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로 본 한국사
  • 형정풍속도(刑政風俗圖)를 통해 본 조선의 형정(刑政)
  • 4. 형정풍속도의 내용과 특징
  • 2) 고문의 내용과 특징
  • 라. 주뢰형

압슬형에 못지않게 혹독한 고문인 주뢰형(周牢刑)은 주로 강도와 절도범을 신문할 때 사용되었다. 주뢰형은 주뉴(周紐)라고도 하고 흔히 주리라고 부른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주뢰를 “나무토막을 다리 사이에 세워 놓고 위아래를 노끈으로 얽고서 좌우로 노끈을 잡아당기면 다리가 부러지는” 고문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즉 죄인의 정강이를 밧줄로 묶어 양쪽에서 잡아 당겨 고통을 주는 고문이었다. 그러나 주뢰형은 줄을 사용하는 대신 점차 나무를 이용해 고통을 증가시키는 교목주뢰(交木周牢)로 변형되었다.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이 이를 가리켜 “근래에 만들어진 지독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듯, 두 다리 사이에 나무를 끼고 비트는 방식은 죄수의 정강이 고통을 배가시켰다. 이는 가위처럼 양쪽으로 벌어지는 모양이라 ‘가새주리’ 또는 ‘전도주뢰(剪刀周牢)’라고도 부른다. 흔히 ‘주리를 튼다’고 하면 전도주뢰만을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해 주뢰와 전도주뢰는 원리는 유사했지만,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전도주뢰형은 포도청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역적을 다스리는 국옥 사건은 주로 의금부 소관이었지만, 무신란(1728년, 이인좌의 난)을 계기로 원칙을 깨고 역적이 포도청에 이송되어 공초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때 주로 사용되었던 고문 도구가 전도주뢰였다. 결과적으로 전도주뢰의 진가가 무신란을 계기로 드러나게 되었지만, 이전부터 포도청이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형정풍속도에서도 두 형태가 뚜렷이 구분되는데 〈도34〉, 〈도35〉 등이 주뢰의 형태인 반면, 〈도36〉과 〈도37〉은 전도주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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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35〉 김준근, 노주리트는모양
〈도35〉 김준근, 노주리트는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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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36〉 김준근, 포청에서적토받고
〈도36〉 김준근, 포청에서적토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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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뢰는 대체로 3인 1조를 이루어 시행하였는데, 죄인을 발목과 무릎을 결박하고, 묶인 팔 사이로 주장을 끼워 한 사람이 붙잡고, 다른 양쪽 나졸은 정강이에 묶인 끈을 반대편으로 당기면서 정강이에 고통을 주었다. 반면 전도주뢰는 죄수의 포박 형태는 같으나 다리 사이에 주장을 끼워 교차한 후 정강이를 짓누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드라마와 영화에 연출되는 주리는 대체로 후자와 같은 전도주뢰의 형태로만 정형화되었는데, 그나마 결정적으로 전도주뢰형에 대한 잘못된 고증으로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 왔다. 즉 주리틀기 장면은 〈도38〉, 〈도39〉와 같이 죄수를 의자나 걸상에 앉힌 상태로 상체와 발목만 묶고, 무릎 위쪽 허벅다리 사이에 나무를 끼고 비트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재연되고 있는데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이와 달리 〈도36〉, 〈도37〉처럼 전도주뢰형은 3인 1조가 의자 대신 맨바닥에 허벅다리가 아닌 정강이 사이에 주장을 끼우고 압박하는 형태가 그 원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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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38〉 주리트는 모습
〈도38〉 주리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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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39〉 주리트는 모습
〈도39〉 주리트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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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혹독했던 전도주뢰형은 영조와 신하들 간의 폐지 논의 과정에서도 가공할 만한 폭력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1732년(영조 8) 영조가 사직단에서 기우제를 지낸 후 대동한 신하들과 민사(民事)를 논의할 때, 판충추부사 이태좌가 “이 형신(刑訊)1)을 시행하면 아무리 억울한 사람이라도 거짓으로 자복하지 않는 이가 없다”며 영구토록 혁파할 것을 아뢰었다. 이에 영조는 “나는 이런 형구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고 뜻밖에 놀라며 곧 혁파할 것을 명하였다. 임금도 모르게 전도주뢰형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던 것이다. 결국 주뢰형을 모두 혁파할 수 없다는 신하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전도주뢰형만 없애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조윤선의 논문에 따르면, 이때 폐지된 “전도주뢰형은 이후에도 오래도록 유효한 고문 도구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고 한다.

1)전도주뢰형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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