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2권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 제2장 조선시대의 배움과 가르침
  • 서당
  • 행사와 특별 과정
임하영

서당에서는 책걸이 또는 책씻이(掛冊禮·冊洗式)가 가장 큰 행사였다. 학생이 책 한 권을 마쳤을 때 책의 전부나 일부를 암송하게 하거나 훈장의 질문에 답하게 해서 합격하면 다른 교재를 배우게 되는데, 이때 책걸이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책걸이는 책이 끝나면 그것을 걸어 두는 일종의 축하식이자 진급식으로, 일반적으로 책걸이를 할 때면 학부모는 능력에 따라 훈장에게는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친구들에게는 떡을 해서 먹였다. 책걸이 음식으로는 주로 국수, 경단, 송편 따위를 장만하였는데, 특히 책걸이 때 먹는 떡은 속을 비운 떡이었다. 문리가 그렇게 뚫리고 속을 채우라는 의미였다. 책 한 권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책걸이는 학생들의 학업 정진을 부추기는 의미 외에 훈장의 노고에 답례하는 뜻이 있었다.

책걸이와 관련된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의 일화는 삶의 지혜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남명의 문하에서는 글을 읽다가 졸업을 하면 마을의 짐승을 한 마리씩 주는 것이 관례였다. 예를 들어 후일 정승까지 오른 정탁(鄭琢, 1526∼1605)이 학업을 마치고 문하를 떠나갈 때, 남명은 “뒷간에 소 한 마리 매어놓았으니 몰고 가도록 하라.”고 하였다 한다. 물론 그 소는 실제로 있는 소가 아니며 “자네는 기가 세고 조급하여 자칫 넘어져 다칠까 걱정되니, 소를 몰고 가라는 것이네.”라는 뜻으로, 기질상의 단점을 보완하는 의미였다. 게으르면 닭을 주고, 야심이 많으면 염소를 주고, 약삭빠르면 돼지를 주고, 주의력이 산만하면 거위를 주고, 느리면 말을 주었던 것이다.

또 다른 행사로는 장원례(壯元禮)가 있다. 강을 통해 한문, 강독, 암송, 문장 해석 등을 평가하여 합격 여부와 석차를 결정할 때 수석을 차지한 사람을 장원(壯元)이라 하였다. 장원을 한 학생의 부모는 이것을 커다란 명예로 생각하여 마을 노인이나 유지들까지 초대해서 기쁨과 감사의 뜻으로 작은 잔치를 베풀었다. 이것은 주로 서당 전체 행사로 이루어졌고, 작문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두 번 정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장원에게는 상품이 수여되었고, 성적이 나쁜 학생은 체벌을 받는 일도 있었다.

아울러 교육과 평가의 일환으로 백일장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백일장은 개별 서당 내에서 벌어지기도 하였지만 인접 서당과 연합하여 이루어지는 일도 많았다. 당연히 여기에서 장원하는 것은 서당의 큰 명예가 되므로, 백일장에 대비하여 학생들을 특별 지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특별 행사로는 일종의 시무식인 개접례(開接禮)가 있다. 개접례 때는 훈장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업 성취를 기원하고 상을 차려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또한, 학생들은 모여서 윤강(輪講)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순서대로 교재나 명언, 좋은 구절 등을 암송하는 것이었다. 달밤에 마당에 나가 배운 것을 암송하며 돌기도 하였다. 서당에 행사가 있으면 상읍례(相揖禮)라 하여 각 대표가 인원을 인솔하고 열을 지어 서로 절을 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것이 관례였다. 또한, 서당에서 1년이 지나면 1년 동안 훈장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훈장에게 선물을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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