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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 신라의 첫 임금이 되다

<나정(경북 경주시)>   

신라의 첫 이름은 사로국(서라벌)이었어요. 사로국은 지금의 경주시 전체를 합친 정도 크기의 작은 나라였어요. 사로국 이전에는 고조선이 멸망한 이후 북쪽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산골짜기 이곳저곳에서 여섯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어요. 여섯 마을은 각각 여섯 촌장이 다스렸지요. 그러다가 여섯 마을이 합쳐져 사로국이 만들어졌어요.

어떻게 사로국이 만들어졌을까요? 다행히 이 때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답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박혁거세의 탄생

어느 날 여섯 촌장은 양산촌을 흐르는 냇가 언덕에 모여 회의를 열었어요. 임금이 따로 없었던 때라 여섯 촌장이 모여 중요한 일을 결정하곤 했어요. 양산촌의 촌장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어요.

“백성들이 잘못된 생각으로 제멋대로 행동하니 어찌 하면 좋을까요?”

“마을마다 법도가 서로 달라 벌어진 일입니다.”

“맞습니다. 덕이 있는 분을 찾아 임금으로 삼고 나라를 세워 법도를 세워야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여섯 마을의 모든 백성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분을 어떻게 모실 수 있을까요?”

여섯 촌장은 이런 생각 저런 의견을 제시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나정(우물) 옆 수풀 속에서 이상한 기운이 번개처럼 뻗치면서 말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여섯 촌장은 말 울음소리에 이끌려 숲 속으로 갔어요. 숲 속에서는 흰 말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시늉을 하더니 하늘로 올라가는 게 아니겠어요. 말이 있던 자리에는 큰 알이 한 개가 놓여 있었어요. 알을 깨보니 거기에 튼튼한 사내 아기가 들어있었어요.

“응애! 응애! 응애!”

“아니 이런 일이 다 있나? 알에서 아기가 태어나다니 이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닐세.”

촌장들은 아기를 안아 냇가에서 몸을 닦아 주었어요. 그러자 아기의 몸에서 광채와 향기가 나고 아기 주변으로 새와 짐승들이 몰려와 춤을 추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 모습을 기이하게 여긴 한 촌장이 말했어요.

<여섯 촌장과 박혁거세>   

“우리의 소원을 알고 하늘이 임금을 주신 것이에요. 이 아기를 임금으로 모십시다.”

“어진 인물을 모셔 나라를 세우라는 옛말이 있으니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좋소이다.”

태어난 알이 큰 박과 닮아서 성을 박씨로 삼았고,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혁거세라 지었어요. 여섯 촌장은 아기를 거두어 정성을 다해 길렀어요. 아기가 10여 세가 되자 매우 똑똑하고 재주가 뛰어났어요. 13세가 되자 여섯 촌장은 임금에 해당하는 거서간으로 모셨어요. 천 년 동안 계속될 신라의 첫 번째 임금은 이렇게 탄생했어요.

알영, 신라의 첫 번째 왕비가 되다.

<계룡과 알영>   

『삼국유사』에는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에 대한 이야기가 전하고 있어요.

박혁거세가 태어나던 해에 알영정에 계룡이 나타났어요. 이 계룡은 머리는 닭을, 몸은 용을 닮았는데, 왼쪽 옆구리로 여자 아기를 낳았어요. 이때 우물로 물을 길러 온 한 할머니가 이 여자 아기를 받았지요.

“계룡이 아기를 낳다니... 아기는 건강한데 흉측하게 입술이 닭의 부리를 닮았네!”

아기의 모습에 놀란 할머니는 아기를 안고 월성 북쪽의 냇가로 가서 몸을 씻겼어요. 그러자 아기의 입에서 부리가 떨어지고 예쁜 입술이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아기의 이름을 우물의 이름을 따서 ‘알영’이라 지었어요. 그리고 궁을 짓고 박혁거세와 알영을 모셔 함께 길렀어요.

박혁거세는 왕이 되자 알영을 왕비로 맞아들였어요. 두 사람은 백성들을 덕으로 다스렸어요. 백성들에게는 농사와 누에치기를 장려하여 땅에서 많은 것을 얻도록 하였어요. 백성들도 어진 임금을 본받아 사로국은 다툼이 없고 도둑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박혁거세와 알영, 오릉에 묻히다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박혁거세가 몸이 쇠약해져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박혁거세의 몸이 홀연히 하늘로 올라갔는데, 8일 후에 몸이 나뉘어져 땅에 떨어진 거예요. 그리고 지아비를 잃고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리던 알영 왕비 역시 왕을 따라 세상을 떠났어요.

“아이고! 아이고! 어진 임금님께서 갑자기 떠나시다니...”

“왕비께서도 어찌 그리 빨리 떠나신단 말입니까!”

“나라를 지키던 두 성인을 모두 잃었으니 우리 백성들은 어찌 살란 말인가!”

왕과 왕비를 모두 잃은 백성들은 슬퍼하며 둘을 함께 장사지내려 했어요. 그러나 큰 뱀이 나타나 사람들이 무덤 만드는 일을 방해했지요. 사람들은 뱀을 두려워하여 박혁거세의 몸이 흩어져 떨어진 곳에 여러 무덤을 만들어 장사를 지냈어요. 이 곳이 바로 지금의 경주 오릉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뱀이 무덤을 지킨다고 해서 뱀 사 자(蛇)를 써서 사릉이라고도 불렀답니다.

<경주 오릉>   

건국 이야기에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그 신비한 이야기들에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지요. 박혁거세 이야기 속 우물은 여섯 마을이 농경을 중시하는 사회였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가 나라를 세웠다는 것은 고구려 주몽이나 가야의 김수로의 건국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뜻해요. 물론 진짜로 하늘에서 내려왔다기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박혁거세 신화는 혈통 중심의 작은 사회가 연합해 하나의 큰 나라로 뭉쳐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박혁거세라는 인물이 나정을 중심으로 나라를 세우고 세력을 넓혀 여섯 마을을 아우르고, 그리고 점차 강력한 사로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이야기로 남긴 것은 아닐까요?

[집필자] 신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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