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4권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
  • 제1장 조선인에게 비친 과학 기술
  • 2. 철도로 보는 근대의 풍경
  • 철도 부설을 통한 식민 지배의 강화
  • 식민지 약탈의 선봉에 선 철도
박진희

철도는 일본의 상품 판매 시장을 확장하고 식량과 천연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대동맥이었다.

일본의 철도 투자액도 천문학적이었다. 조선 통감부는 1906년 한 해 동안 철도 건설비와 개량비로 4067만 2159원을 투자했다.

한일 병합 직후인 1911년에는 압록강 철도 가설 공사가 완공됨으로써 일본과 중국 대륙이 하나의 교통 권역으로 연결되었다. 1914년에는 호남선과 경원선을 부설하면서 호남의 곡창 지대와 북부의 광공업 지대가 일제의 손에 들어갔다. 1915년경 1500㎞에 이르던 철도는 1919년 말에는 2197㎞에 이르렀고 전국적으로 주요 간선 철도망이 완성되었다.

철도 운영 초창기인 1908년까지 조선의 철도는 적자였다. 하지만 1910년에는 33만 8380원에 이르는 순익을 올렸고, 1911년에는 63만 3950원으로 급격하게 늘기 시작해, 1914년에는 123만 2000원, 1916년에는 363만 6000원, 1918년에는 370만 2000원으로 상승했다. 화물과 여객 수송의 면에서도 조선 철도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화물 수송은 1907년 39만 1000톤이었는데, 1919년에는 364만 3000톤이었다. 이는 10년 사이에 약 열 배로 늘어난 것이다.

조선 철도는 식민지형 철도의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식민지 철도는 제국주의 국가의 자본·상품·군대·이민자들을 반입하고 원료·식량·노동력을 반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조선의 철도는 일본 군대의 이동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하고 조선에서 수탈한 자원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또한 일본 국내의 과잉 인구와 만성적인 식량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조선 철도의 가장 큰 특수성은 군사적인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경부선과 경의선은 긴박한 군사적인 요청에 따라 속성으로 완성되었다.

식민 시대에 존재했던 간선 철도의 최대 사명은 만주와 일본을 중계하는 것이었지, 조선의 내적 필요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조선의 간선 철도는 원래부터 국내 각 지역 간의 물자 유통보다는 기본적으로 국외 유통, 즉 일본·조선·만주 사이의 병참 및 상품 수송을 목적으로 부설되었던 것이다. 이런 목적을 띤 간선 철도가 모든 국유 철도 총연장의 80%를 차지했다는 점은 조선 철도의 침략적인 성격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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