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3권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
  • 제1장 상인과 정치 권력
  • 3. 경강 상인의 성장과 정경 유착
  • 조선 전기 경강 상인의 모습
이욱

조선시대 한강 연안에는 크고 작은 취락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조선 전기에 한강 연안으로 취락이 발달한 지역은 용산강, 서강, 한강(지금의 한남대교 부근)을 합쳐 부른 삼강(三江) 지역이었다. 당시 사람들의 공간 감각은 한강을 이어져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동일한 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생활 근거지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강과 보이지 않는 강을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고, 따라서 한양을 싸고 흐르는 한강도 각각 어느 지역에 흐르는지에 따라 명칭이 달랐다. 조선 후기에 한강 상류에서 운송된 물화(物貨)의 집산지였던 두모포(豆毛浦, 지금의 동호대교 근처)나 뚝섬은 이때만 해도 한가한 강촌인데다 저습지여서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았다. 조선 전기만 해도 물화의 교류가 그리 많지 않았고 소금이나 어물 정도가 유통되었으며, 국가의 세곡(稅穀)이나 사대부의 농장에서 생산된 물품이 운반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강 연안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상업 활동이 주류를 이루지 않고 다양한 생산 활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조선 정부는 애초에 농본 국가를 표방하 였다. 따라서 용산, 마포 등 삼강 지역도 강변에서 어로, 상업 활동을 전개했다고는 하지만 조선 초기에는 역시 농업이 주로 발달하였다. 한성부는 용산과 마포에 권농관(勸農官)을 파견하여 농업을 독려하였고, 특히 용산 근처는 저습지여서 벼농사에 유리하였으므로 논을 개간하는 데 주력하였다. 또 한양을 싸고 흐르는 한강은 조수와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다양한 종류의 어종(魚種)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삼강을 제외한 한적한 지역의 한강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고기를 낚아서 생활하는 어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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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津船)
진선(津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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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강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종사한 업종은 나룻배 운영이었다. 한강은 물화의 중요한 운송 장소인 반면에 사람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정부는 주요 나루에 관에서 운영하는 나룻배를 두고 무료로 운영하였다. 하지만 이를 빙자한 관원들의 횡포가 자못 심각하였다. 즉, 한강을 건너면 바로 왕이 사는 도성이므로 잡인이나 도적의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나루터에서 엄격하게 검문하였는데, 이를 빙자하여 잡다한 명목으로 통행자들의 재물을 착취하였다. 또 모든 나루터를 정부에서 무료로 운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강 연안에서 고기잡이나 나무 채취로 연명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삯을 받고 나룻배를 부리기도 하였다. 이들은 점차 고기를 낚거나 나무를 채취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건네주는 일이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전업으로 삼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점차 영업 범위를 확대해서 주막업 까지 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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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도(露梁津圖)
노량진도(露梁津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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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한양을 수도로 정한 이유는 교통 운수가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배가 다닐 수 있는 용산·마포 등 한강변의 강촌은 한강 상류를 통해 충청북도·강원도와 통하고 한강 하류를 통해 충청남도·전라도·황해도·평안도 등 서해안 지방과 통하였다. 그리하여 전국의 물화가 이곳에 집산되었다가 도성 안으로 공급되었다. 따라서 일찍부터 이러한 물화의 교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용산과 마포, 서강은 정부의 세곡(稅穀)을 운반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포구였고, 또 근처에 세곡을 보관하는 창고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므로 이곳에는 세곡을 싣고 온 사람들이 세곡이 아무런 탈 없이 모두 운송되었음을 확인받을 때까지 묵고 먹을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이 뒷날 여객 주인(旅客主人)으로 성장하였다.

한편 일찍부터 배를 타고 멀리 나가 선상(船商)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정부의 세곡 운송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방에서 상품을 구입하여 시전에 넘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선상들의 삶은 그렇게 풍족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신분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한강 연안에 거주하면서 선상 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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