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사
  • 06권 연희, 신명과 축원의 한마당
  • 제3장 판소리의 전개와 변모
  • 3. 판소리의 유파와 명창
  • 판소리의 유파
  • 중고제의 계보
유영대

중고제는 헌종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경기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된 판소리 유파로 지금은 그 계승이 끊어졌다. 모흥갑이 경기도 진위 출신이고, 방만춘이 충남 해미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고제 명창으로 추정된다. 모흥갑은 평양 연광정에서 판소리를 할 때 덜미소리를 질러 십 리 밖까지 들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성량이 탁월했던 명창이다.

중고제의 음악적 특성은 ‘비동비서이지만 동편에 가까운’, 즉 동편제도 아니고 서편제도 아닌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비교적 동편제에 가까운 소리 스타일을 보여 준다. 중고제는 지역적 개념과 함께 ‘중고(中古)’라는 시대적 개념도 내포하고 있어 초기 판소리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고제 소리라는 견해도 제시되었다.150)배연형, 「판소리 중고제론」, 『판소리 연구』 5, 판소리학회, 1994. 중고제의 개념과 성격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으나 배연형은 “경기·충청 지역의 형성기의 고제 판소리가 동편제라는 새로운 유파의 성립 이후 고제 소리의 법식을 이은 소리제로 전승되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소리가 “엄격하게 규격화한 법식의 소리가 아니라, 연주자의 개성대로 소리하는 고제의 특성과 느슨한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전승 계보가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초기 판소리가 경기·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발전된 것인데 후에 남도 중심의 음악 어법으로 재편된 것이라면, 그러한 변모 과정을 겪게 된 과정과 동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중고제는 다양한 가계의 다양한 소리제로 전승되어 왔는데, 송흥록을 기점으로 하여 동편제가 새로 생기자 경기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소리제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중고제 명창의 음반을 면밀히 검토하여 명확히 성격을 구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고제는 염계달과 김성옥의 법제를 표준으로 삼아 전승되었다. 따라서 이들이 중고제의 중시조인 셈이다. 김성옥은 진양조의 창시자로 유명한데, 서른 살 무렵에 죽었으며 그의 소리는 아들인 김정근에게, 그리고 김창룡에게 전해졌다. 염계달의 소리는 이동백에게 전승되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