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로 본 한국사
  • 형정풍속도(刑政風俗圖)를 통해 본 조선의 형정(刑政)
  • 4. 형정풍속도의 내용과 특징
  • 2) 고문의 내용과 특징
  • 나. 곤장

신장과 달리 곤장(棍杖)은 임란 이후 군율을 다스리는 용도로 애초에 사용되었다. 17세기에 신장은 군병 아문인 군영⋅진영⋅토포영 등과 경찰 기구인 포도청 등으로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군율뿐 아니라 도적을 다스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흠휼전칙(欽恤典則)』에 곤장의 종류는 대곤, 중곤, 소곤, 중곤(重棍), 치도곤(治盜棍)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사용하는 기관과 규격을 명시해 두고 있다.

〈표7〉 『흠휼전칙(欽恤典則)』의 곤제도(棍制圖)

종류 길이 너비 두께 비고
소곤 5척 1촌 4촌 4분  
중곤 5척 4촌 4촌 1분 5분  
대곤 5척 6촌 4촌 4분 6분  
중곤(重棍) 5척 8촌 5촌 8분  
치도곤 5척 7촌 5촌 3분 1촌  
* 전거 : 『흠휼전칙(欽恤典則_』, 곤제지도(棍制之圖) 참조.

곤장은 길이와 너비, 두께 등 전반적인 규격이 태⋅장 및 신장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포도청에서 사용되었던 치도곤의 규격은 길이가 5척 7촌, 너비가 5촌 3푼, 두께가 1촌으로 다른 곤장에 비해 너비와 두께가 더 컸다.

군영에서의 곤장형은 기강과 군율 등 군무(軍務)를 어긴 병사와 나졸 등을 처벌하는 데 사용되었다. 영조(英祖, 재위 1724~1776)는 곤장의 죄를 범한 자라도 10대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재질도 참나무와 같은 단단한 재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그 남용을 극히 제한하였다. 이처럼 곤장은 군영에서 군무의 과실을 처벌하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포도청이 도적을 다스릴 때 치도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면서 죄인을 신문할 때 사용하는 고문의 도구로 전용되었다. 다시 말해 곤장이 결심에서 확정된 횟수만큼 때리는 처벌의 형식에서 자백을 받을 때까지 때리는 고문의 형태로 변한 것이다. 포도청이 형문의 도구로 신장 대신 곤장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 남용으로 인한 폐단이 예견된 것이었다. 포도청에서 치도곤을 이용한 형문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자, 심지어 국청 죄인을 포도청에 보내 실토를 받아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포도청에서 치도곤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강제로 자백했던 죄인이 국청(鞫廳)으로 돌아오면 증언을 번복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말하자면 치도곤은 ‘도적을 다스리는’ 기능보다 ‘도적의 만드는’ 능력이 컸던 것이다.

김윤보의 〈종로결장치도곤타(鍾路結杖治盜棍打)〉, 〈군수타곤장죄인(郡守打棍杖罪人)〉과 김준근의 〈관장〉 등은 곤장을 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그림은 곤장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데, 무엇보다도 곤장이 앞서 보았던 장류와는 크기부터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태장형과 신장은 집장사령이 한 손으로 내려칠 정도의 작은 규격이었다면, 〈도27〉처럼 치도곤은 집장사령이 두 손으로 들기에도 힘에 부칠 정도로 거대하다. 김윤보가 다른 어떤 형구에 비해 치도곤의 위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곤장을 다소 과장되게 그렸을 것이다. 한편 바닥에 즐비한 여분의 곤장 4개는 매질이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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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28〉 김준근, 관장
〈도28〉 김준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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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장형과 곤장형은 볼기를 때린다는 점은 같지만, 그림을 통해 볼 때 죄수의 결박 상태와 형판 사용 여부 등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즉 태장형이 죄인을 형틀에 손과 발을 고정한 채로 집행된 것과 달리, 곤장은 형판도 갖추지 않은 맨바닥에서 죄수의 손발조차 묶지 않은 상태로 거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곤장을 가할 때 오히려 죄수의 결박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죄수의 수치심과 고통을 가중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죄수가 곤장을 맞을 때 “소매를 꽉 깨물고 신음하다가 마침내 기절”했다는 A. H. 새비지 랜도어의 증언처럼 〈도29〉의 죄수도 잔뜩 웅크리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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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29〉 김윤보, 부분 〈군수곤장죄인(郡守棍杖罪人)〉, 『사법제도연혁도보(司法制度沿革圖譜)』
〈도29〉 김윤보, 부분 〈군수곤장죄인(郡守棍杖罪人)〉, 『사법제도연혁도보(司法制度沿革圖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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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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