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2권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 제4장 일제강점기의 배움과 가르침
  • 3. 학교 생활
  • 수업
김태완

일제강점기 보통학교의 수업은 조선 교육령과 보통학교 규정에 명시된 교육 목적과 교과, 매주 교수 시수, 교수상의 주의 사항 그리고 그에 따라 학교장이 결정한 교수 세목, 수업 진도표에 따라 교사가 수업 지도안을 작성해야 하였다. 실제 보통학교 수업에서 수업 시간과 휴식 시간의 결정 권까지 학교장에게 있었기 때문에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 내용을 선택하거나 내용을 재조직할 수는 거의 없었다. 교과서는 대부분 조선 총독부에서 편찬한 것을 사용하였으며, 보조 교재로는 괘도(掛圖)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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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학교의 수업 장면
보통학교의 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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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대부분이 진행되는 교실은 전면에 커다란 흑판과 교단, 교탁이 있고, 흑판 위에는 일본 역사 연대표가 걸려 있으며, 그 위에 일본 천황 궁성 사진이 있었다. 학생들은 교실에 출입하거나 수업 시간에 교단에 올라설 때도 이 사진에 경례를 해야 하였다. 흑판의 오른쪽에 교훈과 급훈이 있었으며, 왼쪽에는 황국 신민 서사와 지나 사변(支那事變) 지도가 게시되어 있었다. 후면 벽에는 학습 기사와 공지 사항 등을 게시하는 흑판과 학생들의 작품 등을 전시하는 성적 게시판이 있었으며, 그 위로 일본 지도와 세계 지도가 게시되어 있었다. 또한, 양쪽 벽에는 일본 전쟁 영웅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실제 수업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을까? 25평(복도 포함) 정도의 교 실에 교사와 70여 명의 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시와 질문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은 크게 예비 단계(학습 태도 점검), 교수 단계(읽기 연습-글 내용 검토), 정리 단계(내용 개괄 정리-글 읽히기-감상 발표-정리)의 3단계로 진행된다. 수업 지도안에는 교사의 질문에 대한 학생의 답변이 자세하게 구상되어 있다. 수업의 중심이 되는 교사의 질문은 학생들의 확산적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에 기초한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수업은 가장 먼저 ‘기립-경례-착석’의 구호로 시작하고 그것으로 끝난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책을 읽고 대답을 한다. 수업은 교사의 강력한 통제 아래서 진행되었는데, 심지어는 교사가 흑판에 써 놓은 것을 아무 때나 기록해서도 안 되었고, 교사의 명령이 있은 뒤에야 기록할 수 있었다. 또 수업은 교사의 질문과 학생의 답으로 진행되었으며 학생이 먼저 질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사의 설명과 학생의 답이 모두 일본어였기 때문에 교실에 70여 명의 학생이 있다고 할지라도 교사와 학생의 상호 작용은 일본어를 잘할 수 있는 몇 명의 학생에게만 국한되었다. 다음은 경성 사범학교 부속 보통학교 2학년의 실제 국어(일본어) 공개 수업 상황의 일부이다.

…… 시오우라 훈도(교사)가 등단하였다. 아동 급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기립, 경례, 착석이라고 하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훈도: …… 어제는 무엇을 배웠나요? 어디 말할 수 있는 사람?

학생: 저요, 저요.

훈도: (한 사람씩 지명한다.)

학생: 시골의 가을을 배웠습니다.

학생: 시골의 가을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학생: 시골의 가을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훈도: 대체로 좋습니다. 시골의 가을에 대해 보고 읽고 조사해 보았습니다. (판서한다) 그러면 이 시간에는 무엇을 공부할까요?

학생: 선생님 더 잘 읽습니다.

학생: 무엇을 썼는지 살펴봅니다.

학생: 가을이 어떠한지 확실하게 압니다.

학생: 나온 말들을 확실하게 이해합니다.

훈도: (이들 답을 정리하여 본 교시에 할 일을 정한다) 그러면 이 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것을 공부해요. ‘더 잘 읽기, 무엇을 썼는지 확실하게 알기, 말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자 그러면 이 시간에 할 일이 정해졌습니다. 먼저 첫째로 읽어 보겠습니다. 읽을 사람?

(중략)

훈도: 매우 잘 읽었습니다. 어떤 가을인지 잘 알겠지요. 그러면 흑판에 써 있는 것을 잘 보기 바랍니다. 오늘 배운 것을 분명히 머리에 넣어 두세요(판서 사항을 일제히 읽게 한다).

훈도: 그러면 오늘은 이만큼만 하고, 내일은 이것을 잘 읽어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습니다. 알았지요?

훈도: 그러므로 학습장에 써넣으세요. …… 그러면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급장이 기립, 경례, 착석이라고 말하고 일동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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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수업 시간표
일제강점기 수업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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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학생의 하루 수업 시간은 어느 정도였을까? 수업 시수는 시기별, 학년별, 남녀별 차이는 있었으나 보통학교(국민학교)의 경우 1학년에서 4학년은 주당 23∼30시간, 5학년에서 6학년은 주당 30∼34시간 정도였다. 보통 4시간을 하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저학년은 4시간, 고학년은 5∼6시간 정도 수업을 받았다. 고등 보통학교(지금의 중학교 이상)의 경우도 주당 30∼37시간 정도였고, 4시간을 하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6시간 정도 수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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