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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살수에서 수를 물리치다

<전쟁기념관(서울 용산구)>   

그대의 신기한 전략은 하늘의 이치를 알았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깨달았구려.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크니
여기에 만족하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어떠하오.

을지문덕은 고구려를 침략한 수의 장수 우중문에게 한가롭게 시를 써서 보냈어요. 전쟁이 한창일 무렵이었어요. 시에 담긴 을지문덕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고구려, 수 113만 대군의 침략을 받다

중국은 한나라가 멸망한 이후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었어요. 수는 분열되었던 중국을 300여 년 만에 다시 통일하였지요. 중국을 통일한 수는 나라를 안정시켜 가면서 강한 나라를 만들어 갔어요. 나라가 안정되자 수는 주변의 여러 나라를 지배해 나갔어요. 돌궐과 멀리 베트남까지 지배할 수 있었지만 고구려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수는 눈의 가시와 같았던 고구려를 없애기 위해 전쟁을 선택하였어요. 수나라 황제가 말했어요.

“하찮은 고구려가 어리석고 불손하게도 우리 수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지금 명령을 내리니 출정하여 오만한 고구려를 번개같이 쓸어버려라.”

612년, 수 황제는 고구려 공격을 명령하였어요.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해 떠난 수나라 군대는 모두 113만 명에 달했어요. 군량 등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그 배나 되었지요. 매일 군대를 이어서 보냈는데 40일만에야 출발이 완료될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의 규모였어요. 군대의 대열이 끝없이 이어졌는데, 그 길이가 무려 960리(약380km)에 이를 정도였다고 해요.

고구려, 요동에서 수나라에 맞서다.

마침내 수의 군대가 요하를 건너 요동성에 도착했어요. 고구려군이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키자 수나라 군대는 성을 겹겹이 포위하였어요. 그리고 당시 가장 발달한 공성 무기들을 사용해 요동성을 공격하였어요.

수의 군대는 맹렬하게 공격했지만 요동성의 고구려군과 백성들은 효과적으로 잘 막아냈어요. 요동성이 오랫동안 함락되지 않자, 수나라 황제는 베주머니 백만여 개를 만들어 보냈어요. 그 베주머니에 흙을 채우고, 그것을 쌓아올려 성의 높이와 같게 해 공격하게 하였어요. 그러나 이 방법으로도 요동성을 함락시킬 수는 없었어요.

<고구려군의 항전>   

요동성에서 몇 달간 발목이 잡힌 수나라 대군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이었어요. 수 황제는 많은 수의 병사들을 동원한다면 빠른 기간 안에 고구려의 항복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요.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전쟁이 길어지면서 식량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거예요.

수 황제는 어쩔 수 없이 요동성을 돌아서 평양성을 직접 공격하기 위한 별동대를 만들었어요. 수나라 별동대는 약 30만 명 정도였어요. 여유가 없었던 수나라 별동대는 보급 부대 없이 군사들 각자가 100일치 식량을 짊어지고 평양성 공격에 나섰어요.

을지문덕, 수 별동대를 유인하다

수 30만 별동대가 압록강에 도착했어요. 수 별동대의 빠른 이동에 당황한 고구려는 긴급 회의를 열었어요. 고구려 영양왕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자 을지문덕이 이에 답을 하였어요.

“적의 선봉대가 벌써 압록강에 도착했다는 급한 소식이 왔소. 이를 어쩌면 좋겠소?”

“폐하! 소장이 직접 적진에 들어가 적의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장군이 적진에 간다면 적장은 분명 장군을 가둘 것이요. 어찌 한 나라의 대장군을 그리 쉽게 적에게 넘겨준단 말이오?”

“먼 길을 급히 달려온 적은 분명 지쳐있을 것입니다. 적의 약점을 알면 반드시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 허락해 주소서!”

간신히 왕의 허락을 받은 을지문덕은 거짓으로 항복하여 수군 진영으로 갔어요. 보급 부대 없이 먼 길을 급히 온 수의 군사들은 배고프고 지친 기색이 분명했어요.

<수의 침입로>   

이보다 앞서 우중문은 수나라 황제의 명령을 받았어요.

“만일 왕이나 을지문덕이 오게 되면 반드시 그를 사로잡으라.”

우중문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을지문덕을 붙잡아 두려고 했어요. 그러나 부하 장수가 나서서 강하게 말렸어요.

“항복을 하러 온 적장을 붙잡는 것은 이전 역사에는 없던 일입니다. 장군! 도리를 지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하 장수의 말에 마음이 약해진 우중문은 고민에 빠졌어요. 게다가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항복을 약속하자 어쩔 수 없이 을지문덕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수 군영을 빠져나온 을지문덕은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로 돌아갔어요. 우중문은 눈앞에서 고구려 최고의 장수를 놓친 걸 두고두고 후회했어요. 을지문덕을 풀어준 수 군대는 압록강을 건너 고구려군을 쫓기 시작했어요.을지문덕은 수 군사들이 지쳤다는 걸 간파하고 그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매번 싸울 때마다 쉽게 져주며 평양 쪽으로 도망을 갔지요. 우중문은 하루 동안에도 7번 싸워 모두 이겼고, 승리에 취해 을지문덕의 계책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수나라 군대는 살수(청천강)를 건너 평양성으로부터 30리 떨어진 곳에 도착해 군영을 세웠어요. 이때 을지문덕은 우중문에게 시 한편을 보냈어요.

그대의 신기한 전략은 하늘의 이치를 알았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깨달았구려.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크니
여기에 만족하고 전쟁을 멈추는 것이 어떠하오.

을지문덕의 시는 우중문을 희롱하고 비꼬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나 우중문은 많은 승리에 취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게다가 우중문은 답장을 보내 을지문덕을 타이르기까지 했어요.

수 대군이 싸울 때마다 승리하며 평양성 코앞까지 왔다.
고구려의 운이 다했으니 예를 갖춰 항복을 하라.
그러면 그대의 왕과 신하들의 목숨만은 보존해 줄 것이다.

을지문덕은 다시 우중문에게 편지를 써 보내 다시 한 번 항복을 약속했어요.

만약 장군께서 군사를 돌리신다면 마땅히 왕을 모시고
수 조정에 들어가 황제를 뵙겠습니다.

우중문은 오랜 전투로 군사들이 지친 것을 보고 고구려군과 다시 싸우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했어요. 또한 평양성이 높고 험하여 함락시키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였지요. 마침 을지문덕이 항복한다는 약속은 우중문에게 군대를 돌릴 명분을 만들어 주었어요.

을지문덕, 살수에서 수 별동대를 물리치다

수 군대는 진영을 갖추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을지문덕은 수 별동대를 가만 두지 않았지요. 기화를 놓치지 않고 군사를 보내 돌아가는 수 별동대를 사방에서 공격하게 하였어요. 수 군사들은 싸우고 행군하기를 반복하면서 더욱 지쳐갔어요.

고구려군에게 쫓겨 수 군대가 살수(청천강)에 이르러 강을 반쯤 건넜을 때였어요. 을지문덕의 명령을 받은 고구려군이 수 군대의 뒤쪽을 공격하였어요. 수 군대의 앞과 뒤가 잘리고, 많은 군사가 강물을 건너는 도중에 공격을 받자 수 군대의 진영이 흐트러져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줄을 지어 질서 있게 움직이던 행렬이 일단 무너지자 당황한 수 군대는 싸울 힘을 잃고 허둥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하나둘씩 고구려군의 칼날 아래 하나둘식 쓰러졌어요. 살수 주변으로 수 군사들의 비명소리가 가득했어요.

<을지문덕과 살수대첩>   
전쟁기념관

수 별동대는 순식간에 많은 병사를 잃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어요. 살아남은 장수와 군사들은 고구려군의 추격을 피해 모두 북쪽으로 도망치기에 바빴지요. 하루 밤낮 동안 도망쳐 압록강에 도착했는데 그 거리가 450리(177km)나 되었어요. 수 군사들이 얼마나 다급하게 도망을 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죠.

처음 수 별동대가 압록강을 건넜을 때 군사가 약 30만 명이었는데, 요동성에 되돌아온 군사는 단지 2천 7백 명에 불과했어요. 수많은 갑옷과 창검, 군수 물자를 모두 잃고 난 후였지요. 별 성과 없이 몰살을 당하고 돌아온 별동대를 보자 수 황제는 크게 화를 냈어요. 그리고 간신히 살아 돌아온 장수들을 쇠사슬에 묶어 수로 돌아갔어요.

고구려는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수의 침략을 받았어요. 물론 그때마다 고구려는 모든 백성들이 힘을 모아 수의 침략을 물리쳤지요. 여러 차례의 고구려 원정에 실패한 수는 고구려 원정 때문에 나라의 곳간이 텅텅 비고, 황제의 잘못된 통치에 반대해 일어난 반란으로 일어나 결국 멸망하고 말았답니다.

[집필자] 신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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