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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李濟馬]

조선말기 사상체질을 말하다

1837년(헌종 3) ~ 1899년(고종 36)

이제마 대표 이미지

동무 이제마 초상

전통문화포털(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1 생애와 가계

이제마는 함흥 서천면의 어느 주막에서 주모의 못생긴 딸과 진사 이반오의 우연한 인연으로 탄생한 서출이었다. 그의 집안은 함흥 일대에서는 나름의 명망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한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나 조선 시대 중인의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마는 젊어서 무예를 닫아 무과로 나아가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질병을 앓아 스스로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30세 전후하여 우연히 발견하였던 함흥 출신 한석지(韓錫地)의 저술 『명선록(明善錄)』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고 한말 성리학의 대가 기정진(奇正鎭)으로부터도 얼마간 영향을 받았던 듯 하다. 국학 연구의 선구적 인물 이능화(李能和)는 그에 의해 안질 치료를 받았고 함흥 출신의 천도교 지도자 최린(崔麟)도 그에게서 사상의학을 배우기도 하였다. 서울을 왕래하면서 도통사 김기석(金箕錫)과 친교를 맺고 그의 추천을 받기도 하였으며, 50세에 별선무과에 올라 무위장을 거쳐 1892년에는 진해현감으로 나가기도 하였다. 이듬해 여름 사직하고 서울에 올라오자, 그는 오래도록 연구해온 자신의 학문을 저술로 남기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사상철학을 전개한 격치고와 사상 철학에 근거한 의학을 궁구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작성하였다. 1895년에는 고향에 내려가 노모의 병구완을 하는 한편 의원으로 활동하였다. 마침 강원도 평강의 소모군관이었던 최문환이 반란을 일으켜 모반하자 그는 지략을 발휘하여 최문환을 사로잡았다. 이 소요를 평정한 공로로 정3품의 선유위원에 제수되고 이듬해 고원 군수로 나아갔지만 곧 사직하였다.

다음은 『승정원일기』에 등장하는 이제마의 기록들의 모음들이다. 『일성록』, 『승정원일기』 등에서 그가 건양(1896년)에 북로선유위원으로 임명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만년에는 고향 함흥의 만세교 부근에서 보원국이라는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치료해주는 등 인술을 펼쳤다. 1900년 64세로 생애를 마치고 고향 율동에 묻혔으며 사후 제자들이 율동계를 조직하고 그를 제향하며 그의 저술을 간행하고 사상의학을 보급하는데 힘썼다.

2 그의 사상과 의학

그는 역학의 ‘사상’ 개념을 끌어들은 그의 사상 철학은 사물, 몸, 마음, 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독특한 사원 구조론으로 이 세계를 설명하였다. 이 사원 구조는 이제마의 철학 체계를 관통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원 구조는 주역의 태극-양의-사상-팔괘의 차례로 발생하여 나오는 2분화 과정을 끌어들인 것으로 그는 ‘태극’에 마음이 상응하고 ‘양의’에 육신과 마음이 상응하고, ‘사상’에 사물·육신·마음·사무가 상응하며, ‘팔괘’에 본말, 선후, 완급, 시종이 상응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제마는 구체적인 존재에 일차적 관심을 가졌지만 천(天), 혹은 천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있는 존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천명으로 생명을 부여받아 살아가며, 그 생명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을 끝맺음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늘을 섬길 것을 요구하지만 천명을 신앙적 대상이 아닌 인간이 실현해야 하는 주어진 생명으로서 이해했다. ‘천’도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객관적 세계의 조건을 의미한다.

그는 ‘천’의 양상으로 ‘천명’과 더불어 천기(天機) 혹은 천세(天勢)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천기를 천시(天時), 세회(世會), 인륜, 지방(地方)의 4원 구조로 제시하고, 이들을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객관적 조건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4원구조의 철학이 구체화된 것이 바로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의학이다. 그는 인간이 생활세계에서 만나는 4원 구조의 대표적 형식으로 천기의 4항목과 인사(人事)의 4항목을 제시하고 이를 인간의 감각기관 및 신체의 장부에 상응시키고 있다.

사람을 체질로 나누고자 하는 시도는 동서양 의학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이 혈액·점액·담즙·흑담즙의 네 종류의 액체로 사람이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고 이를 기반으로 갈레노스는 인간의 기질을 다혈질·담즙질·우울질·점액질로 구분하였다. 황제내경에서는 사람의 체형을 오행에 결부하여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음양화평인으로 구분하고 여기에 다시 오행(五行)을 보태어 인간을 세밀하게 분류하였다.

이제마는 황제내경의 이러한 이론에 대해 외형만을 말하며 장부의 이치를 논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신체의 장기로서 오장 가운데 심장을 중앙의 태극에, 폐, 비, 간, 신을 사상에 대응시키고 폐와 간은 공기와 혈액을 호흡하는 문이요, 비와 신은 음식을 출납하는 창고라 하여 호흡과 출납의 기능을 지적하였고, 더 나아가 그는 장기의 성질과 작용에 인간의 감정까지 상응시킴으로써 인간의 체질을 유형화하고 인간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일제시기 이제마는 사상의학의 창시자로 기억되고 있으며 동시에 주자학을 매우 경멸한 인물로 이야기되고 있다. 실제로 그가 주자학을 배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일제 시기 조선인들에게 이제마가 전통을 혁파하고 새로운 것을 지향한 진취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는 체질별로 다양한 종류의 한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태음인의 급성대장염에 사용하는 갈근나복자탕(葛根蘿羯子湯), 여성들의 월경불순에 활용되는 가미지황탕(加味地黃湯), 소양인 체질을 위하여 활용하는 가미산화탕(加味散火湯), 태음인의 부종을 위한 갈근부평탕(葛根浮萍湯), 태음인 체질에 있어서 양명이열증(陽明裏熱證)이 극심하여 사열(邪熱)이 몰려 변비를 수반하면서 생기는 증후에 사용하는 처방하는 갈근승기탕(葛根承氣湯), 어린 아이의 열병 등에 활용되는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 소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이 열성병(熱性病)에 치료를 잘못하여 대변불통이 되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사용하는 처방인 건비장위탕(健脾壯胃湯), 태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의 이질(痢疾)에 사용하는 건율저근피탕(乾栗樗根皮湯), 태음인 체질을 위한 건율제조탕(乾栗蠐螬湯), 소음인(少陰人) 체질을 가진 사람을 위한 계지반하생강탕(桂枝半夏生薑湯), 소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이 황달 기미를 보일 때 사용하는 계지총소이중탕(桂枝葱蘇理中湯), 태음인을 위한 공진흑원단(拱辰黑元丹), 태음인의 구급을 위한 과체산(瓜蒂散), 소음인의 태음복통증 등 가벼운 증세를 처리하기 위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소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의 설사를 치료하기 위한 관계부자이중탕(官桂附子理中湯), 소양인 체질을 위한 독활지황탕(獨活地黃湯), 태음인의 흉복통을 치료하기 위한 마황정통탕(麻黃定痛湯), 태음인 체질을 가진 사람의 이목을 맑게 하고 목이 쉬지 않게 하는 맥문동원지산(麥門冬遠志散), 태음인 체질을 가진 임산부의 자궁 출혈을 치료하기 위한 문무보태음(文武保胎飮), 소음인 체질을 위한 백하수오이중탕(白何首烏理中湯), 체력증강제로 활용되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태음인 체질의 소아가 설사를 많이 하는 것을 치료하기 위한 보폐원탕(補肺元湯), 태음인 체질의 복통 등을 처치하는 사향산(麝香散), 소양인 체질의 이질을 처리하기 위한 시호청장탕(柴胡淸腸湯) 등 다양한 약들의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약들은 같은 증상이라도 체질별로 다르게 약을 처방하고 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같은 증상이라도 다르게 처방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의학은 전통적인 한의학과 구별되는 것으로 이제마는 고전 한의학의 대표 인물인 장중경이 그의 저서 『상한론』에서 6조의 음양론에 따라 병증을 분류한 것은 병증의 현상에 사로잡혀 감정과 기질 등에 따른 인간의 체질적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그의 사상의학은 중국과도 구별되는 한의학의 독특한 체계로서 현재까지도 한의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태양인 이제마라고 하여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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