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1장 전통 연희의 전반적 성격
  • 2. 전통 연희의 종류와 외국과의 교류 양상
  • 곡예와 묘기
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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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석의 연희 장면
화상석의 연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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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와 묘기에 해당하는 연희에는 방울을 여러 개 공중에 던졌다가 받는 농환(弄丸), 칼을 여러 개 공중에 던졌다가 받는 농검(弄劍), 물구나무서기인 도립(倒立), 공중제비, 솟대타기인 간희(竿戲), 머리나 이마에 장대를 세우고 그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서 솟대타기를 하는 정간희(頂竿戲), 나무다리 걷기, 줄타기인 주삭(走索), 접시돌리기, 칼 재주 부리기, 무거운 솥을 들어 올리는 강정(扛鼎), 바퀴를 쳐서 공중에 올려 돌리는 무륜(舞輪), 맨발 로 불을 밟고 걷는 이화(履火), 칼이 꽂혀 있는 좁고 긴 장애물을 통과하는 충협(衝狹), 공중제비를 하여 물이 담긴 쟁반 위를 건너뛰었다가 다시 물이 담긴 쟁반 가운데로 돌아와서 앉는 연탁(讌濯), 씨름인 각저희(角抵戲), 격투의 일종인 수박희(手搏戲), 나무로 만든 베개 여러 개를 줄을 맞추어 마치 하나의 기둥처럼 만들고 그 중에서 사람들이 요구하는 목침을 하나 빼거나 여러 개 쌓아 모양을 만드는 농침(弄枕), 말타기 재주인 마상재(馬上才), 뱀을 놀리는 수인농사(水人弄蛇), 누워서 발로 항아리 돌리기, 두 발을 벌린 채 윗몸을 뒤로 젖혀서 손으로 발목을 잡는 절요(折腰), 두 발을 벌린 채 윗몸을 뒤로 젖혀 머리가 양 다리 사이로 나오게 하는 등 마치 연체동물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재주, 몸을 뒤로 젖혀서 손을 땅에 대고 입으로 그릇을 물고 다시 일어서는 요요기(拗腰技)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절요부터 요요기까지를 통칭하여 유술(柔術)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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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석의 연희 장면
화상석의 연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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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솟대타기의 일종으로 도로심장(都盧尋橦)이 있고, 물구나무서기의 일종으로 안식오안(安息五案)이 있다. 도로심장은 사람의 머리나 어깨에 장대를 세우고 그 위에 여러 아이가 올라가서 재주를 부리는 것인데, 도로국(미얀마) 사람들이 잘했기 때문에 도로심장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안식오안은 탁자를 여러 개 쌓아 놓고 그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인데, 안식국(페르시아)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다.

한나라의 화상석과 화상전에는 매우 풍부하고 다채로운 산악·백희의 연희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다양한 그림과 함께 산악·백희의 연희 장면이 묘사되어 있어 주목된다. 도상 자료를 통해 이 연희들의 일부를 살펴보자.

중국 한대(漢代)의 화상석 및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구도(區都)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근처에 있는 허린거얼(和林格爾)의 동한(東漢)시대 고분 벽화에 그려진 연희 장면,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연희 장면을 비교해 보면, 동일한 연희 종목이 모두 무덤의 벽에 묘사되어 있어서 그 교류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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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시대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
동한시대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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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장천 1호분 전실의 북벽 벽화에서는 큰 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연희와 음악 연주가 묘사되고 있다. 벽화의 가운데서는 손님과 주인이 나무를 사이에 두고 나무 아래에서 원숭이를 부려 나무를 오르내리게 하는 한 연희자의 재주를 구경하고 있다. 벽화의 좌측에는 말타기 재주인 마상재를 하는 장면, 두 사람이 씨름을 하는 장면, 한 사람이 채찍 같은 것을 들고 다른 한 사람을 쫓는 장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 등이 보인다. 벽화의 우측에는 농환과 무륜이 묘사되어 있다.

수산리 고분 벽화에는 무덤의 주인공과 부인이 시종들을 거느리고 농환, 무륜, 나무다리 걷기를 구경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각저총의 벽화에 그려진 씨름꾼들 가운데 한 사람은 매부리코를 한 모습이 분명히 서역 계통의 외국인이고, 안악 3호분 벽화 중 가면희도(假面戲圖)에도 외국 출신으로 보이는 춤꾼이 보이는 등 고구려의 대외 교섭이 매우 활발했음을 전해 주는 자료들이 다수 발견된다. 팔청리 고분 벽화에는 말 위에서 긴 뿔나팔을 불며 연희하는 마상재, 나무다리 걷기, 농환, 칼 재주 부리기, 북 연주 등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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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청리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
팔청리 고분 벽화의 연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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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재
마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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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환은 통일신라시대 최치원(崔致遠, 857∼?)의 「향악잡영(鄕樂雜詠)」 5수(五首)의 금환(金丸)에도 실려 있으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우리 연희의 대표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나례와 중국 사신 영접 행사 등에서 농환, 줄타기, 대접 돌리기, 물구나무서기, 솟대타기 등 곡예 종목들이 자주 공연되었다. 칼 재주 부리기는 후대에 검무로 변하였다.

마상재는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1790)에 따르면, 입마(立馬, 말안장에 올라가 반대로 등을 돌리는 것과 말의 좌우로 뛰어넘기), 도립(倒立, 물구나무서기), 횡와(橫臥, 가로눕기), 장신(藏身 좌우 등자에 붙어서 몸 감추기) 등의 기술이 있다. 마상재는 1634년(인조 12)에 일본으로 전파되어 일본 마상재의 원류가 되었다. 『화한무가명수(和漢武家名數)』라는 일본 문헌에 따르면, 1682년에 조선 곡마가 일본에 들어와서 장군 쓰나요시(綱吉)도 구경했는데 말을 사용한 곡예나 연극이 행해져서 볼거리가 다양했다고 한다. 원래 마상재·격구·각저희(씨름)·수박희 등은 산악·백희의 종목이었으나, 후대에는 무예가 되어 연희로부터 멀어져 갔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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