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5권 상장례, 삶과 죽음의 방정식
  • 제3장 유교식 상례
  • 1. 초종례, 임종에서 관 속에 들어가기까지
  • 초종례, 임종에서 관 속에 들어가기까지
  • 전과 습, 그리고 저승길 양식 반함
정종수

전(奠)은 고인을 생시와 똑같이 섬긴다는 의미에서 영상(靈床)에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올리는 것으로서, 운명 직후부터 안장 때까지의 시동(尸童) 없이 땅에 차려 놓고 지내는 것을 이른다.66)『예기』 단궁 하. 아침에 올리는 전을 조전(朝奠), 저녁에 올리는 전을 석전(夕奠)이라 한다.

전을 올리는 것은, 육체를 떠난 혼이 형상이 없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서 전을 드려 의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67)『의례』 사상례. 전은 사자가 생시에 먹던 음식을 드리는데, 이는 돌아가셨다고 하여 차마 생시와 다른 사자의 예로 바꿔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습(襲)은 쑥물이나 향물로 시신을 정결하게 씻기고 손톱, 발톱을 깎고 머리도 말끔히 빗질한 후 반함(飯含)을 하고서 새로운 옷(壽衣)으로 갈아입히는 의식이다. 사자를 목욕시키는 것은 소생을 바라는 산 자의 심정과 시신에 혹시라도 붙어 있을지 모를 사악한 정령을 제거하려는 벽사(辟邪)의 의미도 있다.

습과 염은 중복되는 것 같으나 습은 시신을 씻기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는 절차이고, 소렴(小殮)은 저세상으로 갈 모든 행장을 끝내고 소렴금(小殮衾)으로 시신을 싸서 속포(종이나 베로 묶는 끈)로 묶는 절차이다. 습은 수의를 준비한 뒤에 하기 때문에 보통 죽은 다음날 한다. 요즈음은 습, 소렴, 대렴, 입관을 동시에 한다. 이처럼 세 가지를 대개 반함과 함께 한꺼번에 하기 때문에 염습(殮襲) 또는 습렴(襲殮)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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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일습(壽衣一襲)
수의 일습(壽衣一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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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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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는 저승옷, 또는 염의(染衣)라 한다. 집안에 연로하신 노인이 계시면 미리 수의를 마련해 두는데, 대개 윤년이나 윤달을 택해 준비해 둔다. 수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송사(送死)의 도로서 어버이를 위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수의는 비단, 베, 마직 등 자연 섬유를 소재로 하며, 색깔은 흰색을 쓴다. 수의를 지을 때는 가시는 길에 막힘이 없으시라고 실의 매듭을 짓지 않으며, 빈손으로 간다는 뜻에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원래 수의에 주머니를 만들지 않는 것은 서양의 양복과는 달리 한복에는 주머니가 없기 때문이다.

수의의 크기는 산 사람의 옷보다 크게 만들어 입히기 편하게 하며, 윗옷은 속저고리, 저고리, 두루마기, 도포(여자는 활옷)를 함께 소매를 포개 꿰어서 팔을 꿰기 좋게 묶어 놓는다.

검정 수건(幎目)으로 얼굴을 가리기 전에 시신의 입 안에 쌀, 조개, 옥 등을 넣어 주는데 이를 반함이라 한다. 반함은 고인의 입 안을 차마 비어 있게 할 수 없는 효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쌀이나 조개 또는 옥을 입 안에 넣어 주는 것은 다시 소생하기를 바라는 표현이다.68)道端良秀, 『佛敎と儒敎』, 日本第三文明社, 1976, 59쪽. 쌀과 조개는 복생(復生)과 생명력을 상징하고, 옥은 불변불멸의 활력을 상징한다.

부활을 상징하는 반함 유물로는 중국 한나라 때 무덤에서 출토된 매미 모양의 옥함(玉琀)과 옥개(玉蓋)가 있다. 중국 사람들은 “금과 옥으로 구규 (九竅, 이, 목, 구, 비, 항문 등 우리 몸의 아홉 구멍)를 막으면 죽은 사람이 썩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 염을 할 때 옥을 썼다. 따라서 한대 무덤에서는 일반적으로 해골의 입 안에서 매미 모양의 옥함이 출토된다고 한다.69)孫機, 『漢代物質文化資料圖說』 中國歷史博物館叢書 第2號, 文物出版社, 1991, 409쪽. 이런 옥함은 낙랑시대의 무덤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반함 때 입에 옥함을 넣는 것은 시체가 옥석처럼 썩지 못하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미와 같이 허물을 벗고 부활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반함 때 물에 불린 쌀을 버드나무 수저로 입에 떠 넣으면서 ‘천 석이오’, 두 번 떠 넣고 ‘이천 석이오’, 세 번째는 ‘삼천 석이오’ 하고 외친다. 버드나무가 없을 때는 지폐를 접어서 쌀을 떠 넣기도 하는데, 이를 ‘양식 드린다’라고 한다. 그리고 저승 갈 때 노자로 쓰라고 반 토막 낸 동전 세 닢을 입에 물린다. 처음 넣으면서 ‘백 냥이오’, 두 번째는 ‘천 냥이오’, 세 번째는 ‘만 냥이오’ 하고 외치면서 넣는다.

목욕과 습을 마치면 영좌(靈座)를 꾸미고 혼백(魂帛)을 만들고 명정(銘旌)을 만들어 세운다. 다음으로 호상이 목수를 시켜서 관을 만들게 하고 친척이나 친지, 지인들에게 부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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