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료는 대한제국의 재정고문 메가타 다네타로(目賀田種太郞)가 주도하여 대한제국에서 유통되던 백동화(白銅貨)를 정리하기 위해 1905년(대한제국 광무 9년) 6월부터 실시한 화폐개혁 내용이다. 사료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동화 교환의 사무는 탁지부

'탁지부' 관련자료

대신이 감독한다. 백동화는 품질, 무게, 찍힌 문양, 모양을 보고 문제가 없는 것은 2전(錢) 5리(釐)의 비율로 교환한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백동화는 1전(錢)의 가격으로 정부에서 매입한다. 품질이 조악하여 화폐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교환의 대금은 제일은행권 및 일본 화폐로 한다. 화폐 교환소는 경성, 평양, 인천, 군산, 증남포로 한다.

1892년 조선은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은본위제(銀本位制)를 모델로 은화(銀貨)를 본위화로 하고 동화(銅貨)를 보조화로 하는 ‘신식화폐조례

'화폐조례' 관련자료

(新式貨幣條例)’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화폐발행을 위한 지금(地金)을 넘겨주기로 하였던 대판제동회사장(大阪製銅會社長) 마쓰다 노부유키(增田信之)가 양도를 거절하면서 화폐의 주조가 중단되었다. 그러다 1894년 갑오개혁 당시 다시 ‘신식화폐발행장정(新式貨幣發行章程)’을 통해 은본위제를 실시하고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켰다.

그러나 당시 조선 정부는 본위화인 5냥 은화를 충분히 주조할 수 있는 은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따라서 본위화보다는 보조화의 발행에 치중하게 되었다. 특히 환궁 이후 고종은 황제권 강화정책을 실시하면서 많은 재정이 필요하였고, 부족한 재정을 주조비용보다 명목가치가 높았던 백동화(白銅貨)를 발행하여 매워갔다. 그 결과 1904년까지 백동화는 총 1,674만 여원이 주조되었고, 이밖에 백동화는 사주(私鑄)나 묵주(默鑄)도 성행하여 이를 포함하면 총 2,300만 여원의 백동화가 시중에 유통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백동화가 가진 또 하나의 문제는 좁은 유통지역이었다. 당시 백동화는 주로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를 중심으로 유통되었다. 반면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지방에서는 엽전이 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고종은 백동화의 유통지역을 확대하여 백동화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우선 평양(平壤)에 풍경궁(豐慶宮)을 건설하고 진위대를 증설하면서 비용을 백동화로 지출하였다. 또 1901년 흉작이 발생하여 경인지역에 미곡이 부족하자 백동화를 가지고 평안도 지역에서 미곡을 구입해 경인지역에 공급하였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경인지역의 백동화 과잉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동화는 충청도, 황해도, 평안도의 일부에서만 유통되었을 뿐, 유통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 결과 백동화는 늘어나는 공급량에 따라 실질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그 결과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1876년 개항 당시 28만 엔에 불과하였던 조선의 무역량은 1894년에는 약 814만엔으로 거의 29배가 늘었고, 1905년에는 약 3,886만 엔으로 138배, 1910년에는 약 5,860만 엔으로 209배가 늘어났다. 이처럼 무역량이 늘어남에 따라 상품의 거래가 크게 늘어났고, 기존에 조선 내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양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또 원만한 거래를 위해서는 국내 상품의 유통을 위한 엽전, 당오전, 당백전, 백동화와 같은 한전(韓錢) 뿐만 아니라 외국 상품의 수입을 위해 금본위제나 은본위제에 입각한 외국 화폐 즉 엔화나 멕시코 은화 등도 필요하였다. 즉 개항 이후 당오전이나 당백전, 백동화와 같은 화폐가 새로 주조되고 일본 엔화를 비롯하여 멕시코 은화 등의 외국 화폐가 유통되었던 것은 이러한 무역량의 증대에 따른 화폐량의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식화폐발행장정’에서 동량동질(同量同質)의 외국화폐의 유통을 허용하였던 것도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백동화를 비롯한 한전(韓錢)의 수요는 계절적으로 변동이 컸다. 당시 조선은 쌀을 주로 생산하던 농업국가였고, 1892년 이후 조선의 무역을 주도한 상품도 역시 쌀이었다. 당시 상인들은 추수를 전후하여 내륙 생산지에서 쌀을 구입해 개항장에서 판매하였고, 그 돈을 가지고 면직물 등의 수입품을 구매해 국내에 공급하였다. 따라서 추수 이후 쌀이 본격적으로 개항장으로 실려오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가장 무역이 활발한 시기였고, 이때 거래를 위한 한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반면 농번기가 시작되어 생산지에서 미곡의 매매가 줄어들고 미곡 수출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한전의 수요가 함께 줄어들었다. 따라서 백동화의 가치는 계절적으로 변동이 매우 심하였다.

따라서 서울과 인천지역의 일부 대자본가들은 대한천일은행과 같은 은행을 활용하여 백동화의 유통을 조절하면서 계절에 따른 가격차이를 이용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역량에 따른 수요의 증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백동화의 급격한 가치 변동은 무역상품의 매매에 많은 혼란을 야기하였다. 특히 한상(韓商)과의 거래에서 백동화가 반드시 필요했던 일상(日商)들은 그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에 일본 측은 제일은행권(第一銀行券)

'제일은행권(第一銀行券)' 관련자료

을 유통시켜 백동화를 대체함으로써 이러한 불편을 타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백동화의 발행을 통해 재정의 상당부분을 운영하고 있었던 고종이나 백동화 유통을 조절하여 이윤을 보고 있었던 조선인 대자본가들은 이러한 시도에 크게 반발하였다. 더 나아가 고종은 1901년에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화폐조례

'화폐조례' 관련자료

(貨幣條例)’를 발표하여 화폐발행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고 제1차 한일협약이 체결되면서 크게 변하게 된다. 제1차 한일협약에 따라 대한제국에 재정고문으로 부임한 메가타 다네타로가 1905년 1월 ‘화폐조례

'화폐조례' 관련자료

(貨幣條例) 실시에 관한 건’을 공포하고 화폐개혁을 본격화한 것이다. 메가타의 화폐개혁은 백동화를 정리하고 이를 제일은행권

'제일은행권' 관련자료

혹은 일본 화폐로 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였다. 이 ‘구 백동화 교환에 관한 건’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조치이다. 백동화의 교환은 1905년 7월부터 시작되었는데 교환기간은 1년이며 6개월 동안 백동화로 납세를 허용하였다. 백동화와 신화폐는 2/1의 비율로 교환되었고 서울, 평양, 인천 등 상업이 발달한 지역의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다만 모든 백동화가 교환된 것은 아니었다. 당국에서는 백동화의 품질을 갑·을·병으로 구분하여 갑종과 을종은 교환하고 품질이 조잡한 병종의 백동화는 교환을 거부하였다. 그 결과 총 394만 여원의 백동화가 폐기되었으며, 이는 대부분 한국인이 소유한 것들이었다. 이처럼 백동화는 명목가치의 1/2만 인정을 받은 데다가 상당수의 병종 백동화는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한국인에게 전가되었다. 결국 막대한 화폐가치가 화폐정리라는 명분에 따라 증발하였고, 많은 수의 한상들이 자금부족 즉 전황(錢荒)에 시달리게 되었다. 폐업하는 상점이 속출하였으며, 심각한 경우는 자살을 택하는 상인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