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4권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
  • 제1장 조선인에게 비친 과학 기술
  • 3. 일제 강점기의 과학 기술 교육
  • 일제의 근대 과학 기술 교육 정책
  • 식민 경영 전략의 틀
김근배

시기별로 다소간의 차이도 있고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도 있었지만 식민 통치 아래에서의 근대 과학 기술 교육은 일본 제국의 이해에 따른 기형적인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침탈한 시기부터 광복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일본이 관철한 조선에서의 과학 기술 교육 정책의 골간은 전문 능력을 갖춘 지식인의 양성이 아니라 기능인의 생산이었다.

근대적인 전문 인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오직 식민지 경영 전략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자각적인 지식인으로서의 기술 전문 인력의 양성은 고등 교육 불필요론을 통해 애당초부터 배제되었다. 물론 식민지 경영 전략의 변화에 따른 실행상의 차이가 있기는 했으나 ‘고등 교육 불필요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일본 제국 정부가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주요하게 견지했던 교육 정책의 핵심이었다.

‘가장 원시적인 땅 조선에서의 고등 교육 불필요론’은 일제가 대한제국을 침탈한 시기에 나타난다. 1905년 2월 통감부 산하 교육 담당 고문으로 부임한 일본의 식민주의자 누사하라 히로시(幣原坦)는 식민지 조선에서의 고등 교육 불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그는 “고등 교육이 전혀 필요 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누사하라 히로시는 러일 전쟁 후 한일 협정을 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식민지 조선의 교육 행정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었다. 또 누사하라 히로시와 더불어 조선 교육 구조의 틀을 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유케 코타로(弓削幸太郞)는 1923년 발행한 『조선의 교육』에서 식민지 조선에서 교육의 목적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총론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식민지 교육의 최우선 과제는 본국어(일본어)를 널리 보급하는 데 있으며, 고등 교육은 어디까지나 기술자 양성을 위한 실업 교육에서 그쳐야 한다. ……그 근거는 식민지 사람들의 자각을 막는 데 있다.

이런 식민지 교육에 관한 기본 구상의 저변에는 식민지란 본국(일본)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공업 원료를 쉽게 공급하고 본국 제품의 확실한 판로(販路)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기본 시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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