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3권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
  • 제2장 시전 상인의 조직과 도성 문화
  • 2. 시전 상업의 시기적 변화
  • 조선 후기 성시 상업의 번성
  • 신설 시전의 증가
고동환

조선 후기 신설 시전이 증가하는 시기는 두 차례에 걸쳐 있었는데,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이다. 17세기 후반에 설치된 시전을 살펴보면, 1660년에는 서강미전(西江米廛), 1664년에는 양태전(凉台廛), 1671년에는 서소문 밖에 외어물전(外魚物廛), 1680년경에는 마포미전(麻浦米廛)과 문외미전(門外米廛)이 각각 창설되었고, 계아전(鷄兒廛), 남초전(南草廛), 문외우전(門外隅廛), 문외상전(門外床廛) 등도 모두 이 시기에 창설되었다. 이때 창설된 시전은 대부분 미곡, 어물, 과일 등 도성 주민의 일용품을 취급하였다.

또한 동일한 물종을 판매하는 시전이 이미 있었는데도 판매처를 달리하여 도성 밖이나 경강 등지에 설치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17세기 후반 이후 한양 유입 인구가 크게 늘어 도성 밖인 경강 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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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어물전
건어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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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창설이 대거 이루어지는 두 번째 시기는 18세기 전반이다. 한양 인구가 급증하면서 상품 유통량이 증대되었고, 기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물종도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상품 유통 시장이 확대되었다. 급증하는 수요를 기존 시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전들이 대거 생겨났다. 이 시기에 생긴 대표적인 시전들은 여항 소시에서 거래되던 채소, 기름, 젓갈 등 극히 미미한 물종을 판매하였다. 그 밖에도 1720년대에는 엽초를 가공하여 판매하는 절초전(折草廛)이 창설되었으며, 야장(冶匠)들은 1732년(영조 8)에 파철전(破鐵廛)을 창설하였고, 도자장(刀子匠)들은 1744년(영조 20)에 도자전을 설립하였다. 1747년(영조 23)에는 칠전(漆廛)이, 1757년(영조 33)에는 호위청 군사들이 기존 의전(衣廛)이 있음에도 신의전(新衣廛)을 창설하였다.

18세기에 창설된 시전들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었다. 첫째는 파철전이나 도자전에서 보듯이 수공업자가 주체가 되어 시전을 창설하였다. 수공업자들은 한양의 상품 화폐 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종전의 소극적인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전을 창설하여 자신의 생산물을 판 매하려 하였다. 둘째는 군문이나 권세가와 결탁한 사상이 금난전권 강화를 배경으로 상품 판매보다는 비시전계 상인을 대상으로 금난전권을 행사함으로써 이익을 보기 위하여 시전을 창설하였다.

이러한 시전들은 대부분 채소 등 미미한 물종을 판매하였다. 원래 이러한 물종은 한양 영세 소민의 자유로운 영업에 맡겨져 유통되었으나, 사상 세력이 시전을 창설함으로써 이들 영세 소민의 자유 판매가 억압되었고, 사상은 금난전권을 기초로 이들에게 세금을 거둠으로써 이익을 도모하였다. 이는 금난전권에 따른 통제가 강화되면서 점차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시전에 등록하여 독점적 판매권을 확보하는 일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시전 상인의 금난전권은 상품 유통 지배권을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권한으로 기능하였다.

이에 따라 18세기에는 상인이면 누구나 권세가나 각 아문과 결탁하여 시전을 창설하려고 하였다. 평시서에서도 이와 같은 신전(新廛) 창설에 부정적이지 않았다. 새로운 시전이 창설되면 평시서는 거기에서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연계된 사상 세력과 평시서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면서 18세기 전반기에 상당수 시전이 신설되었다.19)고동환, 「18세기 서울의 상업 구조 변동」, 『서울 상업사』, 태학사, 2000.

이처럼 시전의 수는 크게 증가하여, 17세기 전반에 고작 30여 개에 지나지 않던 것이 18세기 말에는 평시서 시안에 등록된 시전만 육의전 7곳, 유분각전 30곳, 무분각전 40곳, 여인들로만 구성된 여인전(女人廛) 18곳, 경강 주변의 시전인 연강전(沿江廛) 15곳, 한양 도성 곳곳에 산재한 방곡잡전(坊曲雜廛) 10곳 등 모두 120여 개로 늘어났다. 150여 년 동안에 시전의 수가 네 배가량 증가하였다.20)『홍재전서(弘齋全書)』 권164, 일득록(日得錄) 문학(文學), 일득록 시총책(市摠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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