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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선, 화포로 왜구를 무찌르다

<진포대첩기념탑(전북 군산시)>   

“그 많던 왜선이 순식간에 파괴되어 가라앉아 버렸다면서!”

“그렇다더군. 하늘은 까만 연기로 가득했고, 왜구는 거의 다 타죽거나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군.”

“하!하!하! 기세좋던 왜구도 화포 앞에선 꼼짝을 못하는구나.”

화포를 이용해 순식간에 왜구를 물리친 사람은 누구일까요? 화포의 위력은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왜구의 침입으로 백성들이 고난을 받다

고려 후기 원의 간섭에 벗어나 개혁을 추진하던 공민왕의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졌어요. 바로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이었지요. 우왕 때에는 왜구에 의한 피해가 더욱 극심해져 14년 동안 378회의 침입을 받기도 하였어요.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까지도 큰 피해를 입었지요. 남쪽과 서쪽 해안을 따라 올라오던 세금이 왜구에게 막히는 일이 많아 나라 살림은 더욱 어려워졌어요.

1380년 왜구의 배 500척이 전라도 진포(지금의 군산)에 침입하였어요. 왜구는 진포에 배를 묶어 두고 해안에 상륙하였어요. 그리고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다니며 노략질을 하였어요. 마을에 불을 질러 파괴하고, 고려 백성들을 마구 죽였어요. 사람들의 시체가 산과 들을 덮을 지경이었어요.

물론 왜구가 납치한 고려 사람들도 적지 않았어요. 또한 왜구가 약탈해 간 곡식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들의 배로 운반하면서 땅에 흘린 곡식의 두께가 한 자(약 30cm) 정도나 되었다고 해요. 일찍이 왜구가 우리나라에 침입한 이래 이 같이 잔인하고 큰 피해를 준 적은 없었어요.

<고려말 왜구의 피해를 입은 지역>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크게 물리치다

고려 조정에서는 나세, 최무선 등을 책임자로 삼아 진포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치도록 하였어요. 그리고 이 전투에서 처음으로 최무선이 개발에 성공한 화약과 화약 무기를 시험하고자 하였어요. 고려의 전함은 비록 100여 척에 불과해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고려의 배에는 최무선이 개발한 화통과 화포 등 화약을 이용한 무기가 실려 있었어요.

화포를 장착한 고려의 전함이 진포에 이르렀어요. 왜구는 배를 한곳에 모아 있는 힘을 다해 싸우려고 하였어요. 왜구는 배를 서로 연결하여 묶어 두었는데, 이러면 배가 서로 흔들리지 않아 약탈한 곡식을 싣거나 배에서 싸울 때 유리했지요. 미처 고려에 화약과 화포가 있는 줄 몰랐던 것이지요.

고려군은 왜구의 배에 가까이 갈 필요도 없이 멀리서 왜선을 빙 둘러싼 채 화포만 마구 쏘아 대었어요. 그러자 그 많던 왜선이 순식간에 불타고 가라앉아 버렸어요. 연기와 화염이 하늘을 가렸고, 왜구는 거의 다 타죽거나 바다에 빠져 죽었어요. 왜구는 고려군에 비해 수적으로 훨씬 많아 유리했지만 최무선의 신형 무기인 화포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고려군의 대승리였어요.

화포의 실제 위력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어요. 최무선 또한 가슴이 벅찼어요. 이렇듯 1380년 최무선이 이끄는 고려 수군이 새로운 화약 무기인 화포를 이용하여 금강 하구에 머물던 왜선들을 전멸시킨 이 전투를 ‘진포 대첩’이라고 불러요.

진포 대첩으로 왜구의 기세는 크게 꺾였어요. 또한 진포 대첩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함포(배에 설치한 화포)를 사용한 해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화통도감 설치를 건의하다

진포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칠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화약이었어요. 무엇보다 최무선의 가장 큰 공은 화약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죠.

최무선은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고려 사람들을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고려 사람들을 보호하고 왜구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이런 무기로 화약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국내에는 화약을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본래 화약은 송나라 때 처음 만들어졌어요. 고려는 화약을 수입하기만 할 뿐 직접 만들지는 못했어요. 화약은 무기 제작과 직결되는 만큼 나라의 기밀에 속해 있어 제조법을 알기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생각 끝에 최무선은 화약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어요. 하지만 계속 난관에 부딪혔지요. 화약의 핵심 원료인 염초를 만드는 데 계속 실패했거든요.

최무선은 항상 중국에서 오는 상인이 있으면 곧바로 만나보고 화약 만드는 법을 물어 보았어요. 그러던 차에 천만다행으로 이원이라는 원의 염초 기술자를 만나게 되었지요. 최무선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이원을 자기 집에 데려다가 의복과 음식을 주는 등 극진히 잘 대우해 주었어요.

그리고 끈질기게 염초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였지요. 결국 최무선은 그 기술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화약 만드는 데 성공하였어요.

<화약을 만드는 최무선의 모습>   

곧 최무선은 고려 조정에 화약과 화약 무기 제조를 담당하는 관청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를 합니다. 이에 고려는 1377년 화약과 화약 무기를 만드는 관청인 ‘화통도감’을 설치하고, 최무선을 총책임자로 임명했어요.

이때부터 고려는 최무선의 지휘 아래 화약을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화약을 발사하는 ‘화포’ 등의 여러 가지 화약 무기를 만들었지요. 최무선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고려는 화약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되었어요.

만약 최무선의 화약 제조와 화포 발명이 없었다면 고려는 왜구의 침입으로 큰 곤경에 빠졌을 거예요. 고려의 위대한 과학자이자 뛰어난 무장이었던 최무선! 처음으로 화약을 만들고 실험을 성공했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집필자] 조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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