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의안은 갑오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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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인 1894년 6월 25일(음력) 설치된 군국기무처가 내놓은 개혁안이다. 군국기무처는 의정부 이하 각 아문의 관제를 개정하는 안을 제시하고, 이어 6월 28일(음력) 전통적인 신분제를 포함한 사회개혁안을 상정하여 고종의 재가를 받았다.

먼저 신분제를 개혁하자는 요구는 동학농민군이 요구한 폐정개혁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동학농민군의 신분제 개혁 요구도 조선 후기부터 진전되어 왔던 신분제의 해체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과 함께 농민군 사이에 퍼져 있던 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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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평등사상이 신분 관념을 깨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조선정부는 신분제를 포함한 농민들의 개혁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정부는 교정청을 세우고 개혁을 실시하기 시작했으나 6월 일본군이 불법적으로 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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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점령한 후에는 김홍집을 비롯한 개혁 세력이 정권을 잡고 군국기무처를 통해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6월 28일 군국기무처 ‘의안’에서 통과된 총 12개 개혁 항목 중 신분제 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벌(門閥),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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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兩班)과 상인(常人)들의 등급을 없애고 귀천에 관계 없이 인재를 선발하여 등용한다”, “공노비(公奴婢)와 사노비(私奴婢)에 관한 법을 일체 혁파하고 사람을 사고파는 일을 금지한다”, “비록 평민이라도 나라에 이롭고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의견이 있으면 군국기무처에 글을 올려 회의에 부친다” 등이다.

이는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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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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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차별 철폐와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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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차별, 즉 문벌 위주로 관료를 임용하던 관행을 철폐하고, 신분에 관계 없이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 공사 노비 제도를 폐지하고, 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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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해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문관과 무관의 높고 낮은 구별을 폐지하고 단지 품계(品階)만 따르며 별도로 서로 만났을 때의 의례를 정한다”는 조치는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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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에서 관습적으로 행해져 왔던 ‘문존무비(文尊武卑)’를 공식적으로 혁파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개혁안에 이어 7월 3일과 12일 의안에서는 ‘문과’와 ‘무과’제도를 페지함으로써 전통적인 문무관 관리선발제도였던 과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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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완전히 폐지하였다. 이러한 신분제와 과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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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는 기존의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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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사회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즉 과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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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이후 관료를 선발하는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었고, 경전 중심의 전통적인 유학교육을 대신하여 근대적인 학교교육이 실시되었다.

신분제 폐지, 특히 공사노비의 폐지는 고대 사회 이래로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신분제의 기본틀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신분제를 바탕으로 성립된 중세 봉건 사회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동학농민군을 비롯해 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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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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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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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이러한 개혁안을 반겼으나 향촌 사회에서는 노비제 폐지를 둘러싼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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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노비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졌다. 개혁 조치에 대한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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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반발에 직면한 갑오정권은 8월 10일, 노비와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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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신분 투쟁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국기무처 ‘의안’에 규정된 개혁안에 대해 ‘관문(關文)’을 발표하였다. 즉 “공사노비의 제도는 일체 혁파하고 사람을 사고 파는 일을 금지한다는 일조는 곧 체휼(體恤)의 의미였다. 압량위천(壓良爲賤)하여서 세세토록 노비역을 지는 것을 금지한 것이지, 이미 판매된 자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노비제를 폐지하는 것은 자비를 베푸는 조치이며, 양인을 강제로 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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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만들어 노비를 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의도이며, 이미 노비로 판매된 자를 해방시키는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판매된 노비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노비로 유지될 수 있다고 해석하여 향촌에서 일어나는 급진적인 신분해방투쟁과 사회 갈등을 막고자 했다.

군국기무처는 신분제 폐지와 함께 다른 사회 관습의 개혁안도 제시했다. 연좌제 폐지, 적자와 서자의 차별 폐지, 조혼 관습 폐지, 과부의 재혼 허용 등 가족제도와 관련된 사회관습을 개혁하고자 했다. 먼저 연좌제 폐지는 인권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개혁이었다. 또 적자와 서자의 차별도 인권 문제이자 관리 등용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었다. 조선 후기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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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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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과거에 응시하게 해 달라는 허통 운동(許通運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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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또 종래 과부의 재가를 허용하지 않는 관습은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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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을 중심으로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유지하는 수단이었으나,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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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일반 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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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게까지 보편화되었던 관습이었다. 조혼 관습은 일찌감치 혼인을 통해 자손과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행해졌던 관습이었다. 또 신분과 관직에 따라 달랐던 의복 제도는 지배층에게는 권위의 상징이었고 피지배층에게는 신분적 제약의 상징이었다.

갑오정권이 의결한 신분제와 사회관습 개혁안은 동학농민군이 요구했던 폐정개혁안을 수용하는 동시에 근대적 개혁을 추진하여 근대국가를 수립하고자 했던 개혁 관료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