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1장 전통 연희의 전반적 성격
  • 2. 전통 연희의 종류와 외국과의 교류 양상
  • 각종 동물로 분장한 가면희
전경욱

각종 동물로 분장한 가면희에는 어룡(魚龍), 만연(曼衍), 공작희(孔雀戲), 표희(豹戲), 사자희, 호랑이희, 학춤 등이 있다. 어룡과 만연은 한대에 비롯된 본격적인 동물 흉내내기 연희다. 물고기와 용의 동작을 흉내낸 집단 무용으로, 물이 없는 못에 물고기와 용이 나타나면 구름이 생겨 비가 내린다 하여 물고기와 용의 동작을 흉내낸 집단 춤이 연출된 듯하다. 『한서』 「서역전(西域傳)」의 찬(贊)에 따르면, 어룡은 한대에 황제의 궁궐에서 행하던 연희였다. 황금을 토한다고 해서 함리라 불리던 동물은 황제 앞에서 춤을 추다가 물이 격렬하게 분출되면 비목어라는 외눈박이 물고기로 변한다. 이어 안개를 내뿜으며 길이가 8장(丈)이나 되는 황룡으로 변하여 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춤을 춘다. 함리처럼 동물 가면을 쓰고 있다가 물고기와 용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어룡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만연도 어룡과 유사하다. 만연은 길이가 18장에 달하는 긴 동물이 등장하여 점차 황룡으로 변해 가는 연희였다. 어룡과 만연은 현재도 중국에서 정초에 행하는 용놀이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용놀이는 천으로 길게 만든 용의 형상을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연희하는 것이다.

공작희, 표희, 사자희, 호랑이희, 학춤은 각각 공작 가면, 표범 가면, 사자 가면, 호랑이 가면, 학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이다.

특히 산둥성 이난(沂南) 북채촌(北寨村) 출토의 화상석에는 한대 산악·백희의 다양한 연희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 화상석은 왼쪽부터 도검, 도로심장, 칠반무(七盤舞), 악기 연주, 줄타기, 창 놀리기, 도고(鞉鼓), 건고무(建鼓舞), 용희(龍戲), 표희, 어희(魚戲), 공작희, 마상재, 희거(戲車)를 묘사하고 있는 백희도(百戲圖)다.

신라박은 사자처럼 가장한 동물 가면에 한 사람이 들어가서 일어서 있는 모습으로, 양손과 발에도 동물 머리를 형상화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신라에 이러한 연희가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또한 최치원의 「향악잡영」 5수에 묘사된 다섯 가지 연희 가운데 산예(狻猊)는 사자 가면을 쓰고 추는 연희다.

이색의 한시 「구나행」에 “온갖 짐승 더풀더풀 춤추니 요임금 시절 궁정 같네”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고려시대의 나례에서 각종 동물 가면희가 연행되었음을 의미한다.

1488년(성종 19) 3월 조선에 사신으로 왔던 명나라의 동월(董越)이 지은 『조선부(朝鮮賦)』에 따르면, 중국 사신을 영접할 때 평양·황주(黃州)와 서울의 광화문에서 산대를 가설하고 백희를 공연했다고 한다. 연희 내용은 불 토해 내기, 만연어룡지희, 무동, 땅재주, 솟대타기와 사자춤, 코끼리춤, 원조춤, 난조춤 등의 각종 동물 가면춤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가 그린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중 연광정연회도(練光亭宴會圖)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의 낙성연도(落成宴圖)에서도 동물 가면희를 볼 수 있다. 평안감사향연도에는 가짜 사자 두 마리로 꾸민 사자춤과 가짜 학 두 마리로 꾸민 학춤이 묘사되어 있다. 낙성연도에는 네 명의 몰이꾼이 가장한 사자와 호랑이 한 마리씩을 놀리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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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광정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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