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4권 근현대 과학 기술과 삶의 변화
  • 제4장 과학 기술과 일상 생활의 변화
  • 3. 과학 기술,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다
  • 집 안에서 일어난 연료 변혁
박진희

석유와 램프는 등잔 대용으로 이미 1880년경에 조선에 들어와 있었다. 통도사의 승려 이동인(李東仁)이 일본 시찰을 갔다가 처음 소개한 이후로 석유를 이용한 램프·호롱 사용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었다. 이와 아울러 성냥도 널리 보급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외화 유출이 심한 유류 사용을 가능한 억제하기 위하여 무연탄 사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을 폈다.

때문에 개화기 초기에 석유가 도입이 되었지만 가정에서의 사용은 억 제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취사나 난방을 하기 위하여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던 연료는 연탄이었다. 6·25 전쟁 이후 민수 연료인 9공탄·19공탄·22공탄이 생산·공급되면서 석탄 연료를 가정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증가하는 무연탄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1956년에 석탄 개발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가장 가격이 저렴하던 탓에 연탄은 1970년대 내내 난방과 취사 연료로 이용되었다. 연탄이 주요 난방원이 되자 1970년대 신부들은 혼수 필수품으로 연탄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탄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빈번해지자 1970년대에는 안전을 이유로 비싼 석유를 이용한 취사·난방 기기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연이은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이들 기기의 보급은 곧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연탄은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도시가스가 공급될 때까지 여전히 중심적인 연료로 역할하게 된다. 그 후 1993년을 기점으로 연탄은 연료로서의 기능을 석유와 도시가스에게 완전히 내어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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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연탄을 대신하여 난방과 취사 연료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도시가스였다. 연료로 가스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인 1907년의 일이다. 일한 와사 주식회사(日韓瓦斯株式會社)에서 일본인 이주민들에게 가스를 공급한 것이 시초였다. 연료탄의 부족으로 가스 사업은 1936년을 고비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가스 공급은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였다. 광복 이후 가스를 취사에 본격적으로 이용한 것은 1970년 8월에 최초로 부탄가스 설비가 설치되면서이다. 석유를 대체할 연료를 찾고 있던 정부에서는 1970년대에 도시가스 사업에 주력하여 1971년 도시가스 공급 8개년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에 따라 가스 공급 호수는 1972년 6만 6000호 에서 1981년 126만 4000호로 10년 사이에 약 20배 증가하였다. 도시가스 사업이 확대되면서 1980년 이후로 가스 공급은 더욱 증대되어, 1986년 12.4%였던 도시가스 보급률은 1989년 15.3%, 1990년 16.2%에 달하게 되었다. 2002년 현재 도시가스는 전체 취사·난방 연료의 77%를 차지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러한 가정에서 이용하는 연료의 변화는 주거 설비 및 가사 노동에 쓰이는 각종 가정용 기기의 확산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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