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로 본 한국사
  • 한반도 신탁 통치안
  • 2.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연합국의 대한 정책과 신탁 통치안
  • 1) 미국의 전후 대한 구상과 한반도 신탁 통치안
  • 사. 미국 민간의 한반도 신탁 통치 여론

한편 위의 전후 기획에서 마련된 구상은 진작부터 언론에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일급 경제 잡지 『포춘(Fortune)』의 부록인 「태평양 관계」에 실린 기사이다. 이 기사는 동아시아 지역 문제의 전후 해결 방안과 각국별 처리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기사는 전후 동아시아 정책을 홍보 차원에서 제기한 재계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외교 협회와 자문위의 견해와 비슷하였다. 다음은 한국 관련 내용의 요약이다.

〔사료 2-1-04〕 한국 문제에 관한 『포춘』 기사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분리해 내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일 뿐만 아니라 연합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미래의 군사적 야욕을 통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한국을 분리된 하나의 전체, 즉 독립 국가로 다루기 위해서는 중국과 소련 사이의 양해가 필수 불가결하다. 김구를 수반으로 하는 망명 정부는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 망명 세력들은 분열되고 정통성도 없다. 그러나 한인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이들을 대일 전쟁에 동원해야 한다. 현재로서 어느 한 분파를 승인하지 않고도 한국의 자유⋅독립에 대한 권리는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독립된 한국은 일본의 한국 내 현재 자산이 양도된다면 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한국인들의 자치 능력 부족은 식민지 지배의 결과로, 이행기(점령에서 궁극적 독립에 이르는 기간 : 역주) 동안 태평양 위원회가 지명한 고등 판무관이 우두머리가 되는, 국제적으로 선발된 민간 행정 기구를 통하여 국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출처: 『포춘』 1942년 7월호 특별 부록 「태평양 관계」 중 ‘한국’ 항목)

한반도에 대한 전후 처리 원칙이 축약되어 있는 이 기사는 이 잡지가 가진 위상이나 작성자들로 인해 소홀히 보아 넘길 수 없다. 『포춘』은 ’사업가를 위해 사업가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타임』 지가 소유주였다. 이 기사는 전후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조직된 『타임』, 『라이프』, 『포춘』의 합동 편집 위원회에서 작성된 것이다. 이 위원회는 『포춘』에 ‘신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라는 제목으로 1942년, 1943년 일련의 전후 대외 정책 관련 특집을 연재하였다. 1) 이 특집은 미국의 전후 대외 정책에 관한 여론 선도 역할과 함께, 미국의 전후 대외 정책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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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7월호 『포춘』 표지
1942년 7월호 『포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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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후 위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미국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 형성 집단과 실무 외교관, 정책 결정 집단 모두가 한국 문제의 전후 해결 방안에 대하여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정책으로 공식화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정책 담당자나 언론을 통하여 흘러나왔다. 또 미국의 고위 정책 결정 집단은 이러한 구상을 매체를 통하여 널리 홍보함으로써 여론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었다.

1)특집 기사 제목을 몇 가지 들자면 1차 ’대영 정책(對英政策)(1942. 5)’, 2차 ’태평양 관계(1942. 7)’, 3차 ’국내 경제(1942. 12)’, 4차 ’대유럽 정책(1943. 4)’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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