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선언문
- 국민합의 배신한 4·13호헌조치는 무효임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
오늘 우리는 전 세계 이목이 우리를 주시하는 가운데 40년 독재정치를 청산하고 희망찬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거보를 전 국민과 함께 내딛는다. 국가의 미래요 소망인 꽃다운 젊은이를 야만적인 고문으로 죽여 놓고 그것도 모자라 뻔뻔스럽게 국민을 속이려 했던 현 정권에게 국민의 분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국민적 여망인 개헌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4·13폭거를 철회시키기 위한 민주장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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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민정당이 대단한 결단이나 되는 것처럼 강조하는 현 대통령의 7년 단임 공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현 정권이 제1의 통치명분으로 내세워온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것도 실은 현대통령의 형식적 퇴임 이후 친정체제와 수렴첨정 하에 광주학살에 참여한 장성들 간의 자리바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각 있는 국민이라면 상식으로 간주하고 있는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말이 ‘정부이양’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슬쩍 둔갑해버린 것도 저들의 이러한 속셈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군부독재의 통치를 영구화하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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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국민적 의사를 전적으로 묵살한 4·13폭거는 시대적 대세인 민주화를 거스르려는 음모요 국가 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향한 도전장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힘에 밀려,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하면 개헌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 전 대통령의 작년 4·30발언은 영구집권음모를 은폐하기 위한 한낱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음이 분명해지고 말았다. 애초부터 개헌의 의사는 눈곱만치도 없었으며, 그동안 마치 날치기 통과라도 강행할 것 같던 내각책임제 개헌안도 국민의 대통령직선제 개헌열망을 무마하고 민주세력을 이간시켜 탄압하면서 원래의 의도인 호헌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장전술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들을 한없는 배신감과 절망으로 몰아간 4·13폭거는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4·13조치에 기초하여 현정권이 영구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를 강행한다면, 국내외의 조롱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사태를 스스로 잉태하는 것임을 경고해둔다.
이제 우리 국민은 이 민족의 40년 숙원인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일어섰다. 이 민주화라는 과제가 88올림픽을 이유로 연기될 수 없다. 인류평화의 제전이요 민족의 축제가 되어야 할 88올림픽이 민주화를 늦추고 현행헌법대로 독재정권을 연장시키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화라는 ‘민족적 대사’를 완수한 이후에 전 국민의 압도적 지지 위에 세워진 튼튼한 민주정부 하에서 다가오는 88올림픽을 민주시민의 감격과 긍지를 가지고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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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국민은 그 어떠한 이유나 명분으로도 더 이상 민주화의 실현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분단을 이유로, 경제개발을 이유로, 그리고 지금은 올림픽을 이유로 민주화를 유보하자는 역대 독재정권의 거짓 논리에서 이제는 깨어나고 있다.
오늘 고 박종철 군을 고문살인하고 은폐 조작한 거짓 정권을 규탄하고 국민의 여망을 배신한 4·13폭거가 무효임을 선언하는 우리 국민들의 행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가 되었다. 세계의 양심과 이성이 우리를 격려하고 민주제단에 피 뿌린 민주영령들이 우리를 향도하며, 민주화 의지로 사기충전한 온 국민의 민주화 결의가 큰 강줄기를 형성하니 무엇이 두려운가. 자! 이제 우리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찬연한 민주새벽의 그날을 앞당기자. 민주, 민권승리의 확신과 필승의 의지를 가지고 오늘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민족의 과제 앞에 힘차게 전진하자.
1987년 6월 10일
호헌반대 민주헌법쟁취 운동본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회 선언문 - 국민합의 배신한 4.13 호헌조치는 무효임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 1987년 6월 1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