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농총선언
우리 배달민족은 성조(聖祖)의 웅대한 정기와 피를 받아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보유한 단일민족이란 것을 세계에 자랑한다. 불행하게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아 이 나라 이 백성이 왜정(倭政, 일제 강점기) 36년 간 학정과 착취로 말미암아 국가 부력(富力)의 8할 이상이 왜적에게 점령되었고 인구의 8할 이상이 무산자로 전락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하 조선에는 국권을 전단(專斷)할 만한 외국식 자본가나 지주가 계급적으로 보아 극히 미약한 존재라는 것과 국권이 있는 나라의 노농 운동과 국권이 없는 나라의 노농 운동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조선의 근로대중은 명심하여야 된다. 과거 일제시대의 노농 운동은 필연적으로 민족투쟁의 성질을 가진 반제운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된다. 조선의 무산대중은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된 금일에 있어 편향적인 자본주의세력의 형성을 배제하며 일방으로는 계급독재적 정치조직을 배격하여 자유로운 민주주의적 사회와 공존공영의 국민경제 재건을 위하여 투쟁한다. 우리 농민 대중은 총궐기하여 건설적 농민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완전 자주독립 전취(戰取)에 매진할 것을 맹세한다.
우리 조국 위기를 타개하고 길이길이 자손만대의 번영을 염원하는 우리 근로대중은 독립운동과 노농 운동을 병진 전개하는 동시에 국민경제를 좀먹는 악질 모리배와 악질 친일파를 숙청하여 외국의존의 사대사상을 배격하고 근로대중 복리와 사회적 지위 향상을 적극 도모하며 만민공생의 균등 사회제도를 수립하여 조선적인 민주자주독립국가로서 세계평화에 공헌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농민대중이여 대한농총 깃발 아래로 단결하자.
얻을 것은 자유로운 조국이오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다.
단기 4280년(1947) 8월 31일
대한독립농민총연맹
강령
一, 우리는 농민대중의 복리와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하여 투쟁함
一, 우리는 국민경제재건과 만민공생의 균등사회건설을 기함
一, 우리는 민주주의적 자주독립국가 건설로써 세계평화에 공헌함을 기함
행동강령
一, 농민에게 토지를 적절하게 분배하고 수확량의 25% 정도로 5년간 지불케 하라
一, 분배한 토지에 대하여는 농민 각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라
一, 농구, 농약, 비료 기타 생필품은 생산원가로 농총 산하 후생조합을 통하여 분배하라. 이 실행이 없는 양곡공출은 거부한다
一, 수리조합 급 저수지는 공유로 하되 해당 지구의 농총에서 관리케 하라
一, 농민의 근본지위향상을 도(圖)하여 농촌의 집단화를 기하자
一, 정부는 농민교육의 향상을 위하여 농민자손의 통학권 내에 중등학교를 설치하라
一, 농민의 보건을 위하여 지역별로 의료기관을 공설하라
一, 농민경제를 위한 금융기관을 설치하라
농민, 노동자 공약
一, 농민, 노동자는 동맹군이다
一, 농민, 노동자는 일치단결하여 신국가 건설의 적도(敵徒) 소탕전에 총진군하자
一, 농민, 노동자는 각기 직장 확보에 적극 협력하자
「대한농총 선언, 강령」, 채규항, 『노농운동의 문헌』, 새글사,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