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2권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 제2장 조선시대의 배움과 가르침
  • 3. 서원
  • 교육 내용과 방법
임하영

서원의 교육 내용은 성리학적이고 도학적(道學的)인 것 중심이었다. 관학에서 교육이 과거나 법령의 규제에 얽매인 것에 비해, 서원 교육은 사학 특유의 자율성과 특수성이 보장되었다. 대체로는 이산서원 원규의 “사서오경으로 본원을 삼고, 『소학』, 『가례』를 문호(門戶)로 삼는다.”는 규정을 따랐다. 청계서원 원규에서는 독서 순서를 『소학』-『대학』-『논어』-『맹자』-『중용』-『시경』-『서경』-『주역』-『춘추』의 차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원의 성격에 따라 선별할 수 있었으며, 과거 응시에 필요한 사장 학(詞章學)을 포함시키는 서원도 있었다. 그러나 불교·서학(西學) 등의 이단 서적이나 음사(淫事)·벽사(辟邪)에 관련되는 내용은 철저히 금하였다.

원생에 대한 교육은 원규에 따른 규제와 원생 자신의 자율적 실천과 학습이 조화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이이의 「학교 모범(學校模範)」 16조를 대부분의 서원이 모범으로 삼았다. 독서는 교사의 강의에 의존하는 타율적 학습보다 유생들 자신이 정독과 사색에 힘쓸 것과 상호 토론을 장려하였으며, 여기서 터득한 것으로 마음을 닦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제술(글짓기)은 한 달의 초·중·하순에 각각 다른 문체를 연습할 것이 규정되었다. 또한, 간결하고 엄정하게 정성과 공을 들여 문장의 뜻에 도달하여야 하며, 권장되는 문체를 사용하여 반듯한 정자로 글자를 쓸 것이 강조되었다.

서원의 전형적인 교수 방법으로는 배운 글을 소리 높여 읽고 의리를 문답하는 강(講)이 있다. 강은 암송하여 낭독하는 배강(背講)과 글을 보고 낭독하는 면강(面講)으로 구분된다. 강을 받을 때는 일정한 절차인 강의(講儀)를 규정하여 학습에 대한 진지함과 예의를 갖추도록 배려하였다. 암송 후에는 문답이 전개되는데, 이것은 널리 배우는 것(博學之), 자세하고 깊이 있게 묻는 것(審問之), 깊이 생각하는 것(愼思之), 밝게 분별하는 것(明辯之) 등의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기계적 암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서원의 제향 기능에도 교육적 의미가 있었다. 서원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 엄격한 의례 절차를 규정한 것은 원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간상인 선현을 존경하는 마음을 기르고 선현과 자신을 똑같이 여기게 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제사에 참여할 사람을 선발하고 청금록에 기재함으로써 유생들은 평소에 지녀야 할 기본적인 법도와 몸가짐을 익히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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