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2권 배움과 가르침의 끝없는 열정
  • 제4장 일제강점기의 배움과 가르침
  • 3. 학교 생활
  • 학생 규율
  • 보통학교 규율
김태완

보통학교의 규율은 시기와 학교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크게 교내 생활과 교외 생활로 나누어지며,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교내 생활은 조회, 회합, 작업, 과업, 학용품, 학용품 사용법, 휴식, 유희, 음식, 소풍, 견학, 복장 등의 영역으로 구성되며 각 영역에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행동 수칙이 정해져 있었다.

1. 조회: 예령(豫鈴)이 울리면 교실에 남아 있지만 말고 운동장에 모이자. 본령(本鈴)이 울리면 바로 정돈하여 선생이 단에 올라서기를 기다리자. 조용히 하고 자세를 흐트리지 말자. 옆을 보지 말자. 선생이 단에 올라가면 스스로 차려 자세를 하고 단을 내려오면 쉬어 자세를 하자. 선생의 말이나 지휘를 받을 때에는 끝까지 주목하고 조용히 듣자. 어진영 봉안소에 대한 요배는 성실하게 하자. 교가 합창을 할 때는 지휘자에 주목하자. 체조는 최상의 힘을 다하자.

5. 학용품: 학용품은 모두 정해진 것을 사용하자. 반드시 이름을 기입하자. 어느 것도 낭비하지 말고 소중하게 사용하자. 정해진 장소에 넣어 두자. 쓰지 않는 것은 집으로 가지고 가자. 필요한 것은 언제나 가지런히 놔두자. 물품을 빌리지 말자.

6. 학용품 사용: 1) 책-책을 깨끗이 사용하자. 모르는 것을 책에 써 놓지 말자. 손가락 끝에 침을 묻여 책을 넘기지 말자. 책을 구기지 말자.

6. 6) 연필-길게 잡지 말자. 집에서 깎아 오자. 수업 시간 중에는 깎지 말자. 연필을 핥지 말자. 축을 깨물지 말자.

10. 소풍 및 수학여행: 집합 시간을 잘 지키자.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오지 말자. 매식하지 말자. 도중에 열을 흐트리지 말자. 자기 자신이 학교 전체라고 생각하자. 욕이나 보기 싫은 행동을 하지 말자. ……

12. 복장 용의 기타: 1) 복장 및 용의-6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는 하복, 10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는 동복을 착용하자. 하복은 희끗희끗한 무늬의 양복, 반쓰봉, 흰 실내화, 흰 양말, 모자에는 차양을 하자. 동복은 무명 양복, 반쓰봉, 검은 실내화, 검은 양말. 모자는 바르게 쓰고 휘장은 반드시 달자. 호크나 보단은 언제나 잠그자. 허리띠는 길게 하지 말자. 내복이 바깥으로 보이지 않게 하자. 옷은 청결하게 하자. 왕복 도중에는 운동복을 입고 걷지 말자. 체조 시에는 운동복과 운동모자를 착용하고 운동화를 신자.192)京城師範學校 附屬 普通學校, 「訓練の實際」, 『朝鮮の敎育硏究』, 1929, 69∼76쪽.

교외 생활은 하교할 때, 집에 있을 때, 외출할 때, 아침에 일어날 때, 학교 가기 전, 학교 갈 때 등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1. 하교: 도중에 놀지 말자. 길을 벗어나지 말자. 서둘러 귀가하자. 도중 에 사람들과 장난을 치지 말자.

4. 취침: 혼자서 잠자리를 펴자. 부모와 어른께 인사하자. 반드시 잠옷을 입자. 잠잘 때는 양치질을 하자. 잠든 후의 자세를 바르게 하자. 잠자기 전에 그날 일을 반성하자.

7. 등교: 시간에 맞추어 집을 출발하자. 인사하고 집을 나서자. 도중에 지체하지 말자. 도중에 쓸데없는 짓을 말자. 도중에 장난을 치지 말자.193)京城師範學校 附屬 普通學校, 앞의 글.

이러한 보통학교 규율은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일반적인 규범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주의적 규율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복장이나 용모, 소풍, 수학여행, 견학 갈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집단과의 일치이다. 보통학교 규율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집단의 규칙에 순응하고 상급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것이었다.

규율을 준수하게 하기 위하여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일상적인 감시와 단속, 검열을 하였다. 복장 검사와 학용품 검사를 월 1회 이상씩 하였다. 이와 같은 단속, 검열은 학생들이 식민지 지배 체제의 일상적인 감시에 익숙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학교 안의 생활 통제는 장차 사회에서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적인 검문, 검열, 수색에 대한 순응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교외에서도 감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교외 단속은 교사뿐만 아니라 선량한 부형(父兄)과 상급생 가운데에서 선발된 감독 보조자들이 하였다.

교외에서의 아동 생활을 취체(取締)하는 것은 매우 성가신 일이지만 이를 등한시하면 교육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왕왕 학교에 누를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취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 담임 감독: 항상 교외를 순회하여 아동의 생활, 위생 및 학습 감독을 하고 이를 지도한다. 2) 보조 감독: 선량한 부형 및 상급자 중에서 감독 보조자를 선발하여 부단히 아 동의 행위를 조사 보고시켜 선악 행위에 관해 각각 처리하게 한다.194)金在華, 「第一學年學級經營案」, 『文敎の朝鮮』, 1931, 55∼53쪽.

또 보통학교에서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하여 입학 전에 학부모에게서 서약서를 받아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1) 만일 입학 아동으로서 교칙을 위반할 때, (2) 수업료 규정에 위반하는 때, (3) 학교에서 지정한 학용품의 공급을 태만히 하는 때, (4) 학교의 소집일에 연고 없이 출석치 않는 때, (5) 학교의 허가 없이 타 교육을 시행하는 때, (6) 무단결석 7일 이상에 달하는 때는 학교가 정학 급 출학을 명해도 감수하겠다.195)『동아일보』 1932년 4월 16일자 사설.

보통학교에는 퇴학이나 정학 등 규정에 근거한 처벌 외에도 일상적으로 체벌이 있었다. 실제 보통학교 규정 제80조에는 체벌을 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학생을 통제하고 규율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과 폭력을 가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교육관으로 볼 때 수용되는 체벌도 있었지만 이를 넘어선 폭력이 야기되어 학부형 대회나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빈번히 일어나기도 하는 등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근일의 교육자는 교육에 대하야 특별한 열성이 잇어서 교육계에 종사한다는 것보다도 생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한 가지의 방도와 같이 생각하는 일부 인사도 잇는 동시에 학도 역시 장래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일책으로 학교에 다니게 되는 자가 많은 까닭에 종래 온정미가 잇든 사제 간의 관계는 규칙 하나로만 겨우 유지하게 되느니 만큼 자연히 냉혹하게 되기 쉬운 모양이다. 그러나 그 동기야 어데 잇든지 간에 몸을 한번 후생의 교육 사업에 던진 이상 마땅히 피교육자를 온정과 의리로써 훈도 함양하여야 할 것이다. 이론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지각없는 교육자 중에는 그저 규칙에 위반하엿다는 핑게로 천진난만한 청소년의 학도들을 함부로 학대하며 혹은 폭행까지 가하는 일이 각금 잇다.196)『동아일보』 1933년 10월 31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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