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제도 교육은 조선인의 교육열을 모두 흡수할 의도도, 현실적으로 흡수할 수도 없었다. 이에 대해 조선인은 스스로 배움의 기회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1920년대 이후에 시작된 야학(夜學)이다. 야학은 3·1운동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야학의 규모와 교육 내용은 제도 교육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식민지 민중이 스스로 설립한 교육 기관이었다는 점과 일제에 저항하는 민중의 힘의 원천이 되었다는 점에서 식민지 상황에서 전개된 어떤 교육 운동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원래 야학은 구한말 이래 계속 설립되었지만, 근대 교육의 핵심이었던 사립학교와 기존의 서당 때문에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3·1운동 이후 각성된 민중 의식은 극단적 무학(無學) 상태에서 교육열을 실현하려는 자주적인 교육 기관의 설립, 즉 야학의 설립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일제강점기에 제도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출이 상당하였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난한 조선인에게 야학은 중요한 교육의 장이었다.
1920년 이후 야학은 노동자, 농민 단체, 개인이 각지에서 설립하였다. 노동자, 농민 단체가 설립한 야학은 처음부터 노동자 교육을 통한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교육 방침과 방법의 통일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도 하였다.
야학 교사는 대개 선각자, 지식인으로 이들은 대부분 무보수로 가르쳤다. 또한, 보통학교 졸업 수준 이상이면 누구나 자원하여 봉사할 수 있었다. 특히, 1920년대 후반 야학의 활성화는 많은 지식인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기도 하였다.
야학의 학제는 단기 과정과 정규 과정 두 종류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기 과정은 농한기나 짧은 기간에 문맹을 퇴치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정규 과정은 1년 이상 단계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수업 연한은 대개 1년 정도였으며 다양한 수준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반을 편성하였다. 교과 내용은 조선어, 한문, 산술, 일본어 등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야학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친 것은 조선어와 산술이었다. 일본어를 가르친 이유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야학이 존립하기 위해서였으며, 당시 일본어의 실용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학의 교재는 교사 개인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조선 농민사나 조선 교육 협회 등의 단체에서 편찬한 『농민 독본』, 『노동 독본』, 『노동 산술』, 『한자 기초』, 『이야기 주머니』 등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야학은 단순히 문자 해독을 위한 학습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하였고, 문자 학습 이외에 조선 역사, 조선 지리 등의 교과들이 많이 교수(敎授)되었다.
야학은 직접적인 교육 활동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각종 활동을 통하여 주민들의 의식을 단결하기도 하였다. 또한, 야학 연합 회의를 결성하여 교육에서 상호 원조와 일제의 탄압에 대한 집단 대응책, 지역 내 순회 강연회 등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야학은 1920년부터 1925년까지 많이 설립되었지만, 1925년 이후 일제의 탄압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일제는 초기에 초등 공교육 시설의 부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야학을 인정하여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20년 이후 성장한 민중 의식이 일제에 대한 각종 저항 활동으로 나타나자 야학에 대해서도 폐쇄, 회유책을 통한 관제 야학화, 야학인 체포 등의 탄압을 가하였다. 이러한 탄압 속에서도 야학은 1930년대 말까지 존속하였다. 일제는 이러한 야학을 대신하여 황국 신민 교육을 위해 농촌 진흥회 중심의 관제 야학을 설치하기 시작하여 1930년대 말에는 전국의 3분의 1가량의 마을에 야학이 설립되어 학생 수가 56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야학은 후기로 갈수록 사회 운동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고 결국은 정치적 탄압을 받지만, 강도 높은 정치 교육의 장이라기보다는 보통교육도 받지 못한 대다수 민중에 대한 초보적이고 대중적인 교육 공간으로서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