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로서 처가 죽은 자는 3년 뒤라야 다시 장가갈 수 있다. 만약 부모의 명에 따르거나 나이가 40이 넘어서도 아들이 없는 자는 1년 뒤에 다시 장가드는 것을 허한다.”129)『경국대전(經國大典)』 권3, 예전 혼가. 이는 『경국대전』의 규정이다. 그런데 처가 죽었을 때 남편이 기년복(朞年服)을 입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1년만 지나면 재혼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권상일은 첫째 부인이 죽은 지 9개월 만에 다시 장가들었다. 이때 권상일은 집에서 할머니가 강력하게 재혼을 권했고, 또 자신에게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좀 이르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재혼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두 번째 부인이 아들 하나를 낳고 죽자 다시 세 번째 부인을 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세 번째 부인마저 또 병으로 죽자 권상일은 다시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고 소실만 두었다. 아무리 양반이라고 해도 세 번 이상 재혼하는 것은 민망한 일로 여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