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수

발인(發靷)이란 영구(靈柩)를 상여에 싣고 장지로 떠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견전(遣奠)이라 하여 조전 때와 같이 영구를 상여에 싣고 상여 앞에서 영좌를 설치하여 제물을 차리며 주인 이하 엎드려 곡을 하고 축문을 읽는다. 견전은 원래 발인하기 전에 올렸으나 요사이는 견전례를 흔히 발인제라 한다. 발인제가 끝나면 제물을 상여꾼에게 먹인 다음 장지로 향한다. 발인제를 마치면 곧 상두꾼들이 상여를 메고 장지로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영구가 출발하기 전 하직 인사를 한다. 상두꾼들은 상여를 멘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세 번 하고 장지로 떠난다.

출상 행렬의 순서는 맨 앞에 방상(方相)이 서고 이어 명기와 복완(服玩) → 명정 → 혼백 → 만장(輓章) → 공포(功布) → 상여(喪轝) → 운아삽(雲亞翣) → 주상 → 상주 → 복인 → 존장 → 무복친 → 조문객 순으로 나간다. 옛날에는 상여를 소나 말 또는 사람이 끌도록 되어 있었는데, 후세에 와서는 어깨에 메는 것으로 바뀌었다. 장송할 때에는 지름길로 가지 않으며 길에 물이 괴고 진창이라고 해서 피해 가지 않는다.

상여가 동구 밖을 벗어나거나 중간에 망자와 친했던 친구들은 길가에 장막을 쳐서 영구를 쉬게 하고 음식을 차려 제를 지낸다. 제는 분향 후 술을 올리고 제문(노제축)을 읽으면 모두 두 번 절한다.

옛날에는 성문 밖이나 마을 입구에서 조문객들이 장막을 치고서 제사 지낼 장소를 마련하고 기다리다가 지내기도 하였고, 친척 집 앞을 지날 때에는 꼭 지내기도 하였다. 또 가다가 개울이나 언덕이 있을 때는 상여 행렬이 잠시 멈추는데, 이때마다 유족이 상여꾼들에게 술값이나 담뱃값을 내놓는다.

옛날에는 묘소가 멀면 30리마다 영구 앞에 영좌를 만들고 조석으로 곡을 하며 상식을 올리고, 밤이면 상주 형제는 모두 영구 옆에서 잤다.

행상(行喪)에 필요한 대표적인 상장(喪葬) 도구로는 만장, 방상, 운아삽 등이 있다.

만장이란 고인의 공덕을 애도하여 지은 글을 비단이나 종이 등에 적은 글로 만사(輓詞), 만가(輓歌)라 하는데, 영구를 앞에서 끌고 인도한다고 하여 만장이라 하였다. 우리 선조는 초상이 나면 만장을 써서 보내는 것을 가장 큰 부의로 여겼고, 받는 쪽에서도 고인의 학식과 인덕을 적은 만사를 받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장사 때 만장의 수효로 망인의 덕망과 학식을 논하기도 하였다.

방상은 방상씨(方相氏)라고도 한다. 광부(狂夫)는 도사처럼 관복을 입고 방상씨 가면을 쓰고 양손에 창과 도끼를 들고 행상 맨 앞에 서서 잡귀와 부정을 몰아낸다. 묘지에 이르면 먼저 광내로 들어가 사방 모퉁이를 창으로 쳐 잡귀와 액을 쫓는다. 4품 이상은 눈이 4개이고, 5품 이하는 눈이 2개 달린 방상씨를 쓴다. 국상(國喪)에서는 4개의 방상이 각기 네 대의 수레를 타고 발인 행렬 양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산릉에 도착하면 먼저 현궁에 들어 가서 창으로 네 모퉁이를 쳐 잡귀를 몰아낸다.

삽(翣)은 내용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누는데, 구름(雲氣)을 그린 것을 운삽(雲翣) 또는 화삽(畵翣)이라 한다. ‘아(亞)’ 자를 그린 것을 불삽(黻翣), 도끼를 그린 것을 보삽(乷翣)이라 한다. 삽은 원래 깃으로 만들었으나 뒤에 네모진 천에 그렸다.

삽은 발인할 때 대여(大輿) 좌우에 서서 가고, 능에 도착하여서는 재궁(梓宮, 임금의 관)을 가리고, 하관을 하면 내관과 외관 사이에 좌우로 꽂는다. 국장에는 각각 1쌍씩 6개를 사용하고, 대부는 운삽 1쌍, 불삽 1쌍을, 선비(士)는 운삽 1쌍만을 쓴다. 장사에 삽을 쓰는 것은 사자의 영혼이 지하 세계에서 천상 세계로 비상하기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