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민회 취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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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수백 년 이래 세계가 새로이 열리고 인지(人智) 역시 새로워지고 정치는 신정치, 법률은 신법률, 교육은 신교육, 공예는 신공예, 전차·함선은 새로이, 전포(電砲)·우환(雨丸)의 전술은 새로워서 두 대륙의 신기술은 날로 다투어 바다를 통해 새로운 법이 매일 도래한다. 이때를 당하여 우리는 꿈만을 즐기고 헛소리만 하고 위에 있는 관리들은 권세를 다투고 뇌물을 탐내며 아래에 있는 인민은 무지하여 소용이 없는 것을 고수하고 명예와 이익에 치우치고 정령(政令)은 헛된 말의 우상이 되었고, 법은 폐기된 휴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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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화, 모든 미술 하나라도 퇴보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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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이 이와 같이 항상 내려가는데 그 중에서 홀로 진보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압제의 포악함, 둘째는 의뢰의 열등함이 이것이다. 압제와 의뢰는 항상 서로 어울려서 병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성은 반드시 사족에게 의뢰하지 않고서는 동족을 압제할 수가 없다. 사족은 반드시 수령에게 의뢰하지 않고서는 백성을 압제할 수가 없다. 수령은 권문세가에 의뢰하지 않고서는 사족을 압제할 수가 없다. 권문세가 역시 외국에게 의뢰하지 않고서는 전국을 압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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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의 포성이 아직 그치지 않았다. 시모노세키 조약의 먹이 아직 마르기도 전에 외교 권한이 하루아침에 일본에 넘어가 정부의 자리에 외국인이 나란히 앉고 군사·경찰·법·재정을 각각 인계하였으며 광업·삼림·토지를 갈기 갈기로 찢었다. 아아, 우리 동포여, 아는가 모르는가. 꿈인가 깨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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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예전에 스스로 새로워지지 못했기에 안 좋은 결과를 오늘에 거두었지만, 오늘 만약 새로워진다면 좋은 결과를 후일에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나라를 위하는 길은 역시 오직 새로워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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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등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수년째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학문을 배우는 가운데 얻는 것이 있으므로 국민의 책임을 갚아 국민의 천직을 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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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위는 천지의 신에게 묻고 아래로는 동포형제와 상의하여 드디어 하나의 모임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에서 발기한다. 그 이름을 대한 신민회라고 한다. 신민회는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 완고하고 부패한 국민 생활을 개혁할 새로운 사상이 시급히 필요하며, 우둔한 국민을 깨우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시급히 필요하고, 식어 버린 뜨거운 마음을 다시 살리기 위해 새로운 제창이 시급히 필요하며, 쇠약해진 원기를 북돋울 새로운 보양이 시급히 필요하고, 타락한 도덕을 되살릴 새로운 윤리가 시급히 필요하며, 쇠퇴한 문화를 부흥시킬 새로운 학술이 시급히 필요하고, 미약한 산업을 일으킬 새로운 모범이 시급히 필요하며, 부패한 정치를 일신할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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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우리 한국인은 내외를 논할 것 없이 통일 연합으로 그 길을 정하고, 독립과 자유로 그 목적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는 신민회가 발원하는 바이며 신민회가 품고 있는 바이다. 요컨대 새로운 정신을 불러 깨우치고 새로운 단체를 조직해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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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기제501호, 「대한 신민회 취지서 및 동회 통용 장정 등 보고 건」, 1909년 3월 5일(국사편찬위원회, 『통감부문서』 6,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