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공사관에 호소하다
그저께 보안회(輔安會)
에서 각 공사관(公館)에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고 한다.
'보안회(輔安會)' 관련자료
삼가 아룁니다. 모든 나라는 한 집안이며 세상은 모두 형제입니다. 함께 태어나 자라며 같은 윤리를 행하고 피차 고락을 함께합니다. 진정 마땅히 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이웃의 화목함을 지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 맹약을 맺은 지 자못 오래되어 마땅히 그 은혜를 베풀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 공사 하기와라(萩原)가 나가모리 도키치로(長森藤吉郞)의 청원에 따라 우리 외부(外部)에 공문을 보내어 산림, 강, 평지, 황무지에 대한 권리를 청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척박하여 현재 국가의 토지대장에 있는 농토는 100 중에 1,2도 채워져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산림, 강, 평지, 황무지를 이용해 2~3년을 걸러 윤작한 연후에야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이를 외국인에게 줘 버린다면 전국의 강토를 모두 빼앗기게 되며 수많은 사람이 참혹한 빈곤에 빠져 구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농사를 짓고 있는 논밭의 원래 장부가 100 중 1,2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걱정이 되지 않습니까? 온 나라 사람이 탄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분함과 근심이 쌓이고 넘쳐서 말할 때마다 두려워하는 것이 지극히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이 때문에 전(前) 중추원 의관인 송수만(宋秀萬)이 사족
들과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뭇사람의 생각을 널리 모아서 영토를 보전할 수 있는 방책을 임금께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경찰관 와타나베(渡邊) 등이 모여 있는 가운데에 뛰어들어 총을 쏘고 구타하면서 송수만, 송인섭(宋寅燮)을 강제로 잡아다가 갓과 옷을 찢고 일본 공사관에 잡아 가뒀습니다. 외국과 교섭을 하면서 멋대로 사람을 잡아 가두는 것이 어찌 외교관의 체통이겠습니까? 자국인의 토지만 이롭게 하고 세상의 공론
을 억누르는 것이 어찌 이웃 국가들과 화목하는 데 합당한 것이겠습니까? 맨손에 흰옷을 입었을 뿐인 사람들을 적으로 대하면서 무기로 위협하고 싸움판을 만들고 있으니 이는 이웃 나라 사람들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국공법」 제2장에 따르면 “한 나라는 반드시 국토를 독점적으로 관할하여 통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국가는 토지, 물산, 민간 재산 등을 관리할 권한을 가지며, 다른 나라는 이 권리를 함께 가질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국가는 비록 토지를 관할하는 전권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를 타국에게 매각할 수는 없다. 이는 한 나라가 공유하는 권리이지 한 사람이 사유하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도 국가를 돌아보지 않고 멋대로 그 권리를 버릴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 일본 공사의 도리에 어긋난 행동은 고금에 없었으며, 공법을 살펴보면 모든 일이 다 어그러지고 위배되어 그 비루함이 만 배나 더 심합니다. 분함이 격심하여 차라리 확 죽어 버리기를 원했으나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생각건대 일본의 토지에 대한 운영권 양여를 멈추지 못한다면 백성들의 삶은 선혈이 얼굴을 뒤덮듯이 참혹하게 되어 나라가 망하기를 남몰래 바랄 것입니다. 각하께서는 각 공사관과 논의하고 정당한 뜻을 굳세게 밝히십시오. 그리고 날을 정하여 회판(會辦)하여 일본인들의 침략과 모욕을 막고, 전국 강토를 보전하여 세계가 공평하고 화목한 우의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사족' 관련자료
'공론' 관련자료
『황성신문』, 1904년 7월 23일, 「함소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