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진보되어 가는지 안 가는지 첫째 보이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자기들의 백성된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 우리가 백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만 벼슬 아니 하는 사람만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은 모두 그 나라 백성이라. 백성마다 얼마큼 하나님이 주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는 아무라도 빼앗지 못하는 권리요 그 권리를 가지고 백성이 백성 노릇을 잘하여야 그 나라 임금의 권리가 높아지고 전국 지체가 높아지는 법이라. 조선 백성들은 수백년을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압제를 받아 백성의 권리라 하는 것은 당초에 다 잊어버렸고 또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지라. 그런고로 나라 지체가 낮아져 오늘날 외국에 견모(見侮, 업신여김을 당함)를 하고 수치를 받으며 이렇게 망신을 하면서도 분해하는 사람들도 없는지라. 밤낮 경영은 남이 우리나라 사람을 업신여기고 천대를 하며 나라에 흥망이 남의 나라에 달렸어도 그저 구습을 가지고 자기나라 사람을 종시 박대하고 압제하여 죽어가는 백성들을 점점 더 못살게 할 경영이요 완고한 생각으로 벼슬이나 도모하고 남의 재물이나 탈취할 경영을 하니 어찌 한심하지 아니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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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조선 백성을 불쌍히 여기사 일본과 청국 사이에 싸움이 생겨 못된 일 하던 청인놈들이 조선서 쫓겨 본국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것은 조선에 천만 번이나 다행한 일이라. 청인놈들이 쫓겨 간 후에 하등 일본 사람들이 조선에 많이 와 청인의 하던 버르장이를 또 시작하여 조선 사람들을 욕하고 때리고 능멸히 여기는 일이 많이 있어 조선과 일본 사이에 정의가 없어진 일이 많이 있고 양국 간 교제에 큰 해가 있는 고로 일본 정부에서 8월 변(명성황후 살해 사건) 이후로는 못된 일본 사람들을 모두 불러가고 다시 이런 하등 사람들은 조선에 도로 오지 못하게 한 까닭에 조선에 있는 일본 사람들이 조선 사람을 대하여 연전과 같이는 대접을 아니 하나 속에 조선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은 그저 없어지지 아니 하였는지라. 이것은 온통 일본 사람만 나무라지 아니할 것이 조선 사람들이 업신여김을 받지 안하도록 일을 하고 행신(行身)을 하였을 것 같으면 누가 업신여기리요. 업신여기는 것은 나무랄 수 없으나 때리는 것과 욕하는 것은 야만의 일이라. 다행히 일본 정부에서 이 못된 사람들을 못 오게 한 까닭에 양국 간에 매우 유조(有助)한 일이 많이 있고 또 여기 있는 일본 관인들과 일본 상민들이 조선 사람을 때리고 욕하는 것은 그르게 여겨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을 엄히 다스린다 하니 이것은 개화상에 매우 유조한 일이라. 그러하니 근일에 혹 하등 일본 사람들이 혹간 이런 버릇을 한다는 말이 들리니 이것은 일본 공사에게나 영사에게 기별하여 그 일본 사람을 엄히 다스리게 하거드면 일본 정부에서도 좋아할 터이요 조선 백성의 권리에도 크게 다행한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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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국에 있는 인민들이 서로 조선 백성의 권리를 보호하여 줄 것 같으면 남의 나라 사람들이 조선 사람을 대하여 실례만 아니 할 뿐이 아니라 업신여기는 마음이 없어질 것이니 어찌 피차에 유조한 일이 아니리요. 전국 인심이 이렇게 될 지경이면 다만 외국 사람에게만 업신여김과 무례한 일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조선 사람한테도 박대를 받지 아니할 터이니 이것을 보거드면 남의 권리를 보호하여 주는 것이 곧 내가 내 몸을 보호하는데서 다름이 없는지라. 그리하기에 자주독립을 하려면 먼저 백성의 권리부터 보호할 생각들을 하시오.
「론셜」, 『독립신문』, 1897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