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혼인과 연애의 풍속도
  • 제4장 결혼에 비친 근대
  • 3. 강제 결혼이 빚어낸 여성 범죄
  • 범죄의 온상인 민며느리제
신영숙

1929년 『조선일보』 논설에, “여자 8세로서 13세의, 9세로서 14세의, 12세로서 15세의 남자에게 대한 ‘민며느리제’ 결혼에 인한 자가 가장 많아서 합계 63명 중 42명으로 6할 3분 5리에 해당하니, 이러한 ‘민며느리제’의 결혼을 요하는 자는 대체로 빈궁하고 따라서 무식한 자 많은 터임으로 그것이 일종의 원인이 될 것이오. 그 외에도 유년기부터 부자연하게 결합 접촉되어 이성 간에 필요한 연모신망(戀慕信望)하는 정을 결(缺)하고……. 이것이 범죄의 원인을 짓는 바이다.”312)논설 「소위 조선 특유 범죄 문제」, 『조선일보』 1929년 10월 24일자.

이와 같은 민며느리제의 폐해에 따른 여성 범죄에는 부인의 정조를 의심하여 고문처럼 사형(私刑)을 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가해자로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주로 등장하고, 피해자 여성은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자살하는 것으로 삶을 청산하였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민며느리제에 따른 신부는 대부분 가난한 하층민의 나이 어린 여성이었다. 이들은 노동력을 요구하는 상대에게 팔려가듯 강제 결혼한 후 아내와 며느리로서 온갖 핍박을 감수해야 했다. 바로 잘못된 결혼제가 사회 범죄의 온상이 된 대표적인 사례로, 기본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문제, 일방적으로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다양한 성적 억압, 그리고 오랜 누습에 젖은 무지와 무감각·무관심이 원인이 되어 힘없는 며느리가 범죄를 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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