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5권 상장례, 삶과 죽음의 방정식
  • 제3장 유교식 상례
  • 2. 사자를 보내는 장송 의례, 성복에서 안장까지
  • 사자를 보내는 장송 의례, 성복에서 안장까지
  • 사자의 집, 묘택과 후토제
정종수

성복을 한 후부터는 장례 날까지 아침저녁으로 전을 올리는 등 생시와 똑같이 정성을 다한다. 또 슬픈 마음이 복받치면 그때마다 곡을 한다. 그리고 장례를 위하여 장지를 정하고 묘지를 조성하는 일을 한다. 옛날에는 천자는 7개월, 제후는 5개월, 대부(大夫, 4품 이상 관직자)는 3개월, 선비(士)는 1개월 만에 장례를 거행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장기가 많이 짧아져서 3일 또는 5일 만에 거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대부 이상이 죽은 지 3개월 만에 장사를 치르는 것은 묏자리를 선택하고 매장할 때 넣어 주는 지석이나 명기 등을 만들거나 묘역에 나무 등을 심는 일들이 좀 더 정성스럽고 만족스럽게 되어 후회가 없게 하기 위한 것이다.

묏자리를 정하면 장사 지낼 날짜를 잡는다. 날짜가 정해지면 개영역(開瑩域, 산소 자리를 팜)을 시작한다. 산역(山役)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지신에게 고하는데 이를 후토제(后土祭)라 한다. 이는 효자의 정성 어린 효심에서 나온 것으로 부모의 시신이 묻힐 자리(陰宅)를 주관한다고 믿는 지신에게 부모와 자손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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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토제(전남 벌교)
후토제(전남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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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토제를 마치면 무덤을 파는 천광(穿壙)을 행하는데, 먼저 무덤 자리 위에 묘상각(墓上閣)을 짓거나 차일(遮日)을 쳐서 비나 해를 가린 다음 무덤 안을 석회와 모래, 황토로 손질하여 회격(灰隔)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 고인의 성명·업적·사적·자손의 현황 등을 돌에 새기거나 사발·접시의 표면에 간단히 적어서 묘 앞에 묻는데, 이를 지석이라 한다. 이것은 뒷날 봉분이 무너져 알아보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명기(明器)와 하장(下帳)을 만드는데, 수레와 말, 상, 장막, 깔개, 자리, 의자, 탁자 따위를 실물보다 작게 만들고 포(苞)와 소(筲), 앵(甖) 등 고인이 저승에서 먹을 음식을 담아 두는 그릇을 만든다.

또 죽은 이를 표시하는 위패인 신주를 만드는데, 재료는 밤나무이고 높이 약 24㎝, 너비 9㎝ 정도로 하고 밑에 받치는 부(趺)는 12㎝, 두께 3.5㎝가량으로 만든다. 요즈음은 신주를 만들지 않고 그때그때 지방(紙榜)을 써서 위패함에 붙여 거행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이때 비로소 상여를 꾸리고 삽(翣, 발인할 때 상여의 앞뒤에서 들고 가는 치장 도구의 하나) 따위의 부속물들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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