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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이번 순방에 관해서, 저는 먼저 아시아를 다루고 이후에 루마니아 문제를 간략하게 말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전에 여러분에게 제공했던 배경 설명과 국무부가 내놓은 성명서의 내용들이 이미 이 문제를 잘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여러분들로부터 질문을 받기 전에, 아시아와 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제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가장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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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하여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가 큰 관심사라고 한 것은 이 문제가 지난 수년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며, 이제 역사를 조망했을 때,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바라건대 머지않아 -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곧 - 큰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베트남의 전쟁이 끝난 이후 아시아에서, 그리고 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정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고, 아시아의 국가들도 그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궁금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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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은 물론 전쟁이 종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면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정에 필요한 구상의 입안은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미국 대외정책의 약점 중 하나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면 다소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즉 정책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시각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베트남에서의 전쟁이 끔찍하게 실망스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실망의 결과로 많은 미국인들이 “그 일을 끝내고 나면 앞으로는 아시아 문제에 엮이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시아에서 앞으로 다른 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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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미국이 전쟁에 연루되는 것은 태평양 정책, 또는 태평양 정책의 부재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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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아시아를 보면, 제 생각으론 매우 오랫동안, 이번 세기 끝까지, 아시아는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고, 그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야 합니다. 또한 아시아는, 제가 보기에 세계 진보의 가장 큰 희망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능력과 자원, 즉 사람들의 능력과 이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물리적 자원들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볼 (이 지역의) 조건에 적합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간략하게 하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가 수행해야만 하는 역할의 범위에서, 우리는 새롭고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그것들은 특히 우리가 필리핀에 도착하게 되면 보게 될 것으로, 1953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며 상황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민족주의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민족주의는 세상의 다른 나라들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는 심지어 필리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국가적 자존심, 그리고 지역적 자존심이 중요한 변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제 생각엔, 아시아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리가 반드시 고려에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방문할 모든 아시아인들은 외부로부터 지시 받길 원하지 않으며, 아시아를 아시아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것이 곧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리가 맡아야 하는 역할입니다. 우리는 도움을 주되 지시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지금 아시아인들이 진전시키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구상들은 매우 희망적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구상을 지원할 것입니다. 물론 조약 의무도 준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할에 관한 한,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에게 깊이 의존하게 하여 베트남 전쟁과 같은 분쟁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그런 종류의 정책은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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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우리의 아시아 우방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두 가지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는 조약 의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예컨대 동남아시아 조약 기구(SEATO: The Southeast Asia Treaty Organization) 속에서 태국과의 조약 의무입니다. 하지만 둘째로, 내부 안보의 문제, 군사 방위 문제의 경우, 핵무기와 관련된 강대국의 위협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가 처리하고 또한 그 문제에 책임감을 갖도록 장려하고 기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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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방의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아의 비공산권 국가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정책이 불간섭을 기조로 하되 그렇다고 미군 철수는 절대 없을 것임과,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간에 우리는 아시아에서, 양자 간의 관계에서건 집단적 차원에서건,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만큼의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자 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Informal Remarks in Guam with Newsmen. July 25, 1969,” Public Papers of the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Richard Nixon, 1969, pp. 54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