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한 일
육 년 전에 대한과 청국이 한 조약에 말하였으되 대한 장사가 북경 와서 장사를 한즉 청인도 양화진과 서울에 전을 버리게 허락하나 각색 물건을 가지고 내지에 들어가서 전을 버리고 팔지 못한다 하였더라. 이 조약을 인연 하여 한성 개시가 되어 청인들이 성내 아무 데나 살게 된즉 각국 사람들은 균첨 이익이라 하여 다 들어와 가옥을 사며 시전을 버리니 이것은 청국 북경이나 일본 동경에도 없는 일이요 또 대한에 이롭지 못한 일이라. 십여 년 전에 정부에서 한성 개시를 걷으려 하였으니 대한 일은 항상 말만 있고 일은 아니 하며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하는 고로 여러 번 하려 하되 되지 못하여 좋은 기회를 다 일어버려서 불과 몇 천원이면 결정할 일을 차일피일 하고 아니 하다가 지금 와서는 몇 백만원을 드려도 한성 철시는 못 될 터이니 정부가 백성의 이해를 이다지 돌아 보지 아니한 것을 분히 여기노라. 혹은 말 하되 성내 외국 사람이 많이 들어 오면 돈도 흔하여지고 대한 사람의 재조도 늘겠다 하나 돈과 재조가 좋건마는 얼마 못되어 도성 안이 모두 외국인의 집이 되고 대한 사람은 살 곳이 없이 되면 돈과 재조가 암만 있기로 무엇에 유익 하리오. 지금도 보면 성내 삼분지 일은 타국 사람의 물건이라 남대문 큰 길과 수표 다리 건너와 정동과 그 외 각 처 요긴한 자리에 청인과 일본 장사의 집이 날마다 늘어 가니 몇 해가 못 되어서 대한 도성은 청인과 일본 사람의 땅이 될 것이요 대한 사람은 겨우 쓸데 없는 구석에나 가서 몰려 있을 터이니 내 나라 도성에 내 나라 백성이 용납지 못하게 될 일은 세계에 부끄러울 일이요. 마음이 쓰리도다. 일본서는 백성도 대한 보다 총명하고 영악하고 정부도 대한 정부보다 강 하건마는 명치 원년에 외국인의 잡거(雜居)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고 삼십(三十)여 년을 백성들을 교육하여 타국인에게 지지 아니하게 된 후에야 겨우 잡거를 허락하려 하거늘 대한은 무식하고 잔약한 백성을 조금도 가르치지 아니하고 잡거를 허락하여서 도성이 미구에 타국 사람의 땅이 되고 대한 사람은 살 데가 없이 되게 만들어 놓으니 대한 정부 사람들은 무슨 염치로 그 백성의 세를 먹고 있는지 지금은 성내에 있는 외국 사람들을 가라 하여도 쓸데 없으니 한 가지 구차한 방약은 속히 거류지를 정하여 그 거류지 밖에나 다시 외국 사람들이 땅과 집을 사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을 터이니 정부 관원들이 밤낮 쓸데 없는 아문과 관원이나 내어 나라 월급이나 헛되이 먹기에 분주하지 말고 이 도성을 대한 도성으로 반쪽이라도 보전할 생각하기를 바라노라.
『독립신문』, 1898년 9월 23일, 「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