭게 하는 길이요, 살아 나가는 길일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려면, 온 섬의 무리들을 거느리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또한 무방한 일이다. 만일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내게 항복하지도 않고, 여전히 도적질이나 하려는 흉계를 품고 계속 섬에 눌러 있는다면, 마땅히 크게 병선을 준비하여 군량을 가득 싣고 가서 온 섬을 에워싸고 공격할 것이니, 시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그 속에서 자멸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또 용감한 군사 10만 명을 뽑아서 곳곳에서 쳐들어간다면, 주머니 속의 물건이 거처할 곳이 없어져서 반드시 부녀자 어린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땅에서는 까마귀 소리개의 밥이 되고, 물에서는 고기와 자라의 배를 채울 것이 의심 없는 일이다. 그러니 어찌 깊이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는 화가 오고 복이 되는 길이 뚜렷이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아득하여 추측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화복이란 모두 자신이 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열 집 밖에 없는 고을에도 반드시 충신(忠信) 한 사람이 있다”라고 하였다. 지금 대마도
온 섬사람들도 모두 타고난 착한 성품이 있으니, 어찌 시세를 알고 의리를 깨달은 자가 없겠는가. 병조는 대마도
에 공문을 보내 나의 지극한 소회를 유시하여 스스로 새롭게 되는 길을 열어 주고 멸망의 화를 면하게 하여, 나의 생민(生民)을 아끼는 뜻에 부응하게 하라.
'대마도'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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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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