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3권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
  • 제2장 시전 상인의 조직과 도성 문화
  • 3. 시전의 종류와 판매 물종
  • 육의전
고동환

육의전은 시전 상인을 대표하는 시전으로, 유분각전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국역(國役)의 비율이 높은 시전을 여섯 주비로 묶은 조직을 말한다. 문헌상 육의전은 18세기 후반에 간행된 『동국문헌비고』에는 선전·면포전·면주전·지전·저포전·내어물전·청포전으로, 19세기 초에 간행된 『만기요람』에는 선전·면포전·면주전·지전·저포과·포전·내어물전과 외어물전으로, 19세기 중엽에 간행된 『육전조례』에는 입전·면주전·백목전·지전·저포전과 포전·내어물전과 외어물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입전은 선전과 같고 백목전은 면포전과 같다. 육의전은 특정 여섯 개 시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국역 부담이 높은 시전을 여섯 개의 주비로 묶어서 조직한 것이므로, 시기에 따라 여섯에서 여덟까지 구성이 달랐다.

육의전은 정부에서 요구한 각종 부역을 평시서를 통해 접수하고 이를 각 시전에게 고루 분배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이른바 국역을 대리하여 청부 일을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육의전은 시전 상인 내부의 여러 갈등이나 대립을 처리하는 일도 하였다. 19세기 후반의 도자전 상인들이 자신 들이 취급하는 상품의 독점적 유통권을 요구하는 청원을 평시서에 올리자, 평시서에서는 이를 육의전 도소(都所)에 위임하였고, 육의전 도소에서는 항통(缸筒) 투표라는 민주적인 투표를 통하여 이 사안을 결정하였다.

육의전 도소원들의 항통 투표는 1885년과 1891년에 두 차례 행해진 기록이 있는데, 이로 보아 시전 상인끼리 분쟁이 일어나면 도소원들은 대개 투표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것을 알 수 있다. 육의전은 국역을 모든 시전을 대리하여 청부하는 업무 외에도 시전의 불법 행위를 자체 감찰하였다. 시전끼리 벌이는 분쟁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처결권을 행사하였다. 즉, 육의전은 시전 자체의 자율적인 통제권도 가졌다. 육의전에서는 주로 외국 상품이나 수요가 커서 이익이 많은 물건을 팔았는데, 각 시전에서 취급하는 물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선전(線廛) :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비단을 판매하였는데, 취급하는 비단은 공단(貢緞), 대단(大緞), 궁초(宮稍), 생초(生稍), 설한초(雪漢稍), 일광단(日光緞), 월광단(月光緞), 운문대단(雲紋大緞), 매죽단(梅竹緞)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였고 대부분 최고급품이었다. 따라서 입전의 주요 수요층은 왕실과 사대부가 등 최고 권세 가문이었다. 선전은 육의전 중에서도 수전(首廛)으로 쳤으며 시전에서 국역의 부담이 가장 컸다. 처음 시전을 세울 때 먼저 선전을 세우니 선(線)의 음과 입(立)의 뜻이 비슷하므로 입전(立廛)이라고도 불렀다.

면포전(綿布廛) : 무명과 은(銀)을 팔았는데, 은목전(銀木廛) 또는 백목전(白木廛)이라고도 한다. 무명은 솜에서 실을 만들어 짠 직물로 주로 일반 서민들의 옷감으로 사용되었다. 물들이지 않은 흰색 그대로 쓰기도 하고 염색을 해서 쓰기도 하였다. 면포전에서 판매하는 무명은 강진목(康津木), 해남목(海南木), 고양(高陽)낳이, 강(江)낳이, 상고목(商賈木), 군포목(軍布木), 공물목(貢物木) 등 종류도 다양하였다. 무명은 금속 화폐인 상평통보(常平通寶)가 유통되기 전까지는 쌀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물품 화폐로 돈의 기능도 한 것이어서 매우 광범하게 유통되었으므로, 면포전은 선전 다음으로 국역 부담이 무거웠다.

면주전(綿紬廛) : 중국산 비단을 판매하는 선전과 달리 국산 비단을 판매하였다. 국산 비단인 명주(明紬)도 각 지역별로 품질이 다르고 특색이 있어 대체로 생산지명을 상품 앞에 붙여서 판매하였다. 명주도 수요가 많고 고가였으므로 면주전은 면포전 다음으로 위상이 높았다.

지전(紙廛) : 종이를 판매하였다. 지전이 면주전 다음으로 국역 부담이 높았다는 점은 그만큼 종이의 수요가 많았고, 종이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컸음을 말해 준다. 품질이 좋기로 널리 알려진 조선산 종이는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하였다. 종이의 종류도 다양하여 백지(白紙), 장지(壯紙), 대호지(大好紙), 설화지(雪花紙), 죽청지(竹靑紙), 선익지(蟬翼紙), 화초지(花草紙), 백면지(白綿紙), 상화지(霜花紙), 자문지(咨文紙), 초도지(初塗紙) 등을 판매하였다.

포전(布廛) : 삼베를 팔았다. 포전에서는 안동포, 계추리, 해남포, 왜포, 당포, 생계추리, 문포, 조포, 영춘포, 길주명천세포 등을 판매하였다. 삼베는 마(麻)의 줄기로 실을 만들어 짠 직물로 마포(麻布)라고도 한다. 모시에 비해 등급이 낮아 주로 서민들이 옷을 지어 입었다.

내·외어물전(內·外魚物廛) : 어물전에서는 북어, 멸치, 미역, 자반고등어 등 건어물과 소금에 절인 어물 등을 팔았다. 내어물전은 종루 주변, 외어물전은 서소문 밖에 위치하였다.

저포전(苧布廛) : 모시를 팔았다. 모시는 주로 충청도 한산, 임천 등지에서 생산되는데 여름철 옷감으로 수요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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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전(靑布廛) : 중국산 면포와 모자를 판매하였다. 원래 내어물전과 합하여 하나의 주비로 육의전에 포함되었지만, 1794년(정조 18) 갑인통공 (甲寅通共)으로 육의전에서 제외되었다.

육의전의 위치, 판매 물종, 분역을 정리하면 표와 같다.

육의전의 위치와 판매 물종
시전 이름/별칭 분역 위치 판매 물종
선전·입전 10 광통교 주변 중국산비단 : 공단, 대단, 궁초, 생초, 운한초(雪漢綃), 일광단, 월광단, 운문대단, 매죽단, 가계주(紬), 용문갑사(龍紋甲紗), 상사단(相思緞), 통해주(通海紬), 장원주(壯元紬), 포도대단(葡萄大緞), 조개비단, 금선단(金線緞), 양화단(兩和緞), 운사(雪紗), 빙사(氷紗), 호로단(皓老緞), 만수단(萬壽緞), 우단(羽緞), 광월사(光月紗), 아롱단(緞), 팔량주(八兩紬), 쌍문초(雙紋綃), 흑저사(黑苧紗), 남추라(藍縐羅) 등
면포전·은목전·백목전 9 광통교와 종루 주변 무명과 은 : 강진목, 해남목, 고양낳이, 강낳이, 상고목, 군포목, 공물목, 무녀포(巫女布), 정은(丁銀), 서양목(西洋木), 서양주(西洋紬) 등
면주전 8 종루주변 국산 명주
지전 7 남대문로 1가 주변 각종 종이류 : 백지, 장지, 대호지, 설화지, 죽청지, 선익지, 화초지, 백면지, 상화지, 자문지, 초도지, 상소지(上疏紙), 천연지(川連紙), 모토지(毛土紙), 모면지(毛綿紙), 분당지(紛唐紙), 궁전지(宮箋紙), 시축지(詩軸紙), 능화지(菱花紙) 등
저포전 6 종로 3가 근처 모시류
내어물전
외어물전
5
4
종루 주변 좌반(佐飯), 어염(魚鹽), 건어류(乾魚類) : 북어(北魚), 관목어(貫目魚), 골독어(骨獨魚), 민어(民魚), 석어(石魚), 통대구, 광어, 문어, 가오리, 전복, 해삼, 가자미, 곤포, 미역, 다시마, 파래김, 우뭇가사리 등
포전 5 남대문로 1가 무명 : 농포, 세포, 중산포, 함흥오승포, 심의포, 육진장포, 안동포, 계추리, 해남포, 왜포, 당포, 생계추리, 문포, 조포, 영춘포, 길주명천세포 등
청포전 5   중침, 세침, 수바늘, 다홍삼승, 청삼승, 녹전, 홍전, 분홍전, 삼승고약, 공단고약, 감투모자, 회회포, 민강 사탕, 오화당, 연환당, 옥춘당 등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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