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의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1858~1916)과 일본 정부의 특명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 1860~1939) 명의로 강제 체결된 조약이다. 조약문에는 제목이 비어 있는데, 이 조약을 두고 ‘을사늑약’, ‘을사보호조약’, ‘제2차 한일협약’ 등의 명칭으로 부른다. 체결의 강제성과 불법성, 부당성을 용어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을사늑약’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이 조약으로 인하여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각국에 설치하였던 재외공관을 폐지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외교에 관한 사항을 관할하는 직책으로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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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새로 만들고, 대한제국 황제 아래에 두도록 하였다. 초대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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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한국에 부임한 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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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을사늑약’ 조약 원본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 국문본(奎23051)은 기관명이 들어가지 않은 붉은색 괘지에 작성되어 있다. 일문본(奎23052)은 ‘재한국일본공사관(在韓國日本公使館)’이라고 찍힌 괘지에 담겨 있다. 일본 측이 소장한 해당 조약 원본은 외무성 외교사료관에 「한국 외교감리에 관한 일한협약」이란 제목으로 소장되어 있으며, 온라인으로 열람이 가능하다(Reference code : B13091013800).

러일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05년 4월 8일 일본 정부는 네 가지 조항으로 된 「한국 보호권 확립의 건」을 결의하였다. 이를 통해 대한제국의 대외 관계와 조약 체결, 재외 거주 한국인의 보호를 일본이 담당하고, 주차관(駐箚官)을 두어 시정 감독과 일본인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열강에게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는 것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서 ‘가쓰라(桂)-태프트(Taft) 밀약’, ‘제2차 영일동맹’ 등을 체결하였다. 이해 9월에는 ‘포츠머스 강화조약’까지 체결하여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이행해 갔다. 10월 27일에는 「한국 보호권 확립 실행에 관한 각의 결정」을 통해 “한국이 일본의 보호국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임을 열강이 묵인, 인정하였다고 하면서 대한제국에 대한 보호권을 확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8개 조항으로 된 보호조약 초안을 준비하였는데, 조약 체결 시한은 11월 초로 상정하였다.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경우 병력까지 동원하여 관철 시킬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11월 2일 하야시 공사가 먼저 서울로 들어와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였고,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1850~1924) 한국주차군 사령관은 증원된 일본군 병력을 궁궐 주위에 배치하였다. 11월 9일 입경한 특파대사 이토 히로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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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튿날 광무 황제를 알현하고 친서를 전달한 다음 조약 체결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토가 외교권을 일본에 위임하라면서 조약문을 들이밀었으나, 광무 황제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료들과 백성들의 의향도 물어보아야 한다면서 이토의 요구를 완강히 거절하였다. 11월 16일 이토는 조정의 대신들을 숙소로 불러 조약 체결이 필요함을 연설하였다. 그러나 대신들은 중대 사안이므로 국왕에게 상주하여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서 이토의 요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1월 17일 경운궁(慶運宮) 주변을 일본군이 포위한 가운데, 이토는 입궐하여 조정의 대신들 개개인에게 조약 체결의 찬반 여부를 물었다. 참정대신 한규설(韓圭卨, 1856~1930)은 반대하다가 수옥헌 협실에 감금당하였다. 어전회의에 참석했던 대신 8명 가운데 학부대신 이완용(李完用, 1856~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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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1870~1928),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1858~1916),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 1865~1919),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 1854~1934)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찬성 의사를 표하였다. 가결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후 이토는 통역관 마에마 교사쿠(前間恭作, 1868~1941) 등과 헌병들이 외부(外部)에 가서 대신 인장을 가져오게 한 다음, 18일 오전 1시를 넘겨 조약문에 날인을 하였다. 체결 과정에서 병력을 동원하여 황제와 신료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전권대신에게 체결 권한을 부여하는 정식 절차도 밟지 않았으며, 광무 황제의 재가와 비준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법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조약 체결의 효력이 이 시점부터 국제법적으로 원천 무효였는지, 아니면 1945년 8월 해방이 된 이후부터 무효가 되었는지를 두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체결할 때부터 한일 간에는 해석을 다르게 해 왔다(‘already null and avoid’가 어느 시점부터 유효한지의 문제). 한국 측은 강제성과 불법성 등을 근거로 하여 원천 무효라는 입장에 서 있다.

‘을사늑약’ 전문에는 “한국의 실질적인 부강을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구체적인 시점을 명기하지 않아 일본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제1조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 외무성이 접수하여 감독, 지휘할 것이며, 해외에 재류하는 한국민도 일본 외교관이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제2조는 대한제국과 다른 나라가 체결한 조약의 이행을 일본에서 책임지며, 향후 일본의 중개 없이 어떠한 조약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열강과 체결한 조약의 기득권은 인정하되, 대한제국이 새로이 조약을 체결할 권한을 박탈한 것이다. 제3조에서는 한국 황제 아래에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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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한 명 두는데,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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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교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면서 개항장에서 영사 업무를 대신할 이사관(理事官)을 둘 수 있도록 하였다. 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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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일본 천황에게 직접 예속하는 존재로,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삼아 운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제4조는 한국과 일본이 기존에 체결한 조약의 효력이 계속 유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내정 간섭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제5조는 일본 정부가 대한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을 보증한다는 내용으로, 원래 초안에는 없던 조항이다. 이것은 이토가 전달하였던 일본 천황의 친서를 거론하면서 황실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조약에 찬성 의사를 밝힌 신료들이 요구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