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혼인과 연애의 풍속도
  • 제3장 정비된 혼인, 일탈된 성
  • 3. 불안정한 사랑 그리고 성
  • 다양한 애정 행각, 간통과 성폭행
  • 최고의 성 스캔들, 어을우동 사건
이성임

어을우동(於乙宇同)은 승문원 지사 박윤창(朴允昌)의 딸인데, 처음에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에게 시집가서 행실을 삼가지 못하였다. 태강수가 일찍이 은을 다루는 장인을 맞이하여 은그릇을 만드는데, 어을우동이 은장이를 보고 좋아하여 거짓으로 계집종처럼 하고 나가서 서로 이야기하며 가까이 하려 하였다. 태강수가 이를 알고 곧 쫓아내자 어을우동은 어미의 집 으로 돌아가서 홀로 앉아 슬퍼하며 탄식하였다. 이에 한 여종이 위로하기를 “사람이 얼마나 살기에 상심하고 탄식하기를 그처럼 하십니까? 오종년(吳從年)이란 이는 일찍이 사헌부의 서리가 되었고 용모도 태강수보다 월등히 나으며 가문도 천하지 않으니 배필을 삼을 만합니다. 주인께서 만약 생각이 있으시면 마땅히 주인을 위해서 불러 오겠습니다.” 하니 어을우동이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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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머리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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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계집종이 오종년을 맞이하여 오니 어을우동이 맞아들여 간통을 하였다. 또 일찍이 허름한 옷을 입고 방산수(方山守) 난(瀾)의 집 앞을 지나다가 난이 맞아들여 간통을 하였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매우 두터워서 난이 자기의 팔뚝에 이름을 새기었다. 또 단옷날에 화장을 하고 나가 놀다가 도성 서쪽에서 그네 뛰는 놀이를 구경하는데, 수산수(守山守) 기(驥)가 보고 좋아하여 그 계집종에게 묻기를 “뉘 집의 여자냐?” 하였더니, 계집종이 대답하기를, “내금위의 첩입니다.” 하고 마침내 남양의 집으로 맞아들여 정을 통했다.

전의감 생도 박강창(朴强昌)이 종을 파는 일로 어을우동의 집에 이르러서 값을 직접 의논하기를 청하니 어을우동이 박강창을 나와서 보고 꼬리를 쳐서 맞아들여 간통을 하였는데, 어을우동이 가장 사랑하여 또 팔뚝에다 이름을 새기었다.204)『성종실록』 권122, 성종 11년 10월 갑자.

이 기록은 어을우동에게 교형을 선고하면서 최종적으로 어을우동의 간통 행적을 나열한 것이다. 이 밖에 이근지, 내금위 구전, 생원 이승언, 학록 홍찬, 서리 감의향, 밀성군의 종 지거비 등이 함께 정을 통한 인물들이 다. 이 최후 보고서에 나타난 인물의 수는 열 명 정도이지만 조정에서 어을우동 사건과 관련하여 거론된 인물은 그 수가 배 정도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약 4개월 간에 걸쳐 조정에서는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신문하고 또 어을우동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모름지기 조선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성 관련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핵심 인물 어을우동 자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사료에서 어을우동 자신의 생각을 직접 드러내 주는 것은 볼 수 없다. 다만 최종 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그의 어머니 정씨의 말을 통해 어을우동의 생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사람이 누군들 정욕이 없겠는가? 내 딸이 남자에게 혹하는 것이 다만 너무 심할 뿐이다.” 즉, 그것은 성적인 욕구가 곧 본성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태도이다.205)이순구,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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