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於于同)은 지승문원사(知承文院事) 박 선생의 딸이다. 그녀는 집에 돈이 많고 자색이 있었으나, 성품이 방탕하고 바르지 못하여 종실(宗室)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의 아내가 된 뒤에도 태강수가 막지 못하였다. 어느 날 나이 젊고 훤칠한 장인
을 불러 은그릇을 만들었다. 그녀는 이를 기뻐하여 매양 남편이 나가고 나면 계집종의 옷을 입고 장인
의 옆에 앉아 그릇 만드는 정묘한 솜씨를 칭찬하더니, 드디어 내실로 끌어들여 날마다 마음대로 음탕한 짓을 하다가, 남편이 돌아오면 몰래 숨기곤 하였다. 그의 남편이 자세한 사정을 알고 마침내 어우동을 내쫓아 버렸다.
'장인'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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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이로부터 방자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행하였다. 그의 계집종이 역시 예뻐서 매양 저녁이면 옷을 단장하고 거리에 나가서 예쁜 소년을 이끌어 들여 여주인의 방에 들여 주고, 저는 또 다른 소년을 끌어들여 함께 자기를 매일처럼 하였다. 꽃피고 달 밝은 저녁엔 정욕을 참지 못해 둘이서 도성 안을 돌아다니므로 사람들이 끌어모아, 제 집에서는 어디 갔는지도 몰랐으며 새벽이 되어야 돌아왔다. 일찍이 길가에 집을 얻어서 오가는 사람을 점찍었는데, 계집종이 말하기를, “모(某)는 나이가 젊고 모는 코가 커서 주인께 바칠 만합니다” 하면 그는 또 말하기를, “모는 내가 맡고 모는 네게 주리라” 하며 실없는 말로 희롱하여 지껄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는 또 종실인 방산수(方山守)와 더불어 사통하였는데, 방산수는 나이 젊고 호탕하여 시(詩)를 지을 줄 알므로, 그녀가 이를 사랑하여 자기 집에 맞아들여 부부처럼 지냈다. 하루는 방산수가 그녀의 집에 가니 그녀는 마침 봄놀이를 나가고 돌아오지 않았는데, 다만 소매 붉은 적삼만이 벽 위에 걸렸기에 시를 지어 쓰기를,
물시계는 또옥또옥 야기가 맑은데 / 玉漏丁東夜氣淸
흰 구름 높은 달빛이 분명하도다 / 白雲高捲月分明
한가로운 방은 조용한데 향기가 남아 있어 / 間房寂謐餘香在
이런 듯 꿈속의 정을 그리겠구나 / 可寫如今夢裏情
하였다.
그 외에 조관(朝官)⋅유생(儒生)으로 나이 젊은 사람 가운데 무뢰한 자를 맞아 음행하지 않음이 없으니, 조정에서 이를 알고 국문하여 고문을 받거나 관직을 잃고 먼 곳으로 귀양 간 사람이 수십 명이었고, 죄상이 드러나지 않아서 면한 자들도 또한 많았다. 의금부에서 그녀의 죄를 아뢰어 재추(宰樞)
의정부와 중추부의 대신
에게 명하여 의논하게 하니, 모두 말하기를, “법으로서 죽일 수는 없고 먼 곳으로 귀양 보냄이 합당하다” 하였다. 그러나 임금이 풍속을 바로 잡자 하여 형(刑)에 처하게 하였는데, 옥에서 나오자 계집종이 수레에 올라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하는 말이, “주인께서는 넋을 잃지 마소서. 이번 일이 없었더라도 어찌 다시 이 일보다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있겠습니까” 하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여자가 행실이 더러워 풍속을 더럽혔으나 양가(良家)의 딸로서 극형을 받게 되니 길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대동야승』권1, 「용재총화」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