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동포에게 읍고함
친애하는 3000만 형제 자매여! 우리를 싸고 움직이는 국내외 정세는 위기에 임하였다. 제2차 대전에 있어서 동맹국은 민주와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천만의 생명을 희생하여서 최후의 승리를 싸워서 차지하였다. 그러나 그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 세계는 다시 두 개로 갈리어졌다. 이로 인하여 제3차 대전은 시작되고 있다. 보라! 죽은 줄만 알았던 남편을 다시 만난 아내는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들을 다시 만난 어머니는 그 남편과 그 아들을 또 다시 전장으로 보내지 아니하면 아니 될 운명이 찾아오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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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과 수천 년 동안 계속하여 혈투를 벌였다. 그러므로 일본과 전쟁하는 동맹국이 승리할 때에 우리는 자유롭고 행복스럽게 날을 보낼 줄 알았다. 그러나 왜인은 도리어 미소 중에 유쾌히 날을 보내고 있으되 우리 한인은 공포 중에서 죄인과 같이 날을 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말이라면 우리를 배은망덕한 자라고 질책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신문 기자 리차드의 입에서 나온 데야 어찌 공정한 말이라 아니 하겠느냐? 우리가 기다리던 해방은 우리 국토를 양분하였으며 앞으로는 그것을 영원히 양국 영토로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해방이란 사전 상에 새 해석을 올리지 아니하면 아니 되게 되었다.
유엔은 이러한 불합리한 것을 시정하여서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며 전쟁의 위기를 방지하여서 세계 평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조직된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은 한국에 대하여도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임시 위원단을 파견하였다.
그 위원단은 신탁 없는, 내정 간섭 없는 조건 하에 그들의 공평한 감시로서 우리들의 자유로운 선거에 의하여 남북 통일의 완전 자주독립의 정부를 수립할 것과 미소 양군을 철퇴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이제 불행히 소련의 보이콧으로써 그 위원단의 사무 진행에 방해가 없지 아니하다. 그 위원단은 유엔의 위신을 더욱 강화하여서 세계 평화 수립을 순리하게 진전시키기 위하여 또는 그 위원 여러분의 혁혁한 업적을 한국 독립운동사 상에 남김으로써 한인은 물론 일체 약소 민족 간에 있어서 영원한 은의를 맺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만일 자기네의 노력이 그 목적을 관철하기에 부족할 때에는 유엔 전체의 역량을 발동하여서라도 기어이 성공할 것은 삼척동자라도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이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이다. 미군 주둔 연장을 자기네의 생명 연장으로 인식하는 무지하고 몰지각한 무리들은 국가 민족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도 아니하고 박테리아가 태양을 싫어함이나 다름이 없이 통일 정부 수립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어서 단선 군정의 노선으로 민중을 선동하여 유엔 위원단을 미혹케 하기에 전심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군정의 비호(난경, 卵境) 하에서 육성된 그들은 경찰을 종용하여서 선거를 독점하도록 배치하고 인민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태연스럽게도 현실을 투철히 인식하고 장래를 똑똑히 살피는 선각자로서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각자는 매국매족(賣國賣族) 하였던 일진회(一進會)
식의 선각자일 것이다.
'일진회(一進會)'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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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하면 살고 분열하면 죽는 것은 고금의 철칙이나 자기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남북의 분열을 연장시키는 것은 전 민족을 죽음의 구덩이에 넣는 극악 극흉의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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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를 중앙 정부라고 명명하여 자기 위안을 받으려하는 것은 군정청을 남조선 과도 정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사은망념(邪恩忘念)
은혜를 어긋나게 하고 생각을 잊는 것
은 남을 해치고 자기를 해칠 뿐이니 통일 정부 독립만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중략)……
3000만 형제자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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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때 나의 단일한 염원은 3000만 동포와 손을 잡고 통일된 조국, 독립된 조국의 달성을 위하여 공동 분투하는 것뿐이다. 이 육신을 조국이 요구한다면 당장에라도 제단에 바치겠다.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 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나는 내 생전에 38 이북에 가고 싶다. 그쪽 동포들도 제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서 죽고 싶다. 궂은 날을 당할 때마다 38선을 싸고 도는 원귀의 곡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도 같았다. 고요한 밤에 홀로 앉으면 남북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의 원망스런 용모가 내 앞에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3000만 형제 자매여!
붓이 이에 이르매 가슴이 눌러 막히고 눈물이 앞을 가리어 말을 더 이루지 못하겠다. 바라건대 나의 애달픈 고충을 명확히 살피고 내일의 건전한 조국을 위하여 한 번 더 심사하라.
『독립신문』, 1948년 2월 13일, 「三千萬同胞에게 泣告함, 金九, 三八線을 베고쓸어질지언정 單獨政府樹立에 協力안켓다, 보라! 金九主席의 피눈물로 매진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